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영어로 주문했다

참치샌드위치와 라떼 한 잔의 외침

by 슬로하라


혼자 가게에 들어서는 일이, 그토록 무서운 줄은 몰랐다. 더구나 외국에말을 못한다는 건, 입을 다문다는 뜻만이 아니었다. 누군가 대뜸 혹시 말을 걸면 어떡하나, 묻는 말에 대답을 못하면 어쩌지, 그조차도 못 알아듣고 있으면 어쩌나- 그 불안은 집 밖으로 나서는 손잡이를 돌리는 순간부터 나를 따라왔다.


집 근처, 작은 카페가 하나 있다. 남편이 먼저 이곳에 와 있던 때에 주말이면 몇 번 갔다던 곳이다. 맥주도 팔고 커피도 파는, 그집 샌드위치도 괜찮았더랬다. 낮 시간, 혼자 집에 있었고, 배가 고팠, 뭘 해 먹기도 애매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겁이 났다. 그런데도 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나섰다.


작은 산책처럼, 그러나 내겐 아주 큰 결심처럼.


‘I want~’는 건방지게 들리는 것 같아 조심스러웠고, ‘Can I get~?’ ‘Can I have~?’의 그 차이를 제대로 모르겠으며, ‘I would like~’까지 알게는 되었다만 대체 무슨 문장으로 시작해야 하나.


카페에 들어가기 전 머뭇대며 카페 앞 빈 벤치에 잠시 앉았다. 마지막으로 혼잣말로 몇 번이고 문장을 외웠다. 말끝을 올릴까? 낮출까? 빠르게 말하면 못 알아들을까? 입 모양을 연신 반복해 가며 혼자 중얼거렸다. 입 밖으로 직접 내는 것까지는, 꽤 오래 걸렸다.


그리고 결국, 그 카페에 앉았다. 작은 야외 테이블, 사람들과 살짝 거리를 둔 구석. 점원이 와서 무언가 영어로 말을 걸었다.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그저, 내 문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메뉴판을 건네받고 다시 점원이 돌아왔을 때, 나는 그 단 한 문장을 말했다.


“Can I get a tuna sandwich and a latte, please.”


내가 혼자 처음 입 밖으로 꺼낸 영어 한 마디였다. 하지만, 그 짧은 문장 하나로 나는 언어의 세계에 손을 얹었다. 그날 샌드위치가 정말 맛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를 감싼 맛은 분명했다.


작고 조용했으, 분명한 시작의 외침이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조심스러웠지만, 그날 이후 이 언어의 시간을 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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