월요일을 사랑하는 다희가 고른 책

국제노동기구 JPO 최다희,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최인아)

by 박세잎

17살 미술입시를 포기하고 가랑이 찢어질 만큼 황새를 따라 공부를 했고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현상을 배우는 학과에 입학했다. 과 동아리가 제법 체계적이었는데, 언론비평동아리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탕수육은 찍먹인가, 부먹인가'와 같은 가벼운 주제로 스피치와 토론에 대해 설명하는 게 유쾌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의견을 하나 선택해서 타인을 똑바로 바라보며 설득하는 그들의 올곧음에서 나의 구부러진 열등감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나는 찍먹이냐, 부먹이냐 따위도 선택하지 못하고 아무거나를 입에 달고 다녔다. 미술입시를 포기한 것도 잠시 기울었던 가세를 변명 삼았고 미술을 계속하고 싶은 것인지, 그만하고 싶은지 제대로 선택하지 못했다.


인간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면서, 선택의 결과를 절대 알 수 없는 괴로운 운명을 갖고 있다. 선택의 순간은 항상 불안하다. 짜장이냐 짬뽕이냐, 부먹이냐 찍먹이냐 따위가 아니라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선택 앞에서 불안은 크루아상의 껍질처럼 겹겹이 쌓여간다. 선택의 책임을 희석하기 위해 타인을 좇아서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책임은 희석되어도 내 삶을 내가 선택하지 않았다는 무력감이 침전되어 삶이 지루하고, 겨우 이런 게 삶인가 허무해진다. 삶의 허무함 앞에서 월요일이 괴로워졌다면, 스스로 선택을 해봄으로써 불안의 크루아상을 바삭 씹어 먹고 삶의 달콤함과 짭짤함을 직접 맛봐야만 한다. 마침 한국과 시차가 7시간 차이 나는 제네바에서의 일을 선택한 대학교 후배의 소식을 들었다. 같은 전공을 배우고,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각자의 선택으로 후배는 제네바에서 나는 고향에서 일을 하고 있다. 불안의 크루아상을 꿀꺽 삼키게 하는 선택의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노동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대학을 졸업할 때쯤인 것 같아요. 세속적이게 들릴 수도 있지만 같은 전공을 배우고 같은 대학을 졸업을 했는데 졸업 후에 어떤 트랙을 타느냐에 따라서 미래가 완전히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약간 현타가 왔어요. 분명 같은 대학에서 같은 수업을 듣고 졸업을 한 동기, 선후배 들이었는데 졸업 후 어떤 직업을 가지느냐, 자산을 부동산, 주식 등 어떤 방식으로 운용하느냐에 따라 생활방식을 포함해 부의 격차가 확 커지는 것이 신기했어요"

- (Junior Professional Official/국제기구 초급전문가) 최다희


다희는 한국과 시차 7시간, 제네바에 위치한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ILO)에서 Junior Professional Officer (JPO)로 일을 하고 있다. 제네바로 오기 전 개발정책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사회정책 연구기관에서 고용과 직업능력훈련 분야의 연구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석사공부를 하며, 또 일을 하며 참고자료로 국제노동기구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자신이 일하는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하고 싶었던 다희는 전 세계의 '노동'을 다루는 기구에서 일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 특정 분야에 전문적이고 깊은 지식을 가진 사람을 스페셜리스트(specialist)', 다양한 분야에 넓은 범위의 지식을 가진 사람을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라고 하며 진로를 선택할 때 많은 사람들이 고려하는 부분이다.


상상은 선택을 할 때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내가 아니어도 굴러가는 수만 개의 세계에서 크고 작은 선택을 모아 내 두 발이 딛고 서 있을 수 있는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삶이다. 삶에 대한 상상이 사라지는 순간, 땅과 발이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이 사라지고, 앞이고 뒤고 거칠 것 없이 쏟아지는 물살에 휩쓸려 삶의 방향을 잃고 선택이 어려워진다. 선택을 도와주는 중요한 능력인 상상은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나의 틀을 넘어가는 일이다. 어린 인간의 틀은 말랑말랑해서 아주 쉽게 틀을 넘어가 지금과 다른 내 모습을 맘껏 상상한다. 하지만 상상이 현실이 되지 못하는 상처를 반복하면서 어른이 된 인간의 틀은 견고해지고, 쉽게 넘어가지 못하고 상상은 멈춘다. 그래서 한국에서 일하던 다희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전혀 다른 언어를 쓰는 비일상적인 제네바에서 일상적인 삶을 보내는 자신을 상상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것은 아주 큰 능력이다. 물론 상상이 된 현실에서 살아가는 일은 쉽지만은 않다. 다희에게 제네바에서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물었다.


