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왔다. 며느리 회사 건물 코너에 부부가 운영하는 조그마한 카페로, 우리 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버스로 5분 정도 오고 이어진 노선이 없어 보도로 20분 이상 걸린다. 아직 조용하고 텅 빈 카페, 후미진 테이블을 차지하고 노트북을 펼쳤다. 금방 뭐라도 할 기세다. 정오가 막 지나니 젊은이들이 우르르 들어와 빈자리가 없다. 앉아 있는 나는 바늘방석이다. 그 팀에 낀 키 큰 여자가 "어머니" 하고 싱긋 다가와 내 옆에 사뿐히 앉는다.
"점심은?"
"네 먹었어요"
준비해 온 원고에 대한 진지한 피드백, 파일 편집, 서투른 노트북 사용까지, 상세히 가르쳐 주는 며느리다.
"아니 벌써 12시 50분이네, 이제 그만 가야겠다"
"네"
"오늘도 수고했다"
"아나예요"
차 마실 틈 도 없이 컵을 들고 사라진 며느리...
아쉬움에 멍! 방금 공부한 것을 되새기며, 문구를 가방에 넣고 카페를 나온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낯 뜨겁고 어색했다. 생소한 분위기, 시끌벅적한 음악, 따가운 시선에 당황했다. 카페 하면 젊은이들 전용이지, 근데 웬? 할머니가 마스크에 빛바랜 야구모자를 푹 눌러쓰고 앉아 있다. 누가 봐도 이건 아니지, 꼰대 꼴불견이다. 8월의 폭포수 같은 땀을 닦으며, 한겨울 눈밭 조심조심 굼벵이 따로 없지, 한주에 두서너 번 이렇게 하기를 1년이 지났다. 며느리는 점심시간 50분 남짓 금쪽같은 시간을 내게 내주었다. 큰 키의 며느리, 작은 시어머니, 나이는 40살 차이 외모는 누가 봐도 언밸런스하지만 마음은 찰떡궁합 지구촌에 하나밖에 없는 고부 사이가 아닐까?
카페에 올 때마다 차 값을 계산하는 며느리,
센스가, 없고 둔한 시어머니 앗! 또 놓쳤다. 이러면 안 되는데! 다음 날은 오자마자
“이것으로 계산하세요" 카운터에 카드를 맡겼다. 사장 내외의 의아한 표정!
"스승이 계속 지불하면 배우는 시어머니 뻔뻔하지요!"
이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내 수수께끼가 풀린 듯, 신기한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네? 며느리라고요?”
"네, 우리 며느리입니다.”
1960년대에는 내 주위에 한글을 모르는 어른들이 많았다. 그들은 문맹에서 벗어나려고 애썼다. 지금 나는 컴맹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친다. 글로벌 시대인 만큼 컴맹이 옛날 문맹과 같은 같은 맥락일 것이다.
내 나이 60대 초반애 동사무소에서 컴퓨터 강습을 받았다. 열일 제치고 배웠다. 지인들은 이제 배워 어디다 쓸 거냐고 빈정거렸지만 들은 척을 만 척했다. 마침 작은 아들 내외와 딸이 미국 유학 중이라 내게는 절실했다. 기초부터 한 주에 한 시간 감질나는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두서너 달 배우고 나니 '메일'로 왕래할 수 있어 신기했다. 뭘 배웠나 불평했는데 놀라운 성과다. 젊음이 살아난 듯 배움은 위대하다. 살아 있는 한 무엇이든지 배워야 한다. 드디어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작은 며느리에게 제일 먼저 메일을 보냈더니, 바로 답장이 왔다.
.
"어머니, 메일이 왔어요, 깜짝 놀랐어요, 축하합니다"
. 이제 제법 신세대가 된 기분이 들었다. 6개월 꽤 열심히 배웠다.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남편의 지인 권유로 온라인 화장품 샵도 개설했다. 잠시 흥분된 "삶"의 환의! 어머나! 이러다 부자 되겠다!
