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밝은 슬픔 18화

축사 예배 모임

우리 가정을 향한 메시지

by 아름다운 관찰자

축사 예배를 위해 장소는 에티오피아에서 오신 목사님이 정하셨다. 서울 왕십리에 있는 순복음 교파에 속하는 작은 교회였다. 그곳에서 사역하시는 여자 목사님이 우리를 먼저 맞이하여 근사한 회정식을 점심으로 대접해 주셨고 아이도 맛있게 잘 먹었다. 아이는 점심만 먹고 예배는 참석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여자 목사님이 축사 예배를 인도하실 목사님이 에티오피아에서 오셨고 '너를 위해' 서로가 다 같이 모이기 어려운 자리를 이왕 마련했으니 참석은 하고 가자고 설득하셨다. 교회에서 집사님들이 내어 오신 수박과 냉커피를 먹고 있으니 목사님이 당도하셨고 짧은 인사와 소개를 주고받은 후 잠시 있다가 예배를 인도하셨다.


예배는 보혈찬송으로 시작되었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예배가 시작되자마자 맨 뒤쪽에 앉아 있던 아이는 못 견디고 일어나 나가려 했다. 발작이 시작된 것이었다. 강대상에 계셨던 목사님은 아이에게 다가와 아이의 머리에 손을 얹고 '방언'으로 기도하기 시작하였고 우리를 기도해 주시기 위해 모인 집사님들과 같이 오셨던 목사님의 가족분들도 함께 기도하며 모두 한 목소리로 보혈 찬송을 크게 부르며 힘을 보태셨다. 욕을 심하게 하며 폭력적으로 변한 아이를 남편은 꼭 붙들었고 나도 목사님과 함께 아빠와 아이의 등에 손을 얹고 통성으로 그리고 간절함으로 기도했다. 아이가 방언으로 강력하게 축사 기도하는 엄마의 모습을 처음으로 보고 그만해 달라고 나와 아빠에게 사정하였지만 나는 아이 안에 있는 어둠의 영을 좇아 내기 위해선 뒤로 물러설 수 없었다. 대학 시절 축사 예배와 기도회를 경험했던 나는 아이가 이럴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남편에게도 알렸고 설사 아이가 저항하더라도 끝까지 합심해서 함께 하자는 합의를 우리 부부는 전날 밤에 한 상태였기에 아이 아빠도 아이의 사정에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눈물과 땀이 온몸에 범벅이 되었지만 다정하게 안으며 아이를 붙들었다.


그러나 보통 예수의 이름으로 보혈을 의지하여 축사 기도를 시작하면 나타나기 마련인 '어둠의 영'은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아이는 얌전해져서 바닥에 그대로 드러누워 목사님의 안수 기도가 끝나기만 바랬다. 이윽고 목사님은 예배를 마무리하시면서 특별히 아빠의 신앙 회복을 위해 남편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하셨다. 하나님이 우리 가정을 사랑하시고 아이가 아빠와 강하게 연결이 되어 있기에 아빠의 신앙이 회복되면 아이는 저절로 좋아진다는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아이에게 다가가 아이의 어린 시절 마음과 정신이 아파서 보듬어 주지 못한 것을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고, 아이가 자기 안에 이미 있는 주님이 주신 생명의 빛(영생)을 끝까지 붙들기를 소망하였다. 아이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무 말이 없었고 얌전하게 집까지 왔다. 그리고 목사님이 주신 용돈으로 머리를 자르러 동네 미용실을 가자고 했다.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은 더 이상 꺼내지 말자고 했다. 다음날 저녁, 아이가 집에 있기 힘들다고 병원에 외박 신청한 날짜보다 일찍 가겠다고 해서 대구까지 데려다주었다.


축사 기도를 하신 목사님이 며칠이 지나 전화를 주셨다. '어둠의 영'이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아이 안에 있는 영화 베놈과 비슷한 모습을 한 형체를 보았고 모두가 아이를 붙들고 끝까지 기도하자 꼬리를 내렸다고 하셨다. 자기의 경험상으로도 어둠의 영이 한 번에 깨끗하게 나가는 경우는 잘 없지만 이미 이긴 싸움이기 때문에 계속 기도하자고 하셨다. 그리고 아이보다는 남편의 신앙이 세워지기 시작하면 아이는 어느 순간 저절로 좋아질 것이라고 격려해 주셨다. 하지만 나는 방언으로 축사 기도를 하는 나의 모습과 예배를 처음 경험한 남편이 어떨지 물어보기가 주저가 되었다. 남편이 별말이 없는 것을 좋은 신호라 여겼다. 어찌 되었든 결국 선택은 본인의 몫이라 여겨져 그 주에 주일 예배도 강요하지 않고 혼자 갔다. 남편은 축사 예배가 있기 하루 전날 어머님이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아이가 토요일 저녁에 병원으로 다시 들어가자 주일날 아침 일찍 시댁이 있는 광주로 가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1부 예배를 일찍 드리고 올 테니 같이 가자는 나의 말을 뒤로하고 남편은 혼자 내려갔다.


P.S. 기독교 일반적인 예배 형태가 아닌 다소 특수한 예배를 드린 경험과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을 조심스럽지만 적었습니다. 독자님들 따라서는 무척 낯설고 거리감이 크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이라 주저가 되었지만 아이를 낫게 하기 위해서는 뭐라도 하고 싶은 '부모의 간절한 바램'이라 여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