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만원이 가족에게는 껌
힘들 때 가족에게 아무 것도 안 하는 편이 낫다.
살다보면 1만원으로 1주일을 살아야 할 때도 있다.
이런 생활을 할 때
사회적 관계는 안 만나면 그만이지만
가족은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할 때도 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카드 12개를 돌려막기 하며 산 적이 있었다.
길지 않았다. 그런데 '돈없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해서 서로 오해투성이가 되었다.
그 기간에 친정 엄마가 이사를 했다.
다른 형제들은 이미 기반을 잡아서 엄마의 살림살이를 하나씩 맡아서 사주었다.
향기장농, 세탁기, 냉장고 등.
나는 나의 형편을 말하지 못하고 1주일치 생활비를 털어서
삼겹살을 구워서 저녁밥을 지었다.
그리고 사소한 비누통, 세면대 걸이, 싱크대 걸이 등을 아무 말없이
새것으로 교체해주고 집으로 왔다.
이런 사소한 진심은 통하지 않을 때가 훨씬 많더라.
며칠 뒤, 엄마는 전화로 왜 아무 것도 해 주지 않냐고 나에게 따졌다.
그때, 나는 일터에서 두 아이에게 라면을 끓여 저녁을 먹이고 있었다.
그 타이밍이 묘하게 울컥했다.
어린 두 아이가 라면 가락을 후룩호록 먹는 모습이 너무도 불쌍해보였다.
한참 영양가있는 간식이 필요한 시기에 낮 시간에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아이들이 너무 짠하고 귀여웠다.
이미 나는 이 아이들, 내 새끼들이 먹을 1주일치 생활비를 엄마에게 어렵게어렵게
털어서 최선을 다했었다.
하지만 엄마는 이런 나의 삶을 전혀 몰랐다.
남보기에 그럴싸한 일을 시작 했으니, 넉넉한 줄 알았을 것이다.
나는 엉엉울면서 엄마한테 내가 돈 많이 벌 때까지 인연끊고 살자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때 눈물을 너무 참아서 딸꾹질이 계속 나왔다.
딸꾹질을 하면서 엄마하고 전화통화를 하는데 라면 국물이 코와 입으로 넘어왔다.
나는 그때 단순히 소중한 1주일치 생활비가 아무 의미 없이 날아간 사실이 억울하고 아까웠다.
엄마 이삿날 그 돈을 쓰지 않았더라면 내 아이들이 라면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단순한 사실로 눈물이 났다.
나는 그 일로 1년간 친정에 가지 않았다. 겨우 화해를 했다.
그후, 엄마는 휴대폰을 너무 가지고 싶어하셨다.
다른 자식들은 요금이 비싸다, 맨날 집에만 계시는데 필요하지 않다고 못 들은 척 했다.
나는 형편이 나아지고 엄마에게 휴대폰을 사주었다.
엄마를 가장 많이 누렸던 오빠와 다른 형제들은 "요금은 어쩔?"이라고 물었다.
나는 당연히 내 통장으로 '자동이체'를 했었다.
엄마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이삿날 오해'로 나에게 미안해했었다.
돈의 형편을 말하지 않으면 그 서운함과 오해는 평생간다.
돈의 사정은 그렇게 오래 가고 잊혀지지 않는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특성이 강하다.
힘들 때는 가족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1만원도 안 쓰는 편이 낫다.
1만원이 나에게 크지만 상대에게는 장난하는 것으로 보여 더 서운하게 할 때도 있다.
가족에게 힘들 때는 힘들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배짱도
돈보다 더 소중한 화법이다.
돈이 없는 것은 죄가 아니다. 그래서 말 해도 된다. 자랑스럽지는 않지만 기죽을 필요는 없다.
언젠가는 빛날테니까!!
돈이 없을 때는 한푼도 쓰지 않을 뻔뻔스러움이 필요하다.
다만 그 사정을 꼭 말해야 한다.
나처럼 딸국질 나올 만큼 참지 말고, 울지도 말고 말할 줄 아는 것도 능력이다.
돈이 없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하면
그 돈 없는 생활이 더 길어진다.
말하지 않으면 나중에 써도 될 돈을 당장 지출해야하고, 도움받을 기회도 놓친다.
말을 해야만 그 생활이 수면 위로 떠올라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래야 금융치료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