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멸종시킬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
"이 보고서는 지구 침공을 위해
현존하는 인간의 특성을 분석한 것이다."
첫째, 지구상의 인간들은
먹고 마시고 즐기는 말초적 쾌락과
돈을 '사랑'하는 물질적 욕망을 위해
대부분의 인생을 허비한다
둘째, 소수의 도덕적인 인간들은
절제와 희생이라는 가치를 믿고
멸종될 위기에 있으며
인류에 대한 '사랑'을 실천한다고 한다
셋째, 생물학적으로 모든 인간은
가족에겐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고
타인에게는 지극히 배타적인
이중적인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다
넷째, 젊은 인간들은 번식기가 되면
서로 만나, 시간과 돈을 충동적으로 사용하고,
대부분 상처뿐인 '사랑'이라는 행위를 통해
매우 소모적인 메이팅을 시도한다
다섯째, 인간들은 가족을 구성하기 위해
서로의 자유를 제한하고 책임을 부가하는 결혼을
'사랑'의 서약이라는 명분으로
힘들게 해내고 후회하기도 한다
여섯째, 인간 사회에서는
돈과 권력만을 '사랑'하는
이기적이고 야만적인 인간이
존재하고 활동하도록 허용한다.
그 결과
돈 많고 힘 있는 개체들은
다른 개체의 소유와 권리를
하나라도 더 빼앗으려고 공격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매우 잔인한 방법으로 서로를 죽이기도 한다
일곱째, 그런 인간조차도
삶의 마지막이 다가오면, 죽음을 두려워하고
자신의 침상을 지키고, 사후를 돌봐 줄
자식들의 '사랑'을 바란다
결론적으로,
지구상의 인간들은
원시적 욕망의 지배 하에 살고 있으며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는
'사랑'을 필수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구를 무력으로 침공하는 전략보다
인간의 동물적 욕망을 자극하고,
서로 '사랑'하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
인간들은 멸종시키는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된다
"이 보고서는
우리가 지구를 생각보다 손쉽게
정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류라는 거대한 집단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원시와 고대, 중세, 근대를 거치며, 야만에서 문명으로 옮겨 왔지만, 인간의 본성은 바뀐 것이 없다. 인류는 역사를 통해,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었다고 믿지만, 이 사회는 변화할 뿐, 더 나아지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 굶어 죽는 사람, 전쟁으로 죽는 사람이 다소 줄긴 했지만, 코로나 감염병으로 인한 질병 사망자의 수는 여전하고, 무엇보다 우울증과 상대적 박탈감으로 불행해지는 사람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인류가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다행히 대한민국은 수십 년의 노력으로 엄청난 사회적 발전을 만들어내고, 성장과 풍요를 맛보았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내부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인류도 마찬가지로 내재된 사회 문제를 풀지 못한 채로,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것이 기술적인 것이든, 정치적인 것이든, 정신없이 달려간다. 그것만이 인류가 생존하는데 최선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열심히 달리는 것보다,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방향성에 대해 깊이 고민할 시간이다. 무엇을 위해서, 왜 가고 있는지는 고민해 보아야 한다. 정치의 형태도, 기후 문제도, 통일의 시기도, 개인의 행복을 위한 성취도, 가족들 간의 사랑도.. 과연 인류가, 아니 내가 어디서 출발해서, 어디를 향해 가는지 점검해야 한다. 만일 목적 없이 달리기만 한다면, 나를 포함한 인류는 욕망이라는 기차에 실려 낭떠러지를 향해 갈 수도 있다. 어느 순간 스스로 멸망할 수도 있다.
2025년, 전쟁과 정치적 폭력이 세계의 질서를 흔들고 있는 이 시기에, 지구를 노리는 외계인의 침공이 발생하면, 과연 지구인들은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까? 인류가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을까? 인류는 생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종족일까? 외계인의 눈으로 본 지구인은 어떤 존재일까?
우리의 후손들이 안전한 지구에서 오랫동안 살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