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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생각하는 영재 2

타인의 시선

by 로미

띠- 벨을 누른다.


"네~"

"노루반 이주원이요."


유치원 입구에서 아이를 찾는 하원 차임벨을 눌렀다.


그날따라 아이보다 먼저 나를 찾아온 담임 선생님과 원장 선생님.


"어머님~ 혹시 주차는 어떻게 하셨나요? 멀리에 대셨어요?"


"아니요. 유치원 주차장에 대긴 했는데 앞에 두 차를 막고 있어서 바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아이 문제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원장 선생님.


그런데 지금 나는 아이의 하원시간에 맞춰 데리러 온 거라 상황이 여의치 않다.


중요한 문제로 상담을 원한다면 미리 전화 주셨으면 참 좋았을 것을.


그러면 내가 더 일찍 오면 되니까.



서로 불편하게도 여기에 서서 대충 이야기하려나 보다.

많은 아이들과 엄마들이 하원하느라 드나드는 이 유치원 입구에 서서 불편한 이야기를 나눈다.


주된 이야기는 주원이의 조기 입학에 관한 문제.



아이가 영재임을 알고 미친 듯이 많은 책을 읽으며 습득해 둔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좋지 못한 시선을 보낸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알고 있는 것과 그 자리에서 겪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나는 아이가 6세 반을 끝으로 학교에 가기에 학사모 사진이 없어 아쉬웠다.


마침 유치원에서 7세 반 아이들이 학사모 사진을 찍는다고 공지가 올라왔다.


나는 거기에 슬쩍 껴서 찍고 싶은 마음에 어제 담임선생님께 양해를 구했었다.


그런데 이 일이 이렇게 불편한 만남으로 마주했다.



"몇 년 전에 조기입학 한 아이도 실패했어요."


"주원인 그 정도인 아이가 아닌데요."


우아한 말투에 어울리지 않는 두 문장.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어이없는 말들에 화가 났지만 나 조차도 내 아이가 영재라고 하기 전에는 그저 문제 행동들일까 했기에 닫힌 마음의 소유자인 원장 선생님께 진실을 변명하듯 설명하고 있었다.


다양한 말들로 설명하다 나는 이내 대화를 종료했다.


"저흰 이미 결정했어요 선생님."


아이의 손을 잡고 등을 돌려 나오는데 얼굴이 화끈거렸다. 끓어오르는 화를 참고 바보같이 설명을 변명처럼 늘어놓은 내가 한심했다.



사실 나는 따져 묻고 싶었다. '원장님의 인생은 실패한 인생인가요?

어떻게 하면 아이의 인생에 실패를 논할 수 있어요?

전교생이 200명이 넘는 이 유치원에서 선생님은 과연 저희 아이를 얼마나 알고 계세요?'


그저 나는 어안이 벙벙했고, 내가 들은 게 진짜인가 싶은 생각만 들었다.


우리도 아이를 정확히 알 수 없어 늘 궁금했고, 그래서 공부했다.


사실 우린 우리의 미래조차 장담할 수 없다.


그런데 고작 예닐곱 살 먹은 아이의 실패를 논하는 그 마인드를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리 아이의 더 나은 발전 가능성을 위해 결정한 우리의 결정을 그저 깔아뭉개는 듯한 말들.



센터의 선생님은 서울대도 거뜬한 아이라고 장담하셨다.


사실 나는 그 말도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같은 아이 이야기인데도 상황은 이렇다. 세상의 모든 아이는 꿈이고 희망이다.


아이의 가능성을 평가절하하는 선생님은 나는 정말 꿈에서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내가 그렇게도 좋아했던 유치원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와장창 박살 났다.


내가 원장 선생님의 숨겨진 마음들을 이제야 알았다니 아차 싶었다.


한편으론 1년 더 보내지 않아도 되니 정말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순전히 나의 선택은 아이를 공부로 밀어 넣기 위함이 아니고 아이를 고르고 균형 있게 잘 발달시키기 위한 일이다.


자발적 아싸 느낌이 나는 우리 아이와 수준이 맞는 친구를 찾아주기 위함이다.


아이의 사회성을 올려주어 균형을 맞춰주기 위함이다.


수면 위에 드러나진 않았지만 많은 영재아이들의 부모들이 현재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나는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 이런 일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저 내가 할 일은 아이와 묵묵히 헤쳐나가는 것.


더 마음을 굳건히 다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기입학 문제는 사실 신입학 때까지는 이야기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사실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인식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 일은 그저 말한 나의 실수다.


이제부터라도 잘 대비해서 문제가 있다면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지.


몇 날며칠 분노로 화가 오르락내리락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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