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단편 - 엎질러진 물의 단가

엎질러진 물의 단가

by ToB

바닥은 강화마루였다. 다행이다. 카펫이었다면 견적이 세 배로 뛰었을 것이다. 액체는 투명했고, 점성은 없었으며, 대략 200밀리리터 분량이었다. 컵은 깨지지 않았다. 단순 낙하가 아니라 손등으로 쳤군. 궤적을 보면 명확하다.


태블릿에 '단순 수자원 이탈'이라고 입력했다. 의뢰인은 내 등 뒤에서 헐떡이고 있었다. 과호흡. 전형적인 반응이다.


"되돌릴 수 있습니까?"


의뢰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나는 대답 대신 장비 가방을 열었다. 제습기와 비슷하게 생긴 '국소 엔트로피 역전기(LER-Unit)'를 꺼냈다. 전원을 켜자 낮은 구동음이 돌았다.


"물리적으로는 가능합니다. 문제는 비용이죠."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의뢰인은 지갑을 꺼내려 허둥지댔다.


"돈은 상관없습니다. 얼마든지..."


"화폐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나는 고글을 착용하며 그를 제지했다.


"열역학 제2법칙은 사채업자보다 악질입니다. 엎질러진 물을 컵으로 되돌리려면, 즉 무질서도가 증가한 상태를 다시 질서 정연한 상태로 억지 복구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무질서도를 우주의 다른 곳에 쑤셔 박아야 합니다. 우리는 그걸 '대가'라고 부르죠."


의뢰인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이해하지 못한 눈치다. 상관없다. 이해는 계약의 필수 조건이 아니다. 나는 바닥에 흩어진 물웅덩이를 가리켰다.


"이 물을 컵 안으로 다시 집어넣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과 확률적 부채를 어딘가로 방출해야 합니다. 보통은 의뢰인의 모발이나 치아의 수명을 담보로 잡습니다. 머리카락 한 줌 정도가 순식간에 백발이 되거나 잇몸이 아주 살짝 내려앉을 겁니다. 동의하십니까?"


의뢰인은 침을 삼켰다. 그의 시선이 식탁 위, 물이 엎질러지기 직전 놓여 있던 낡은 서류 한 장에 머물렀다. 이혼 서류였다. 도장 옆에 물이 닿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거리. 그는 이 상황을 미신적인 징조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이 물이 서류를 적시면, 자신의 결혼 생활도 끝장난다는 빈약한 인과율을 믿고 있다.


"동의합니다. 머리카락이든 뭐든 가져가세요. 제발 저 물만 컵으로 돌려놔 주십시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LER 유닛의 노즐을 물웅덩이에 조준했다.


작업은 지루하다. 사람들은 시간을 되돌린다고 착각하지만, 이건 시간 여행이 아니다. 그저 위치 좌표를 강제 조정하는 노가다에 가깝다.


조이스틱을 조작해 물 분자의 확산 경로를 역추적했다. 마루 틈새로 스며들기 시작한 0.5밀리리터가 가장 까다롭다. 나무 섬유 조직을 훼손하지 않고 물 분자만 뽑아내려면 정밀한 조준이 필요하다.


"시작합니다. 눈 감으세요. 현기증이 날 수 있습니다."


트리거를 당겼다.


공기가 무거워졌다. 국소적인 중력 왜곡이 발생했다. 바닥에 납작하게 퍼져 있던 물웅덩이가 표면장력을 회복하며 꿈틀거렸다. 영화나 소설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신비로운 빛 따위는 없다. 그저 물리 법칙을 거스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분 나쁜 고주파음과, 썩은 달걀 냄새 같은 오존취가 진동할 뿐이다.


바닥의 물이 젤리처럼 뭉치더니, 공중으로 솟구쳤다. 뉴턴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광경이다. 물방울들은 제각기 제멋대로 튀어나간 궤적을 정확히 거꾸로 그리며 컵 아귀를 향해 빨려 들어갔다.


'철퍽, 츄르릅, 톡.'


소리는 기괴했다. 침을 뱉는 소리의 역재생. 컵 안으로 물이 차올랐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컵의 테두리를 타고 미끄러져 들어갔다.


동시에 의뢰인의 머리카락에서 푸석한 소리가 났다. 검던 옆머리가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색되었다. 모근의 세포 분열 횟수를 엔트로피 해소 비용으로 지불한 결과다.


"끝났습니다."