"국제기구는 프로젝트에 속해서 일하는, 소위 계약직이 정말 많아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입사를 했다가 퇴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죠. 그래서 그런지 입사했을 때 한국의 기업처럼 오리엔테이션 시스템이 없어요. 첫 출근하자마자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이 회의 주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참석했었죠. 또, 약어를 정말 많이 사용하는데, 이 약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물론 제가 물어보면 알려주긴 하지만 모든 약어를 물어볼 수는 없잖아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긴장하고 있는데 적극적으로 이것저것 물어봐야 한다는 부담감도 좀 있었어요."


"또 한국인으로서 어려웠던 점은... 국제기구는 네트워킹을 잘하는 것도 업무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조직이에요. 네트워킹 세션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내가 누군지 알리고, 이 조직에서 무엇을 하고 있으며, 여태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알릴 수 있어야 해요. 이것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더라고요. 한국은 네트워킹 문화가 상대적으로 잘 발달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유럽 사람들은 이걸 되게 잘하더라고요. 한국은 겸손이 미덕이라는 문화가 있어서 내가 어떤 것을 잘하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 말하고 다니는 걸 어색해하죠. 실제로 전 지금도 어색해요. 그래도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누가 칭찬을 하면. '알아줘서 고마워.', '맞아, 열심히 했지'라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도는 되었어요 "


"물론 힘든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제가 한국에서 일을 할 때는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일을 지시하면 하급자는 그 일을 처리하는 걸 우선시하게 되잖아요. 여기는 상사가 지시한 일에 대해 하급자가 의견을 내는 게 자유로운 편이에요. 일정상 시간을 맞추는 것이 힘들 것 같다, 내가 맡고 있는 부분이 아니다 등을 포함해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저희는 연초에 1년 동안 일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 자기 계발 목표를 상사와 설정을 하는데요. 이것에 벗어난 일을 갑작스럽게 맡게 되었을 경우 "나는 이런 일들을 올해 초에 설정을 했고 이것들을 처리하는 데 내 시간을 우선적으로 쓰기 때문에 이 일은 힘들 것 같다."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게 가능하죠. 물론 전 아직까지 '하라니까 한다'라는 마인드가 있긴 해요."



제네바와 그 불확실한 벽


삶에 대한 상상이 멈춘 건 내가 가진 틀이 견고해지고 높아졌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상상의 부재로 선택이 더 어렵고 불안하다. 어떤 선택이 나를 위한 선택인지 점점 모르게 되었을 때, 틀을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을 타이완 최고의 독서가 탕누어 선생님의 문장을 빌려서 설명하면 "거리에서 진실한 사람과 마주친 뒤부터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인생의 경험"이다. 혼자서는 견고하고 높은 벽을 넘어갈 수 없기에,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떤 거리에서, 대체할 수 없는 인생의 경험을 가능케 하는 사람을 운명적으로 마주칠 수 있냐고 묻는다면, 책에서 아주 쉽고 안전하게 손을 잡아줄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다희는 최인아대표가 쓴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에서 손을 잡았다.


"저는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사람에게 관심이 가요. 사람마다 일을 대하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일은 그저 일로 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을 통해서 자신을 알아가고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 있잖아요. 둘 중 어느 것이 맞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개인 성향과 가치관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저는 후자의 사람인 것 같아요. 한 가지 분야에서 꾸준히 일을 하는 사람도 존경하지만 갑자기 다른 분야로 방향을 튼 사람들이나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길을 가는 사람들이 저한테 더 많은 영감을 줘요. 무라카미 하루키도 술집을 운영하다가 작가가 되었고, 최인아 사장님도 광고계에서 일을 하다가 책방을 열었어요. 완전히 새로운 업종으로 간 거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멋있어요. 특히 최인아 작가님의 책은 같은 여성으로서 작가님이 어떻게 커리어를 쌓았고 일을 통해 어떤 관점을 가지게 되셨는지를 배울 수 있었어요."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는 29년의 광고업 커리어를 스스로 마무리하고, '최인아책방'을 연 최인아대표가 축적한 일과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최인아대표는 책을 펼친 우리에게 질문 하나를 한다. "어느 날 수십억 원짜리 로또에 당첨됐다고 합시다. 더 이상 생계나 노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그렇다면 여러분은 일을 계속하실까요, 아님 그만두실까요?" 지금의 일을 계속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일이든 하고 있을 거라고 답한 다희에게 '일'이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일단 제 성격은 싫은 건 못하는 사람이에요. '내가 왜 이것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자기 이해력이 바탕이 되어야 뭐라도 하는 사람이죠. 저는 일은 일일뿐, 그 외의 것에서 행복을 추구하면 된다는 성향이 안 되는 사람이죠. 저는 이왕이면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이라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고 싶어요.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하루 종일 회사에 앉아 있는 건 못하겠어요. 이건 맞고 틀린 게 아니라, 성향차이 같아요."


