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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림 Dec 09. 2024

3화. 바구니와의 전쟁

정리하려는 자 vs 물건을 찾는 자

3화. 바구니와의 전쟁

어느 날이었다.

불면증이 심해 수면제로 일찍 일어나지 못하고 중천까지 잠을 한참 자고 있는데 달그락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겨우 깨어난 나는 눈을 부비적 거리며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보았다.

한참을 찾던 안경을 사부작 쓰고 물끄러미 형태가 내 초점에 맞춰지기까지 기다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 뭐해?”

엄마는 굉장히 분주하게 무언가를 달그락 거리고 있었다.

엄마는 평소에도 굉장히 부지런하게 할일을 찾아 바삐 움직이는 사람이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지 않았다는 죄책감이 드는 것같은 느낌을 받는 듯 했다.

반면, 나는 엄마의 부지런함과 깔끔함과는 달리, 나만의 동선이 있고 나만의 청소하는 때가 있다. 청소도 한 번에 몰아서 하는 편이고, 평소에는 나만의 물건을 놓아두는 규칙이 있었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물건과 위치에 따라 동선을 만들어 두고 항상 쓰던 물건은 정해두었던 제자리에 있어야 하는 성격이었다.

그런 탓인지 엄마는 내가 정리정돈없이 물건을 마구 늘어놓는 것처럼 보였던 듯 싶다.

그러나, 엄마의 시선에선 나는 정리도 안하고 게을러 보이는 사람이었고, 내 시선에선 엄마는 결벽증과 강박증이 있어보일 정도로 쉬질 않았다.

서로의 성격이 너무나도 정반대의 성격인 탓에, 발생한 에피소드였다.

엄마는 점심시간, 다이소에서 바구니들을 사와 나만이 정해둔 동선에 있던 물건들을 늘어놓았다 생각하여 바구니 안에 물건들을 하나하나 정리정돈해서 넣어두고 있었다.

내 대신 엄마가 내 물건들을 정리정돈 해주는 것에 나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우리의 갈등은 또다시 시작되었다.

정리해주는 것은 좋은데, 내가 사용하는 물건이 꼭 한두개씩은 사라진다는 점이었다.

나는 건들지 않았으니, 엄마에게 항상 나는 물었다.

“엄마, 여기 있던 물건 어디갔어?”

“뭐가? 난 모르지~ 네 물건인데 내가 어떻게 알아”

“아니, 엄마가 전에 내 물건을 바구니에 다 정리해놨고, 난 건들지도 않았으니 엄마가 건드렸을 거 아냐. 그 물건 어딨냐구.”

“아 몰라, 네가 말하는 게 무슨 물건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

그때부터 나는 화가 치솟았다. 왜 엄마가 임의로 내 물건을 정리해놓고 물건이 사라졌을까. 사라졌다면, 기억이 나질 않는다면 같이 찾아봐주거나 아니면 기억이 안난다고 사과라도 해주던가 하길 바랬는데, 엄마의 말은 꽤나 공격적이었던 탓에 화가났다.

“엄마, 물건 정리해주는 건 좋은데, 나도 나만의 물건 두는 동선이 있어서 그 자리에 없으면 찾기 힘들어서 항상 제자리에 둬야해. 근데 물건이 사라졌어. 꼭 말을 그렇게 해야해?”

사실, 이 대화를 하기 전 여러차례 나의 물건을 엄마가 정리하고, 그 물건을 정리에서 어디에 두었는지라도 말을 해주면 괜찮을텐데, 본인이 정리해 놓고 어디론가 치워놓고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한 적이 꽤나 반복되었어서 화가 난 것이었다.

그런 엄마는 기껏 자기 지저분한 거 대신해서 청소해 주었더니, 본인을 나무라고 다그치니 마음이 상하신 거였다.

나는 답답했고, 엄마는 본인의 배려가 다그치는 것으로 돌아오니 맘이 상했다.

그렇게 우리는 같은 전쟁을 치러야 했다.

나는 어린 시절 어떠한 트라우마로 인해 틀에 갇히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다.

엄마는 물건들이 여기저기 밖으로 튀어져 나와 아무렇게나 늘어트리는 것을 보기 힘들어하는 사람이다.

이러니 당연히 서로 정반대의 성격인 탓에 매번 싸울 수 밖에 없지.

서로의 마음을 알면서도 싸울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 한 상황.

그렇게 바구니에 정리하고나니 나는 바구니에 공간이 남아, 같은 계열의 물건을 그 바구니로 옮겨 정리해 넣어놓기 시작했고, 이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그랬더니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더 큰 바구니가 생겼고, 나의 물건들은 바뀐 큰 바구니로 이사를 마친 상태였다.

왠지 또 다시 싸해진 느낌이 들어 물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엄마…”

다시 부글부글 끓어오는 속을 부여잡고 사라진 물건들을 다시 찾기를 반복하는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보란듯이 커져가는 바구니에 나는 물건들을 늘 포화상태까지 넣어두는 소심한 복수극이 반복됐다.


“엄마가 바구니를 키우면 공간이 또 생기고, 그럼 나는 그 빈자리에 또 물건을 채운다니깐?ㅋ 괜찮겠어?”


엄마는 질렸다는 듯 이마를 집고 절레절레 외마디 한숨을 쉰다...ㅋ

우리의 바구니 전쟁.

이대로 괜찮을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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