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이런 글은 써 내려가기가 참 조심스럽다. 그래서 그냥 꽁꽁 닫고 싶었다.
그런데 결국 요즘 내 주된 관심사이기도 한 이야기라 어쩌면 지금 시점에 꺼내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여기까지 다다르니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툭하고 꺼내본다.
시작이 어렵다. 주원이와 같은 검사 결과의 아이들이 모이는 곳이 별로 없기도 하기에.
(20년생의 모임을 강력하게 원합니다. 내가 사는 이 섬, 제주에서요!)
'첫 글을 어떻게 쓸까?' 요리조리 써보며 저장한 것만 해도 네 개가 된다. (일주일 사이에)
그만큼 고민이라는 거겠지.
'아이 너만 키우는 거 아닌데 너도 참 유난이다.'라는 생각도 스친다.
그래도 가보자. 대신 싱겁게 가야지.
팔 한번 가볍게 탈탈 털고, 어깨에 힘을 쭉- 풀어내며 자연스럽게 흘러가기를.
사실 어떤 걸 기록해야 할지 미스터리다.
목차도 없는 이 주제를 내가 10개나 연재할 수 있을까?
엉킨 목걸이를 풀어보겠다는 일념이다. 손톱 끝으로 엉킨 부분의 끄트머리를 만지는 느낌이 손끝에서 진하게 느껴진다. 그저 그 손끝 느낌에 집중하며 지금부터 뭐라도 써야지.
과연 내 타이핑은 어디로 나를 이끌까?
나는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싶은 걸까.
몇 해 전부터 염두만 해두고 미루고 미루고 미루던 아이의 웩슬러 검사를 받았다.
주원이의 웩슬러 결과는 상위 3% 영재.
사실 나는 그날 상위 3%가 주는 의미를 잘 몰랐다.
선생님께서 흥분하며 설명하셔도 그저 높은 거구나 했다.
그런데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이 검사 결과는 내 예상보다 훨씬 높은 거였다.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는 동안 나는 그동안 맞춰지지 않던 퍼즐이 맞는 느낌도 종종 들었고,
넘겨짚었던 것들에 대한 후회도 강하게 스쳐 지나갔다.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는데 난데없이 주르륵 눈물도 났다.
난 왜 울었을까. 그때 난 무슨 감정이었을까.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일까-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야'라는 안도의 눈물일까-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 상황에 눈물이라니 눈물이 영 눈치가 없다.
선생님께선 주원이에게 조기 입학을 강력하게 추천해 주셨다. 한글도 모르고 현재도 또래보다 작은 주원이가 조기입학이라고요??
그런데 이거 가만히 들어보니 모든 내 고민이 조기 입학으로 해결될지도 모르겠다.
상담은 끝났고, 우리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