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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누굴 닮았나

유전적 요인이 60-70%라고?

by 로미



나는 오빠를 낳았다.


오빠와 주원이를 보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둘이 쏙 닮았다고 한다.



길을 지나가는데 모르는 사람 입에서도 닮았다는 이야기가 저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둘은 너무도 쏙 닮았다.




그런데 성격은 어떨까?


사실, 영재성도 어느 정도 유전이라 한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성격이나 성향은 누굴 더 닮았나 하고.


사실 물어 뭐 해.


그는 명백한 오빠 아들이다.





나는 육아가 힘겨워 아이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도대체 얘는 무슨 생각인 걸까?'


'왜 이렇게도 말을 안 듣는 걸까?'



답답함이 쌓이고 쌓여 용암이 피어오른다.


저 깊은 단전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스물스물 올라온다.


부글부글..



그런 나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언제나 주원이는 요지부동이다.


나는 개성이 뚜렷한 매력쟁이를 낳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오빠는 주원이의 언어를 거의 이해한다.


주원이의 행동에 대한 원인도 간파하고 있다.


그래서 오빠는 늘 주원이를 거의 조련하다시피 케어한다.


그래서 오빠에겐 주원이 육아가 재밌고, 대체로 쉽다.


하..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정말 너무 신기하게도 그와 그의 아들은 성격까지도 똑 닮아있다.







나는 이 부분을 영재 관련 육아서를 읽으며 더욱이 깨달았다.


뭔가 정의하기 힘들지만, 닮았던 부분들이.


그런 요소 하나하나가


책을 읽으며 확 와닿았다.




어릴 적 나는 꿈 많고 욕심 많고 승부욕이 강한 아이였다.


똘똘하고 똑 부러지는 아이였다.



그러나 주원이는 어떤 일에 쉽게 도전하지 않고 호불호도 굉장히 강한 아이다.


나와는 다른 아이를 키우는 일이 참 쉽지 않다.


들어보니 오빠는 어릴 적에 승부욕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뭔가에 집중을 하면 다른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고도 한다.


그래서 수업 중에도 친구랑 장난치다가 장난치는 것에만 집중해 수업시간인 걸 잊어버리고 큰 소리로 떠들고 혼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나는 오빠를 통해서 오빠를 닮은 주원이를 알아간다.


새롭게 배우고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아주 조금은 알아가는 것도 같다.


나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아이를 키우며 어린 시절의 나를 자주 소환한다.


오빠도 그럴 테지.


우리는 어린 시절의 우리를 자꾸 복기하며 추억하고 그것들을 공유한다.




그리고 잊지 않는다.


그는 우리를 닮았지만, 우리와는 다른 새로운 개체임을.


'우리'라는 프레임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우리의 본질이 아님을.




말미에 풀어본다.


주원이 속 나를 닮은 부분도 어딘가에 있기는 하다.


외모에도 성격에도.


있기는 하다.


나를 닮았긴 하다.




비록 아주 조금이지만..


어딘가에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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