장비를 껐다. 컵에는 물이 찰랑거리고 있었다. 바닥은 완벽하게 건조했다. 물 자국 하나 남지 않았다.


의뢰인은 떨리는 손으로 컵을 확인했다. 그리고 자기 머리카락을 만져보았다. 우수수 떨어지는 흰 머리카락을 보며 그는 묘한 안도감을 느끼는 듯했다.


"정말... 돌아왔군요."


"물리적 위치만 복구된 겁니다."


나는 태블릿에 서명을 요구하며 덧붙였다.


"주의사항을 말씀드리죠. 물은 컵으로 돌아왔지만, '물을 쏟았다'는 사실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당신의 기억, 그리고 이 공간의 공기가 기억하는 진동, 당신의 아드레날린 수치는 그대로입니다. 우리는 사건을 없던 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결과를 수습할 뿐입니다."


의뢰인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컵을 식탁 중앙,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그리고 이혼 서류를 집어 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로 됐어. 징조가 사라졌어."


그는 미신을 맹신하는 부류였다. 물을 쏟지 않았으니, 이혼도 막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인간은 종종 인과관계를 편의적으로 해석한다. 물을 쏟은 건 부주의 탓이고, 이혼을 당하는 건 성격 탓일 텐데, 그는 두 사건을 하나의 운명론적 사슬로 묶고 있었다.


"추가 결제는 계좌 이체로 부탁드립니다."


나는 짐을 챙겼다. 이곳에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공기 중에는 억지로 끼워 맞춰진 입자들의 비명 소리가 잔향처럼 남아 있었다.


현관문을 나서려는데, 등 뒤에서 "앗!" 하는 비명과 함께 둔탁한 파열음이 들렸다.


뒤를 돌아보았다. 예상했던 결과다.


의뢰인이 기어코 컵을 다시 엎질렀다.


되돌려진 물을 보며 안도감에 취해 몸을 돌리다, 팔꿈치로 컵을 강타한 것이다. 아까보다 훨씬 강력한 운동 에너지가 가해졌다. 컵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고, 물은 사방으로 비산했다.


이혼 서류가 이번에는 완전히 흠뻑 젖어버렸다. 잉크가 번져 서명란이 검푸르게 뭉개졌다.


의뢰인은 망부석처럼 굳어 있었다. 방금 지불한 대가로 하얗게 세어버린 그의 머리카락이 형광등 불빛 아래서 처량하게 빛났다.


신발을 신다 말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나를 보며 입을 벙긋거렸다. 다시 해달라는 눈빛이다.


"견적, 다시 뽑아드릴까요?"


나는 무미건조하게 물었다.


"이번에는 유리 파편의 재조립까지 포함이라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뜁니다. 그리고 젖은 종이의 잉크를 되돌리는 건 물 분자 이동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정보 엔트로피를 건드려야 해요. 대가는... 아마 남은 치아 전부와 오른쪽 시력 정도 되겠군요."


의뢰인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축축하게 젖어 찢어진 서류를 부여잡고 울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은 하얗게 변했고, 서류는 망가졌으며, 컵은 깨졌다. 그가 지불한 대가는 허공으로 사라졌고, 결과는 아까보다 더 참혹해졌다.


나는 문고리를 잡았다. 이것이 내 직업의 본질이다.


쏟아진 물을 물리적으로 주워담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물이 쏟아져야만 했던 '맥락'—의뢰인의 불안, 떨림, 부주의—는 주워담을 수 없다.


"출장비는 청구됩니다."


나는 정중하게 인사하고 문을 닫았다. 복도에는 적막이 흘렀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얼굴이 거울에 희끄무레하게 비쳤다. 손에 들린 LER 유닛을 내려다보았다. 기계는 여전히 미지근한 열을 내뿜고 있었다.


사람들은 과거를 되돌리면 실수를 만회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방금 목격한 진실은 다르다.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난다. 우리가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억지로 과거를 복구해봤자, 우주는 그 부자연스러운 질서를 견디지 못하고 기어이 다시 무질서로 붕괴해 버린다. 그냥 뒀으면 걸레질 한 번으로 끝났을 일이,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이 되었다.


딩동.


1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고 로비의 찬 공기가 밀려들어 왔다. 나는 옷깃을 여미며 밖으로 나갔다.


세상에는 주워담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쏟아진 물은 바닥에서 마르게 두는 것이 값을 치르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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