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어학원 생활을 오래 했지만, 이상하게 업무 관련 미팅 자리에서 한국인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른 학교에서는 대부분 중국 선생님들과만 미팅을 진행했고, 가끔 외국인이 있어도 대부분 일본인이나 러시아인, 드물게 유럽계였다. 회의실 문을 열자마자 낯익은 억양으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이 커졌다.
“한국 분이세요?” 하고 물으니, 상대도 반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보니 K대학교 국제처 소속의 직원이라고 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스몰토크가 이어졌다.
“한국 사람 처음 보네요, 여긴 진짜 없던데.”
“맞아요. 보통 다 중국 선생님들이 담당하시잖아요?”
“네, 사실 이번에 중국의 여러 학교를 도는데도 미팅은 늘 중국말로만 해서, 오늘처럼 한국어 듣는 게 너무 반갑네요.”
“그러게요, 이렇게 말이 통하니까 갑자기 고향 사람 만난 기분이에요.”
“ㅎㅎ 그러니까요. 오늘 미팅 끝나고 같이 밥 한 끼 해요. 할 얘기 많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반가움으로 시작된 미팅은 예상외로 꽤 유익한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나는 교장 선생님 옆자리에 앉아 조용히 듣다가, 어느 순간 귀가 번쩍 뜨이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 대학 유학과 관련된 설명이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들었지만, 곧 이건 나중에 우리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 메모를 꺼냈다.
국제처 관계자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면서 미팅이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대학 유학은 학력 수준에 따라 연수 규정이 다르다고 해요. 학부는 보통 4년, 의과대학은 6년이고—여기엔 한의학, 치과도 포함되고요. 대학원은 석사가 보통 2년, 박사는 3년 정도라고 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다 아는 이야기 같았지만, 이어지는 말이 조금 생소했다.
“중국에서는 2~3년제 전문대도 있긴 한데, 한국엔 그걸 그대로 옮기는 게 좀 어려운 것 같고요. 요즘은 ‘1년 과정’, ‘2년제’, ‘3+1’ 같은 말을 쓰는데, 이게 처음 듣는 분들에겐 헷갈릴 수 있어요.”
나도 처음엔 그 표현들이 무슨 뜻인지 몰라 멍하니 듣기만 했던 기억이 났다. 그중 ‘3+1’이라는 표현이 특히 흥미로웠다.
“3+1이라는 건 협력 교육 방식인데요. 중국 대학에서 3년을 공부하고, 마지막 1년은 한국 대학에서 마무리하는 식이에요. 이 과정으로 양측 학교의 학위나 학력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오, 양방향 인정이 되는 거군요?” 내가 물었다.
“네, 게다가 장학금도 있어요. 한국 정부랑 대학이 같이 지원해 주는데, TOPIK 4급만 되어도 자격이 되는데 5급이면 등록금의 절반, 6급이면 등록금 면제까지.”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보통 사람 입장에선 좀 너무 퍼주는 거 아닌가 싶은데…”
그 말을 들은 국제처 직원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선생님들 입장에선, 유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그게 오히려 중요한 일이잖아요.”
미팅은 그렇게 끝났고, 우리는 회의실 밖에서 다시 마주쳤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학생들 이야기로 이어졌다. 오늘은 많은 걸 알게 된 날이었다. 익숙한 대화와 낯선 반가움,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유학 정보들. 언젠가 이 정보를 들려줄 학생들의 얼굴이 떠오르며, 나는 천천히 교무실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