노동이라는 분야에 관심이 생기면서 전 세계의 노동을 다루는 곳에서 일하기 위해 제네바에 왔지만, 다희는 지금의 이 일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제일 위험하다고 말했다. 관심 있는 분야로 지금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만약 해고되거나, 어떤 변수가 생겨도 이곳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다른 형태의 일을 선택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는 다희의 틀에는 훌륭한 탄력성이 있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어요. 요즘은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하면 어떨까 상상해요. 지금의 일은 눈에 잘 보이지 않아요. 너무 큰 조직에서 일을 하고 있다 보니까, 내가 이렇게 바쁘게 일해도, 나의 일이 세상의 어느 부분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무엇을 바꿀 수 있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볼 때 바로 캐치하는 게 쉽지 않아요. 그래서 요즘 들어 더더욱 내가 한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고 싶은 일들을 하고 싶어요. 망치는 것도 내 눈에 보이는, 그런 일들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아무래도 베스트는 커리어를 살려 노동 쪽이면서 더 실질적인, 개인에게 영향력이 있는 일을 찾는 것이겠죠."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시간의 밀도


삶에 대한 상상이 다시 재가동되었다면,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상상 속의 나는 견고한 틀을 넘어갔지만, 정작 현실의 몸이 틀을 넘어가지 못하면 삶이 괴로워진다. 상상의 나와 현실의 내 몸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시간의 밀도'가 필요하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의 153쪽에서 시간의 밀도란 시간을 보낸 방식 혹은 시간의 흔적이라고 정의한다. 인간의 몸은 땅에 붙어서 살아갈 수 있기에, 내가 상상한 곳까지 중력을 벗어나 움직일 수 없다. 어찌 저찌 단숨에 이동한다고 해도,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어리둥절하며 방향을 잃는다. 상상한 곳까지 도달하는 방법은, 발을 단단하게 땅에 딛고 지금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뚜벅뚜벅 시간의 흔적을 남기며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다. 축적된 수많은 걸음으로 상상이 현실이 된다.


"책에 '시간의 밀도'라는 말이 나와요. 직장에서 나인 투 식스(9 to 6)를 어떤 식으로 운용할지는 나에게 달린 거잖아요. 동료가 하고 있는 일이 나한테 넘어와야 일이 진행이 되는 상황일 때 기다리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관련 보고서를 찾아 읽는 식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죠. 이 보고서가 당장 나에게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도 결국엔 다 남는 거잖아요. 지금 일하고 있는 국제노동기구의 규모가 몹시 커요. 외부에서 봤을 때 비슷한 주제가 아닌가 싶은 것들도 다 세분화되어서 팀으로 나뉘어 있어요. 장점은 다른 팀에서 진행하는 웨비나(webinar)에 팀원이 아니어도 들어가서 들을 수 있어요. 내 분야가 아니더라도, 다른 노동분야에서 어떤 이슈가 있는지 파악하기 좋아요. 직접 나서서 새로운 이슈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여기저기서 읽을거리가 메일로 옵니다. 저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해서, 급히 끝내야 되는 일이 없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늘어지고 싶지 않아요."


시간의 흔적은 나눗셈의 나머지와 같다. 회사와 약속한 시간만큼, 이익이 될지 손해가 될지 정확하게 계산해 수지타산에 맞게 일을 하면 나머지 같은 것이 없다. 물론 회사와 약속된 시간이 9 to 6일 때, 쉬는 시간 없이 그 시간을 꽉 채워서 일을 하라는 것도, 무리하게 야근을 더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물리적인 시간이 아니라 내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덧붙일 때 나머지 같은 것이 생긴다. 의미 없이 시간의 흔적을 남길 수 없다.


