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담쓰담

나에게 해 주고픈 말

by 아름다운 관찰자

긴 연휴 끝에 드디어 담당 교수님을 만났다. 교수님은 보호병동에는 인력이 빠져 아이가 위험해서 안된다고 딱 잘라 말씀하셨다. 지금처럼 개방병동 일인실에서 보호자 상주하에만 가능하다고 하셨다. 비용부담을 드려서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하셨다. 그렇지만 우리 부부가 보는 것과 달리 아이는 나아지고 있다고 보셨다. 처음 보호병동에 입원했을 때보다 그 충동의 강도가 줄어들고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충동 조절을 위해 새롭게 ADHD를 치료하는 약을 쓰기 시작했는데 아이도 괜찮아해서 용량을 주의해서 조금씩 올리고 있다고 하셨다. 아이가 전에 보호병동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 부모는 보지 못해서 잘 모를 수 있고 아이는 굴곡이 있지만 좋아지고 있고 지금 정점을 지나고 있다고 보셨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아이가 전에는 교수님을 볼 때마다 날마다 죽고 싶다고 울었는데 지금은 그런 적은 없었다. 대신 갑작스러운 발작과 함께 폭력을 휘두르면서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자해행동을 부모 앞에서 계속하는데도 좋아지고 있다고 봐야 할까?


"교수님, 제가 많이 지쳐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엄마가 아이를 돌보아야 하는데 벌써 지치면 어떡해요?" 그럼 나가 죽으라고 해야 하냐고 나에게 되물었다. 난 그런 말이 아니었다. 다른 하급 보호병동으로 가야 하는지 전기치료를 하는 곳으로 가야 하는지를 물어보고 싶었다. 교수님은 둘 다 그럴 생각이 없으셨다. 아이가 살아만 있으면 반드시 좋아지니 옆에서 24시간 붙어 있어 살려만 놓으라는 말을 다시 하시면서 엄마, 아빠 말고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으니 아빠가 일하러 가야 하면 엄마인 나보고 끝까지 아이를 책임지라는 뜻이었다. 내가 힘을 낼 수 없는데 어떻게 더 힘을 내어 아이를 지킬 수 있을까요? 나의 마음에 우울과 답답함, 그리고 분노가 쌓여 있어 아이에게 웃어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자신이 없는 거예요... 나는 복잡하고 어지러운 정신을 붙잡고자 병실에서 남편과 밥을 먹고 작은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내가 다니는 정신과에 들려 약을 용량을 높여 다시 처방받았다. 이번 주 일요일에는 남편과 교대를 해야 해서 약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어떻게든 정신을 다잡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교수님의 말을 믿기로 했다. 아이가 좋아지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그동안 나와 남편이 아이에게 쏟아부은 정성이 헛되지는 않았나 보다. 아이는 부모가 자기를 끝까지 붙들고 놓지 않을 것을 믿으니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처럼 그동안 쌓인 분노가 쏟아져 나왔나 보다.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아이가 교수님을 믿고 있고 교수님을 신뢰하고 있다. 이 이상 더 좋은 의사 선생님을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교수님도 아이뿐 아니라 아이의 부모도 자신을 믿어야 아이가 나을 수 있다고 오늘 면담 때 말씀하셨다. 교수님이 아이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는 것처럼 나 또한 그럴 것이다. 난 또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난 나를 믿는다. 아이는 나을 것이다. 난 아이 옆에 언제까지나 함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몰랐던 부분은 알아갈 것이다. 다시 힘을 내어 본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수고했어... 그리고 넌 너무나 잘해왔어... 앞으로도 잘할 거야" 하고 나의 어깨를 토닥토닥해 주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분명히 말할 것이다. "죽는 것은 절대 안 돼! 몸을 상하게 하는 것도 절대 안 돼! 엄마, 아빠는 너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으니까 원하는 것이 있다면 믿고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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