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잃고, 말을 찾는 시간

언어의 틈, 내가 남긴 자리

by 슬로하라


슬로베니아에서 맞은 첫 시간은 말과 삶 사이의 틈으로 열렸습니다. 영어도 서툴렀고, 낯선 슬로베니아어는 더 아득했습니다. 입 밖으로 처음 내본 한마디, ‘틀려도 괜찮다’를 배운 순간들, 일상에서 마주한 문화 차이와 감정들. 버텨내기 위해 시작한 짧은 말과 계절의 풍경이 먼저 자리를 채웠습니다.


말은 짧아도, 그 안에 담긴 마음은 깊었습니다. 방어이자 자립이었던 생존의 시간. 조용히 꾸준히 이어간 정리와 기록, 언어적 감각이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 시간을 기록한 스물네 편의 글을 모았습니다. 월요일마다 올린 기록들이었기에 글 말미마다 ‘슬로하라 언어일기’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구성은 다섯 부분으로 나뉩니다. 1부는 생존을 위한 말, 2부는 멈춤과 실패, 3부는 작은 용기와 짧은 문장, 4부는 관계 속 언어와 건너간 마음, 5부는 확장된 언어의 자리입니다. 실패에서 시작해 작은 성공을 거치고, 관계를 맺으며 다시 시도하는 흐름이 한 사람의 여정을 그립니다.


‘언어의 틈’은 말과 삶이 어긋나고, 다시 이어지는 자리입니다.


짧은 문장과 세심한 감정, 조심스러운 용기로 쓰인 기록 속에는 좌절과 환대가 교차합니다.

낯선 자리에서 언어를 배우고 관계를 시작하는 과정은 누구나 한 번쯤 겪는 풍경과 닿아 있을 것입니다.


결국, 말을 잃고 다시 찾는 시간의 기록.
언어와 풍경이 만나는 자리에서 배운 시간들을 독자와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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