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허송세월하지 마라. 책을 읽든지 쓰든지 기도를 하든지 명상을 하든지 공익을 위해 노력하든지 항상 뭔가를 해라.”
독일의 신비사상가이자 성서 다음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 토마스 아 캠퍼스의 말이다.
나는 이 말이 좋다. 내 일상과 가치관을 한마디로 나타내 주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기질적으로 가만히 있는 것을 못 견딘다. 항상 무언가를 배우고 활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누군가는 유난스럽다고도 할 만큼.
남들이 놀랄 나이에 해외여행 인솔자(tour conductor)가 되었던 것도, 이런 나의 기질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니 이런 나의 기질 ‘덕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 내게 계절의 변화도,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누리는 것도 그림의 떡이 되고 말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일과 일상을 흔들고 세상을 멈추게 했다. 꿈도 비전도 아련한 옛말이 되었다. 이 지구촌은 죽음의 도가니로 변해 버렸다. 팬데믹은 일하는 방식도 상상할 수 없는 형태로 바꾸어 버렸다. 원격근무, 비대면 소통, 스마트 워크가 뉴노멀이 된 시대다. 그런 탓에 우리는 참담하지만, 어둡지만 새롭기도 한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백수가 된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중 하나다. 아직도 나는 현역으로 뛰고 있다. 팔순의 할머니가 아직도 현역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코로나 이전에는 잘 나가는 시니어 프리랜서 해외여행 인솔자(tour conductor)였다. ‘하늘길이 막혀서’ 제일 먼저 백수가 된 사람이 바로 나다.
풍부한 경험과 열정으로 무장하고 고객의 만족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 그것이 내 자랑이자 자부심이었다. 150인분이나 되는 총각김치를 고객을 위해 기꺼이 담글 만큼 나는 열정적인 서비스 우먼이었다. 오죽하면 나와 여행을 다녀온 분 중에 여행지보다 내가 담가 갔던 새빨간 총각김치를 기억하고 있을 정도다. “한 번 고객은 평생 고객!”을 철칙으로 15년 이상 2,000여 명의 고객들을 직접 인솔하면서 가슴 뛰는 세계여행을 했다.
코로나로 바꾼 일상을 만난 지도 3년, 이제 드디어 빛나는 태양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조금씩, 아주 느리게라도 찬란한 한 줄기의 빛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이제 곧 막혔던 하늘길이 서서히 열리게 되었고 전 세계 공항마다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분위기다. 희망에 찬 바쁜 발걸음으로 생동감 넘치는 일상에 되돌아가고 있다. 아! 이 얼마나 기다렸던 일인가. 이보다 더 반갑고 좋은 일이 어디 있으랴. 정말 감사한 일이다.
“도전과 변화의 첫걸음은 실천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전 IBM CEO)”
“여호와 이레(창세기 22장 14절)”
신은 내게 준비된 새로운 길을 보여 주셨다. 그 길은 생소하고 거칠고 위험하다. 하지만 순간 야릇한 설렘과 가슴 뛰는 벅참이 느껴진다. 이게 바로 전화위복이 아니고 무엇일까?
팔십 평생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여유로운 시간을 만났다. 코로나로 인해서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는 나에게 골든타임을 선사했다. 위기는 늘 기회이기도 하다. 코로나라는 위기를 나는 기회로 바꾸었다. 난 미친 듯이 닥치는 대로 독서에 열중했다. 그동안 150여 권의 책을 독파했다. 팔순 할머니가 말이다. 독서를 통해 새로운 도전에 욕심이 생겼다. 바로 책 쓰기다.
사실 난 긍정적인 사람이다. 그러나 왠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세차게 앞을 가로막았다.
‘책 쓰기? 작가?’
떨리고 두렵다. 이 나이에 어떻게 이룰 수 있겠나? 당치도 않은 망상이다.
‘스펙도 없는 내가 무모한 짓이겠지?’
자문자답해 본다. 좀 더 공부하고 시작하자. 아직은 때가 아니다. 이런 생각들이 나를 마구 짓누른다. 태산 앞에서 압박감을 느낀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한편, 어디선가 세미한 음성이 나를 사로잡는다. 나만의 긍정의 힘이 깨어났다. 포기하지 마라, 기회는 늘 있는 것이 아니다. 기회를 내 것으로 붙잡아야 한다.
1950년대 영화 <내일이면 늦으리(피어 안젤리 주연)>가 문득 생각났다. 그렇다. 내일이면 늦다. 오늘 시작해야 한다. 그것도 지금 당장 말이다. 마음을 바꾸니 갑자기 즐거워졌다. 세상 만물이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모든 사물이 아름답게 보였다. 내가 대견했다. 용기를 주신 하나님을 향한 감사가 넘쳐났다.
20대까지 공부해서 사회에 나아가 60세까지 일하고 80세까지 당당하게 사는 게 보통 사람들의 라이프 사이클이다. 그러나 지금은 백세시대다. 장수는 분명 축복이지만 오래 살 경제적 준비가 되어 있느냐가 문제다. 사실 노인의 한계는 정해져 있지 않다. 자신의 사고방식과 능력, 건강에 따라 얼마든지 일할 수 있다. 심신이 건강하기만 하다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가 바로 노년기다.
게다가 나에게는 생생한 여행 이야기들이 있다. 홍콩에서 비행기를 놓쳤던 경험에서부터, 갑자기 생긴 환자로 인해 이스라엘 병원에서 꼼짝없이 2박 3일을 지냈던 경험까지.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나의 이야기들이 세상에 나오고 싶어 안달이 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