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은 아침, 그날의 환대
수업에는 더 이상 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만나게 된 이들이 생겼다. 처음 그 교실의 문턱을 넘었을 때, 기꺼이 곁을 내어주고 내 서툰 걸음에 길잡이가 되어주길 자처했던 클래스메이트들.
그들은 인도네시아 국적의 E, 콜롬비아 국적의 D였다. 나보다 네 살 위이기도 하고, 무려 여덟 살 아래이기도 한 그녀들이지만, 그저 조심스럽게 다가온 친구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서로를 불렀다.
어느 날, E가 자신의 집에 나를 초대했다. 걸어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그럼에도 긴장은 따라붙었다. ‘둘이서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하지….’ 말로 하루를 채워야 한다는 부담이 조용히 마음을 눌렀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 듯, E는 주택가 골목 사이로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녀를 보자 긴장보다 먼저 웃음이 났다.
환대는 그렇게, 말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
그녀의 집 주방에서 처음으로 창밖을 바라보았을 때, 나는 잠시 말이 멎었다. 주황빛과 빨간빛이 섞인 기와지붕들이 겹겹이 아래로 내려다보였고, 그 너머로는 희미하게 해안 수평선이 펼쳐져 있었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경계. 나는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Dobro… zelo dobro!”
그날, 그 말이면 충분했다. E는 조용히 웃으며 내가 바라보는 풍경을 함께 바라봐주었다. 우리는 말보다 시선과 감각으로 더 많은 것을 나누고 있었다.이른 아침이었지만 그녀는 팬케이크를 손수 만들어주었다. 나로선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녀는 자주 이렇게, 아침에 해 먹는다고 했다. 그녀에게는 자연스러운 루틴이었다.
뒤뜰을 품은 작은 테라스에서 준비해 간 꽃화분을 앞에 두고서, 그곳에 나란히 앉아 우리는 팬케이크와 따뜻한 차를 함께 나누었다. 팬케이크 위에 잼을 바르며 낯선 일상 속에 나 또한 조용히 녹아드는 기분이었다.
“슬로베니아 이곳의 어떤 점이 좋아?”
E가 내게 물었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난 뒤 천천히 말했다.
“I like the peace and quiet here….”
그 말이 부족하단 건 알았다. 그럼에도 그 순간 내게 가장 가까운 단어였다. 그날 우리는 길지 않은 말들로 충분한 시간을 나눴다. 그녀는 말이 느린 나를 기다려줬고, 나는 번역기를 서둘러 켜지 않아도 편안했다. 말이 멈춘 순간에도, 우리는 어색하지 않게 그 자리에 머물렀다.
문장은 더디고 말은 짧았지만, 팬케이크와 따뜻한 차, 스며드는 햇빛, 그리고 조용히 마주 앉은 자리. 그날의 풍경과 마음은 내 기억에 천천히 오래 흘러가는 중이다.
⸻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말은 서툴렀지만, 관계는 조용히 이어졌습니다.
'슬로하라 언어일기'의 다음 기록도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