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요. 천천히. 함께 가자.
그날, 나는 한참을 물속에 떠 있었다.
호수는 평소처럼 고요했고, 햇빛을 품은 채 잔잔히 일렁였다.
낯선 생김새의 이방인은 우리뿐이었으니, 그 틈에서 어쩐지 긴장이 묻었다.
암튜브에 의지해 물 위에 버티듯 떠 있으면서도, 시선 사이로 스치는 말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그러다 아주 또렷한 한마디가 물결 위로 날아왔다.
“Počaka!”
뒤를 돌아보니, 조그마한 아이가 아빠를 향해 팔을 내젓고 있었다.
아빠는 이미 몇 미터 앞을 나아간 뒤였다.
아이의 입에는 아직 물기를 머금은 채였지만, 외치듯 말이 흘러나왔다.
기다려요, 나도 갈 거야—
말보다 먼저 전해지는 마음이 물살을 타고 퍼졌다.
아빠는 곧 멈췄고, 아이는 웃으며 다시 물을 헤쳤다.
나는 천천히 자세를 바꿔 시선을 옮기는데, 이번엔 웃음과 함께 또 다른 말이 들려왔다.
“Počasi.”
서로를 따라잡으며 수영하던 연인 중 한 사람이 몸을 늦추며 말했다. 그 말은 단순히 속도를 조절하자는 뜻이 아니었다. 서두르지 않아도 좋다는 물 위의 느린 다정함이었다.
조금 더 멀리, 물장구 소리가 나는 쪽에서 또 하나의 말이 흘렀다.
“Gremo!”
아이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였다.
아이는 고개를 들었다가, 잠시 더 놀고 싶은 듯 몸을 한 바퀴 돌린 뒤에야 엄마 쪽으로 나아갔다.
말과 손짓이 함께 전해졌다.
함께 가자, 이제 그만 나올 시간이야—
그날, 나는 세 단어를 배웠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그 말들은 물결처럼 내 귀에 먼저 들어왔다.
Počaka — 기다려 달라는 말, 나도 함께하고 싶다는 외침.
Počasi — 천천히 서두르지 말라는 다정한 리듬.
Gremo — 이제 함께 돌아가자는 보살핌.
귀로 듣고, 몸으로 느끼고, 가슴에 새겼다.
언어가 마음보다 앞설 수 없다는 걸, 그날의 물결과 세 단어가 조용히 가르쳐주었다.
평소에도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말이었지만, 내 귀에 처음 닿은 건 그날의 호수였다.
책이 아니라 물 위에서 배운 언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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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호수에서 건네받은 세 단어, 평범한 말이 처음 마음에 닿던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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