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벌이는 실랑이 속에서
그무렵 내 안에서는 요란한 갈급함이 조용히 터지고 있었다.
말을 하고 싶었다. 알고 싶었고, 대답하고 싶었고, 그저 나도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말 한마디를 꺼내고 싶었다. 이곳에 적응하라거나 언어를 배우라고 재촉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등 떠미는 사람도, ‘이제 좀 나가 봐야 하지 않겠냐.’라고 말하는 사람도, 왜 그렇게 답답하게 있느냐고 다그치는 사람도 없었다. 그 모든 건 결국 나를 위한 거였다.
모두는 조용했고, 그 조용함 속에서 나는 더 이상 탓할 대상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그때부터 그 침묵은 내가 나와 벌이는 실랑이가 되었다. 나를 찾는 이도, 나를 기다리는 이도, 나를 필요로 하는 이도 이곳에서는 없었다. 남편 말고는, 온전히 나 혼자였다. 그래서 더더욱, 이 실랑이는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도, 누구의 기대를 채우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나를 견디기 위해서 시작된 것이었다.
말하자면, 나는 지금까지도 그 실랑이를 하고 있다.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그 끈은 팽팽하게 당겨져 있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됐다. 그 줄을 내 쪽으로 당기기 위해선 누군가의 손이 필요한 게 아니라, 내가 한 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 움직임이 크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저 아주 작게라도 나를 향해, 나를 끌어당기면 됐다. 말보다 먼저, 내가 먼저 나를 이끌어야 했다.
말이 트이기 전, 나는 스스로에게 길을 열어주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내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언어도, 감정도, 그리고 이방인 같은 나 자신도 조금씩 나에게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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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지만 꾸준히, 이 언어의 시간을 꿰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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