"저는 일과 일이 아닌 것에 대한 구분을 너무 명확하게 짓진 않으려고 해요. 예를 들어 제가 주말에 노동 분야와 관련된 책이나 보고서를 읽는다고 해요. 이것들은 분명 제 일은 아니지만, 또 일과 완전히 별개인 것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일의 트렌드에 대해 알아가고, 뉴스나 기사에서 다른 나라의 노동 시장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 지를 파악하는 것은 제 관심 분야이지만, 또 어떻게 보면 일과 연결이 되어 있는 거잖아요. 저는 '일'이라는 것이 꼭 정해진 시간이나 공간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일과 삶을 완전히 분리하기보다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로 이해하려고 해요. "


다희는 제네바에서 일주일 40시간 일을 하고 있다. 월요일은 회사로 출근해야 하지만, 다른 요일은 재택도 가능하다. 코어 근무 시간(core working hours)*만 잘 맞추면 4시 반 퇴근도 가능하다. 통상적으로 이해되는 워라밸의 개념을 가진 곳에서, 다희는 자신에게 맞는 워라밸의 개념을 만들며 시간의 흔적을 남긴다.

* 회사에서 모든 직원이 반드시 근무해야 하는 시간대로 이 시간에는 회의를 포함해 업무 처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워라밸의 개념을 하루, 주, 한 달 단위로 설정하지 않고 인생 전체로 보라는 문장을 어디에선가 읽었는데... 머리에서 '이거다!' 싶었어요. 이 개념을 내 삶에 적용해 본다면 일을 집중적으로 해야 되는 시기가 30-40대에 있고, 조금 릴랙스 하게 보내도 될 때를 50대 이후로 설정할 수 있죠. 이런 큰 흐름으로 워라밸을 본다는 것 자체가 제 삶의 리듬을 더 유연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물론 인생이 계획대로만 흘러가진 않겠죠. 언제 어떤 일들이 생길지 모르니까요. 생각지도 못한 분야로 커리어 전환이 찾아올 수도 있고요. 하지만 워라밸을 단기적인 시간 안배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지금의 선택이 어떤 흐름 위에 놓여 있는 지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상상에 상상을 더해도 완전무결한 선택은 없다. 어떤 선택을 하든, 지금의 선택보다 더 나은 가능성이 드 넓은 바닷속을 헤엄친다. 선택은 수많은 가능성이 떠다니는 바닷속에서 단 한 마리의 가능성을 건져 올리는 것이다. 물론 가능성은 물고기와 같아서 물속에서 건져내면 죽어버리기 때문에 선택은 어렵다. 가능성을 가능성으로 두고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고 특별한 존재일지도 모르는 상태로 머물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삶다운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내가 직접 갈아낸 뾰족한 작살로 건져 올린 가능성이라는 물고기를 맛있게 구워서 뜨끈한 흰밥 위에 살코기 한 점을 얹어서 든든하게 먹고 소화시켜야 한다.


나는 일요일 밤마다 항상 허기져있었다. 지금의 일 때문에 월요일이 얼마나 싫은지 밤새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뱃속이 허해져서 괜스레 냉장고를 열어봤다. 뱃속을 채워도 더부룩할 뿐, 해결되지 않는 허기짐은 삶의 배고픔에서 왔다. 다희와 일과 삶에 대해 이야기를 끝낸 밤, 나는 아주 오랜만에 뱃속의 든든함을 느꼈다. 앞으로도 계속 자신의 일과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사람과 월요일이 오기 전에 대화를 나누는 삶을 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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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ewee 최다희 】

개발정책학을 공부하며 자연스럽게 노동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청년 고용과 지방 문제를 결합해 석사 논문을 쓴 뒤, 지금은 국제노동기구에서 일하고 있다. 퇴근 후 책 읽기와 달리기를 즐기며, '보여주는 일기'라는 제목의 블로그에 스위스 삶을 기록하고 있다.

월요일을 사랑하게 해 준 책 :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최인아, 해냄출판사(2023)



【 Interviewer 박세잎 】

월요일을 사랑하지 못해서 삶이 괴로워진 과거의 나와 지금의 당신을 위해 일한다. 월요일을 사랑하는 방법을 찾던 중, 월요일을 사랑하는 사람은 '책'을 읽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책은 일과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내가 누구인지 알게 해주는 좋은 대화상대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시리즈 <월요일을 사랑하는 사람의 서재>는 월요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고른 책을 읽고, 그들의 삶을 따라가면서 우리의 월요일이 변할 수 있는 무언가를 전하려고 노력한다. 월요일을 사랑함으로써 삶도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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