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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 아이 길들이기

브런치북 제목의 비밀

by 로미


이쯤에서 브런치북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본다.


<<영재 아이 길들이기>>라니.. 초, 중학생 때 읽던 웹소설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온다.


이거 알고 웃음 나왔다면 동년배. 추억 공유하네- 만나서 반갑습니다.(머쓱)



처음엔 브런치북의 제목을 짓지 못해서 프롤로그를 그냥 발행했다.


아무래도 방향성 없는 글은 나 같은 노잼인간에게 맞지 않는 것 같아 우선 시원한 거실에 노트북을 켜고 앉았다.


아이스 헤이즐넛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삼키고 뭐라고 지어야 할까 싶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처음 제목은 <<급하지만 느리게 초등학교 조기입학을 준비합니다.>>였다.


하고 싶은 말을 다 넣으려니 길고- 눈에 안 들어오고- 또 노잼...



그래서 두 번째 제목은 줄여봤다.


<<시나브로 조기입학을 준비합니다.>>


시나브로? 뜻은 얼추 맞지만 이 제목은 딱 맞는 느낌이 안 든다. 자꾸 아빠시절 담배가 떠오르는 건 뭐냐고.



노트북을 덮으니 다른 할 일이 금세 떠올랐다.


'아 나는 글쓰기와 안 맞나?ㅠㅠ' 하는 생각이 스칠 무렵 어제 반납했어야 하는 동화책이 눈에 들어왔다.


"오빠, 나 도서관에 책 좀 반납하고 올게요."



멍하니 운전을 하다가


<<영재 길들이기>>를 떠올려본다.


피식- 뭐야?

좀 웃기잖아?

이거 할까?

아 구린가.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



결국 그렇게 나는 향수병 물씬 병맛인 그저 나만 웃기면 되는 이 제목을 선택했다.








그래서 영재 아이를 길들일 수 있냐고? 물론 아니다.


지금까지의 내 짧은 지식으로 내린 결론은 영재 아이는 절-대 절-대 내 입맛대로 길들일 수 없다.


(사실 모든 아이가 비슷하겠지만) 특히 영재아이는 타인에 의한 간섭이 그들의 재능을 죽이는 주된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제목은 당연히 모순이다. 그런데도 이 제목을 선택하고 싶은 이유도 있었다.


영재 아이들의 그 뿌리 깊은 특성들은 사실 현직 선생님들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난 그 말이 충분히 이해가 됐다.


부모인 나조차도 그랬으니.


어쩌면 나는 세상 속 영재라는 단어가 주는 모순적인 이미지도 쉽게 바뀔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래도 말하고 싶었다. 아니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사실 숨기고 싶었다.


그러나 관련 서적들을 자꾸 읽다 보니 자꾸 이야기를 하고 설명을 해야 함을 알게 됐다.


그래서 쓰기로 결심했다.



세상이 조금 더 이 맑은 아이들에게 너그럽기를.

여유롭기를.

그리고 따듯하게 안아주기를.



일정한 커리큘럼에 적응하지 못하고 좀 어긋나더라도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게 그저 믿어주고 응원해주기를.



그들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들이다.


아직 미숙한 그들에게 이미 다듬어진 원석인 것처럼 기대하지 않기를.


세상이 우리 이 이이들에게 조금만 더 관대하기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식이 천천히 바뀌어 나가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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