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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장 고무신

5화 올챙이

by 캔디쌤 Nov 28. 2024

모내기가 끝나고 여름이 가까워지면 도랑은 무수한 풀과 이름 모를 수북이 차랐다. 


달아 랑 옆 등굣길 로 완전히 뒤덮, 을 옮길 때 외에는 신발을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순희 언니는 뱀 머리를 밟아서 살아남았다고(꼬리를 밟으면 화난 뱀이 홱 돌아서 물어버린다고 주장하면서) 자주 무용담을 늘어놓았는데, 사실 여부를 떠나 어린 마음에 막연한 공포심 조장했다.



소똥을 밟은 날은 또 다른 대참사!


 '소똥 밟으면 그날 운수 대통한다'는 적인 말이 생긴 것도 어찌 보면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일을 겪어서일 게다.


집에서 조금 일찍 출발한 날은 소사 아저씨가 교실 문 여는 시간에 맞추고자 최대한 어슬렁거렸다.


옥이는 기다란 꼬챙이로  풀을 뒤적여 개구리알을 건지고, 우린 이슬에 젖은 채 날지 못하는 나비와 잠자리를 꽂을 따듯이 하나하나 골라 브로치로 그리고 머 리본으로 장식했다.


 미끄덩한 젤리 같은 걸 내밀며 옥이가 다그쳤다.


" 이거 팔찌 같제? 우리 같이 걸자"


" 개구리알이잖아. 음... 좀 징그러...."


"개안타. 뭐가 징그럽노! 빨리 손 내봐라"


 내켜하지 않는 내 팔에 덥석 감아주는 옥이.


 까맣게 박힌 검은 점, 우뭇가사리 같은 물컹한 촉감에 통통한 젤리 팔찌. 긴 것은 팔목에, 짧은 건 손가락에 걸고 우리는 그렇게 치장을 하고 학교로 향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던 도시 출신 담임선생님이 나비와 잠자리를 온통 덕지덕지 붙이고 손목에 개구리알까지 둘둘 감은 우릴 보고 화들짝 놀라 기함을 했다.


"얘들아, 그게 뭐니? 얼른 버려라"


"우리가 잡았어요. 이쁘죠? 한번 만져 보세요..."


"....  교실에 갖고 오면 안 돼. 빨리 물에 놔줘라"


선생님 눈엔 개구리알만 보였나 보다.


옥이가 어떻게 건진 팔찌인데 락호락 갖다 버릴 우리가 아니지.


시간이 지젤리쪼그라들그제야 학교 연못에 손을 넣고 휘이휘이 저어 흘려보냈다. 


어지지 않는 놈은  깜장 고무신 뒤축으로 터질 때까지 밟고 지그재그로 돌려서 끝장을 다.


어차피 그 정도로 말라버린 올챙이는 이미 살 가망이 없는데 왜 그랬을까?


(어린 시절의 한 짓?을 보면서 나는 순자의 '성악설'을 굳게 믿는다.)


1교시가 지나 날개가 다 마나비와 잠자리가  하나 둘 날아르면 우린 그걸 다시 잡겠다고 책상에 올라가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60명의 아이와 스무 마리가 넘는 잠자리와 형형 색색의 나비들....


그리고 창문을 열어 연신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애쓰던 선생님....


 리가  꽂던 빨간 머리핀으로 앞머리를 올빽하고 수업하던 어쩌면 우리만큼 순수했던 스물네 살의 젊은 총각 선생님이 계셨기에  알록달록 몽글몽글한 우리의 추억 쌓기가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주의 : 도롱뇽알 개구리알이라고 못 알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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