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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by Bellhoon

너를 보내며

아린 마음으로 바라본 하늘은

쪽빛을 닮았다


서걱이는 하엽을 바라보며

너의 냄새를 그리다

녹음이 짙던 시절의 추억을 줍는다

그리고 남은 아픔을 맨발의 흙에 묻는다


슬픔을 아파하는 것인지

아픔을 슬퍼하는 것인지

뫼비우스의 띠처럼 맴돌다 멈춘다


추억이 떠나간 자리에는

밤새 눈이 내리고

바람은 그 작은 조각조차도 허락지 않는다


견디어내기 버거운 계절이

말라붙은 마음에 생채기를 내며

매섭게 계절을, 기억을 지나간다



2024년 샘문신인상,문학고을 신인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저의 첫 등단작입니다. 심사위원 심사평을 옮깁니다


김종훈 시인의 <나무>

후각적 심상의 시각화, 공감각적 비유를 통한 내면의 서술

김종훈 시인의 <나무>는 화자의 그리움이 짙은 서정시다. “너를 보내며 아린 마음으로 바라본 하늘은 쪽빛을 닮았다”의 시각적 심상이 “너의 냄새를 그리다 녹음이 짙던 시절의 추억을 줍는다”로 이어진다. 쪽빛은 짙은 푸른빛으로 후각적 심상인 “냄새를 그리다”로 극대화된다. 정서를 자연적 대상물로 구체화하며 추상적 개념인 혼란과 복잡함을 “뫼비우스의 띠처럼 맴돌다 멈춘다”로 심리적 상태를 표현한다. “밤새 눈이 내리고 바람은 그 작은 조각조차도 허락지 않는다”의 슬픔과 아픔이 교차하는 내면을 끊임없이 반복되는 계절과 뫼비우스의 시적 대상을 통해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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