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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장 고무신

9화  고무신에 대한 회상

by 캔디쌤 Dec 13. 2024

태어나서 처음 신은 신발이 검정 고무신

열 살이 다 되도록 바꿔 신어보지도 못했네


엄마 따라 두 시간을 걸어 장에 가던 날

다리도 아프고 발도 아파 주저앉아 울었지만

돌아온 차가운 한마디...


" 너 버리고 간다"

흙 묻은 옷을 털며 죽어라 쫓아갔었네.


아무리 집어던지고 구겨도 절대 변하지 않는 고무신


하얀 꽃고무신을 꿈꾸며

아버지 면도칼로 싹둑 베어버렸지만

낚싯줄로 얼기설기 꿰매진 채 다시 돌아온 불사!!!


죽기 살기로 밥을 굶어가며 얻어 낸 새하얀 고무신

언니가 신을까 봐 품에 안고 자고

뒤꿈치가 다 까져도 비누칠 한 번으로 뚝딱 웃어넘겼지.


그러나...

친구 따라 간 교회에서 도둑맞고

돌아온 건 남이 신던 헌 검정 고무신ㅠ


비 오는 날, 뒤집어 배로 만들어 도랑에 띄우고

올챙이를 담아 집으로 나르며

나의 어린 시절의 한 조각을 장식한 너!


더운 여름날,  땀 때문에 미끌미끌 자주 벗겨져 얄밉고

겨울엔 발이 시려 죽을 것 같았지만

봄~여름~가을~겨울 몇 바퀴를 돌아도

영 떠날 기미가 없던 검정 고무신...


지금은 나의 귀한 글감이 되었고

나의 추억이 되었고

마음의 고향이 되었구나.


고마웠어

타이어표 검정 고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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