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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순이 Nov 13. 2024

세기의 우정이 아니어도 괜찮아

그래도 내 친구를 사랑해

열정 가득하고, 모든 게 처음이었던 학창시절. 친구가 전부였고, 목숨만큼 소중했다.


나의 우정이 세상에서 가장 돈독한 줄 알았고,

다른 사람의 우정은 가벼워 보였다. 이렇게까지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비밀을 터놓는 사이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근데, 세기의 우정은 없더라.

그렇게 돈독해 보이던 우정도, 서운한 말 한마디에 무너져내리기도 하고. 세기의 우정인 척, 세상 가장 좋은 친구인 척, 서운함이 생겨도 괜찮다고 나 자신을 설득하게 되었다.

서운한 마음이 계속 한편에 쌓이는 것도 모르고.


가장 가까운 친구인 만큼, 표현하자.

가까운 친구여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친구니까 얘기하자.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서운함이 쌓이기 전에,

내 마음도 몰라보기 전에.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은희(이정은)와 미란이(엄정화)의 에피소드를 보고 펑펑 울었다.


가장 친한 친구인 미란이에게 서운함이 쌓였지만, 어린 시절 도움을 많이 받았던 친구이기에 은희는 겉으로 전혀 티를 내지 않는다. 속마음을 밝힌 곳은 오로지 자신의 일기장뿐이었다.



-은희의 일기-

남들에게 말하는 것처럼 정말 미란이가 나의 절친인가? 친군가?


정은희. 아무리 고미란이 널, 친구가 아닌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세상 만만한 따까리라고 생각하는 나쁜 년이고, 이기적인 년이고, 이중인격자래도...


정은희. 너는 고미란한테 끝까지 의리 있게. 싫은 거 상처받은 거 티 내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 그래서, 옛날 미란이한테 진 빚 갚고 고미란한테 똑같은 인간, 이기적이고 이중인격자 같은 인간은 절대 되지 말자.

그게 지금 정은희, 네가 할 일이다.



미란이는 은희의 일기장을 우연히 보게 되고, 일기장을 본 미란이는 말한다.


"네가 만약 의리가 있다면, 나한테 서운하다, 상처받았다 말했어야지. 오늘처럼 이렇게 와서 따지고. 내가 잘못 인정 안 하고 미안하다 사과하지 않으면 머리를 뜯었어야지.

그래야 그게 의리지, 이 새끼야. 모르는 남처럼 가슴에 원한 품는 게 의리가 아니야."


내가 그랬다. 은희처럼.

이중인격자처럼, 앞에선 세상 가장 좋은 친구인 척했다. 가장 아픈 기억, 좋은 추억 모두 다 함께했던 친구이기에 사소한 서운함 정도는 무시했다.


소중한 친구니까 더욱이 이야기하자.

쌓아두지 말고. 좋은 사람인 척 말고.

세기의 우정은 아니더라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인 것은 확실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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