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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생각하는 영재

조기 입학

by 로미



그래서 아이를 조기입학 시킬 거냐고 묻는다면 나는 결단코 그럴 작정이다.

괜히 더 어렵고 에둘러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불쑥불쑥 들지만, 가보지 않은 길- 함께 개척해 나가겠다는 마음으로 가볼 작정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미리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래도 선택했으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계획도 세웠다. 우리의 계획은 내년에 아이가 8살이 되도록 만드는 것.

사실 여기서부터도 쉽지 않을 거란 걸 안다. 이미 나이 개념도 확실하고 초등학교를 내후년에 간다는 걸 뻔히 알지만 내년을 8살로 만들어 입학한 아이들과 친구로 둔갑시키려는 작전이다.



우리의 큰 계획은 아이 생일을 기점으로 7살로 만들어주고, 해가 바뀌면 한 살 더 올려 8살을 만들어 줄 작정이다. 눈치챌 확률이 매우 크겠지만.. 그래도 없는 마법사라도 데려와서 우겨라도 볼 생각이다.






아이가 영재라는 이야기를 들은 피아노 학원 선생님은 그럴 줄 알았다며 부럽다고 하신다.

사실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느낌이 아닐지도..

'우리 아이는 말 잘 듣는 모범생 이미지인 수재가 아니라 자기만의 색깔이 강해 어쩌면 삶에 어우러지기 힘들어하는 영재인 건데'라고 생각하지만

그저 어색하게 웃을 뿐 차마 말할 순 없다.



단어가 주는 일반적인 이미지가 워낙 강렬하다 보니 그저 내 말은 행복한 변명처럼 들릴 뿐이다.

영재의 삶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당사자들은 알지만 그 점을 함부로 말하긴 어렵다.

세상 속 영재의 인식은 나조차도 내 아이가 영재라는 사실을 알기 전엔 전혀 몰랐다.



사실 우리는 '아이가 ADHD는 아닐까? 혹시 자폐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해왔다.

아무래도 육아 서적 속 발달 과정과는 다른 부분이 많다 보니, ADHD나 자폐에 조금이라도 부합하는 게 있어 보이면 혹시?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래서 더더욱이 아이를 잘 알고 싶은 마음이 컸고, 그 때문에 웩슬러 검사를 진행한 거기도 하다.



내가 만약 영재의 특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더라면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이의 검사 결과를 듣고 책을 통해 영재의 특성에 대해 알아보니,

내 아이는 웩슬러 검사를 하지 않아도 부합하는 부분이 참 많은 걸 뒤늦게야 알았다.

육아에 신경 쓴다는 내가 이렇게 뒤늦은 후회를 하고야 말았다.

그런데 어째- 지나간 시간을 돌릴 수 없으니 앞으로를 더 잘해봐야지.



나는 눈이 뒤집혀 그들의 삶을 찾아보았다.

검색하면 뭐든지 알려준다는 네이 버 같은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정보를-



그들이 모여있는 카페에 얼마 없는 정보에 의하면 그들도 순탄치 않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다.

생각보다 세상은 이런 동글동글 뾰족뾰족한 아이들을 품어주기 힘든 시스템이라는 것도 함께-

어쩌면 그래서 이렇게 기록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당장 내년에 초등 입학을 시키려면 마음 굳게 단디 준비해야 하지만, 나는 지금 마음만 굳건하다.

외쳐본다.

"뭐니 뭐니 해도 마음이 제일 중요하지- 암- 그렇고 말고!!!!"

그렇게 나는 늦깎이 예비 초등 맘이 되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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