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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혼돈이 왔다.

by 블루블랙

난 그 당시 백수였고. 직업을 찾고 있었으며 일을 2주 이상 못 하면 히스테리를 부리는 바보였다.

그리고 난... 아주 못난 녀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못난 녀석이라 걱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몰랐다.

아빠랑 시간을 맞춰서 건강 검진을 실행했고 그 건강검진으로 인해 아무래도 정밀 검사를 해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빠의 X-ray 사진에 한쪽 폐에 이상이 있다는 것이고. 암일 확률이 높다고 하였다.

하지만 아빠는 검사를 기피했다. 그래도 늦게나마 우여곡절 CT까지 찍었고 검사 결과를 듣고 나서 암 확률이 굉장히 높았다.

그래서 대학 병원에 조직검사를 예약했지. 물론... 진작 가자고 하지 않았냐면서 화를 내고 짜증까지 냈었지.

그래도 그때까진 아빠가 잘 이겨낼 거라 의심하지도 않았다.

우습게도 아빠가 아직도 젊다고만 생각한 거다.

내가 면접을 보고 온 후 코로나에 걸렸다.

그래서 7일을 방에서 못 나왔는데. 아빠는 그런 내가 내내 걱정되었는지 들어오지 말라 해도 계속 확인을 하였다.

날 계속 확인하는 게 귀찮은 것보단 안쓰러웠다.

내가 뭐라고 저렇게 걱정하나 싶었다. 돈도 없지 아무것도 없는 내가 뭐 저리 걱정스러운가 싶었다.

내가 나으니 아빠 차례였다.

나로 인해 코로나에 걸려 고생하는 것 같아 죄책감이 목을 죄어 왔고. 아빠가 아무렇지 않아 해서 더 화가 났다.

그리고 마침내 코로나 증상으로 인한 호흡불가로 인해 119에 신고하여 가까운 곳은 못 가고 강남 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되어 격리되었고 그 사이에 죄책감이 더 가중되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아빠의 병명을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나는 말 못 할 혼돈을 겪게 되었지만 그걸 인지 못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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