근데 언제부턴가 컴퓨터와 담을 쌓게 됐다. 모태 신앙에서 성장했고, 하는 일마다 교회와 관련된 일상이라. 오랫동안 몸담고 있으니 2005년 교단의 전국적인 리더가 됐다 맡은 역할은 중책이고 방대했다. 1년 임기는 대단한 보람과 환희로 끝났다. 그 후 전혀 다른 궤도로 한세계를 무대로 프리랜서 투어 컨덕터 가 되어. 15 년 이상 해외여행을 다니느라 여념이 없었다. 하나 듣보지도 못한 글로벌 팬데믹으로 여행이 올 스톱되는 바람에 백수 됐고 봉사 모임도 없어졌다. 늘어진 넉넉한 시간만 있을 뿐.
곧 끝나겠지, 이 참에 독서나 해야겠다. 코로나는 멈출 기색이 아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쨌든 그 바람에 2년 이상 독서에 몰입했다. 그러다가 새로운 유혹에 빠졌다. "뭐 글쓰기라고?" 얼토당토않은 생각 무시해 버렸다. 근데 나도 모르는 사이, 뭔가 결심한 듯 갑자기 바빠졌다. 난 금방 행동에 옮겼다. 노트북이 없으면 글 못쓰는 냥 부랴부랴 노트북 구입 할 생각으로 전자 상가로 갔다. 휴대하기 좋고 가벼운 최신 상품이라고 권하길래 덥석 구입했다.
집에 와 노트북을 펼쳤다. 흥분해서 떨고 있는 손가락이지만 자신 있게 클릭하려는 순간 눈앞이 캄캄하다. 생각나는 게 하나도 없다. 분명 컴퓨터는 예전과 같은데! 그럼 내가 변했나! 혹 치매라도? 울고 싶다. 몸은 후끈 달아오르고 홍당무가 된 얼굴엔 땀으로 뒤범벅, 이 실력으로 글을 쓴다고 어림없다. 누가 볼 가봐 무섭다. 처음 며칠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며느리에게 달려가 해결했다.
유대인의 격언에는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무엇인가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현명하다고 한다"
"어머님은 글 쓰신다고 하시더니 원고가 문제가 아니라 컴퓨터가 문제네요!" 하며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래 맞다" 안량 한 실력 그나마 컴퓨터 하고 20여 년 외면하고 살았으니 당연해 긍정도 부정도 아닌 억지로 합리와 한다. 어쨌거나 꿈은 산산 조각나고 말았다. 결국 배운 것 은 다 까먹은 줄 모르고 배웠어 알고 있어 으스대며 텅 빈 강정 처럼살았다. 아느 것이 힘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진짜힘은 실천하고 행동하는 것이라 깨달았다
유대인의 격언에는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무엇인가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가장 현명하다고 한다
컴퓨터를 다시 배우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을 괴롭혔다. 며느리는 물론 13살 손녀, 때론 노트북을 교회로 가지고 가 젊은이라면 체면 불가하고 뭔가 배우려고 바짝 따라붙어 질문에 질문을 한다. 툭하면 노트북을 메고 땀을 뻘뻘 흘리며 구입한 센터로 가 직원 들 귀찮게 했다. 창피한 줄도 모르고 무차별 배웠다. 다행인 것은 친절하게 몇 번이고 가르쳐 준다
어느 날 구입한 지 며칠 안 돼서 고장 난 마우스를 교체하기 위해 하이마트에 갔다. 핸섬한 젊은 지점 장이 첨 보는 할머니에게 세밀하게 가르쳐 준다. 감동! 고마워 눈물 났다. 게다가 모르는 것 있으면 언제든지 또 오라고 한다. 7.900 원 짜리 마우스 하나 팔고 비즈니스만 생각했다면 결코 이럴 순 없다. 인간 "애"가 물씬 풍기는 멋진 사나이다.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배웠다. 생각도 못했던 일 그야말로 하나하나 동냥하듯 다시 배운 컴퓨터다.
운 좋은 할머니다. 흐뭇한 마음으로 하이마트를 나오는데 저절로 나온 말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기쁨 아무도 모른다. 나도 무엇인가 베풀어야지,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툭 튀어나온 말 난 아직 이렇게 멋진 세상에 살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