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퇴출, 그리고 부산으로
대학병원에서 아이가 잘 지냈으면 좋았으련만 아이는 삼사일이 지나자 또다시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뇌전증과 우울증 약을 계속 동일하게 잘 먹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옷을 벗으라는 환청 비슷한 목소리가 들린다면서 옷을 벗는 행동을 처음으로 했다.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스스로 안정실로 들어갔으면 괜찮았을 테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먹고 너무 토해서 의사가 수액을 처방해 주었는데 바늘을 뽑아 자기 팔을 세게 두드려 가며 피를 뽑아 멍이 시퍼렇게 들 정도였다. 급기야 그런 아이를 안정실에 강박하려다 아이를 그동안 딸처럼 보살펴 주시던 보호사님의 손가락의 인대가 크게 다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의사는 그동안 아이가 자꾸 약속했던 선을 넘으려던 일들을 여러 번 봐주시다가 이 일을 계기로 대구에 있는 병원으로 다시 전출을 요청하셨다. 보호사는 담당 교수님께 교수님의 환자를 지켜드리지 못해 사과를 드렸고 아이는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는 보호사님을 다치게 해 무릎을 꿇고 사과를 드렸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착잡한 심정으로 아이를 데리고 대구로 향했고 담당 의사 선생님이 당연히 입원 결정을 내리실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는 의사 선생님 앞에서는 환청이 아니라 반항심으로 옷을 벗었다고 말했고 자기는 부모의 간섭을 벗어나 막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같이 병동에 입원해 있었던 대학생 언니에게 손절당해 폭발하여 대학병원에 입원하였던 아이에게 의사 선생님은 사람이 그리우면 병원을 오지 말고 차라리 신천지로 가라고 했다. 사람을 열정적으로 끌어당기는 신천지 사람들이 정신 병원에 있는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건강하지 않겠느냐고 까지 말씀하셨다. 그리고 우리 부부에게는 아이를 일단 자유롭게 생활하도록 당분간 지켜보자고만 하시고 우리를 내보내셨다. 그 주에 나는 대학 시절 교회 청년부에서 친하게 지냈던 동생이 미국에서 20년 가까이 지내다가 한국에 잠깐 들어와 있었는데 부산에 구경 오고 싶어 했기에 친정 부모님이 계시는 부산집으로 초대를 해 놓은 상태였다. 그래서 남편만 집으로 돌아가고 아이와 난 부산으로 향했다. 아이를 친하게 지냈던 동생 부부에게도 보여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고 아이도 외갓집에 가는 것을 원했기도 했다.
외갓집에 간 첫날밤은 잘 지냈고 아이와 난 미국에서 온 동생 부부와 미국 초등학교를 졸업한 딸을 배웅하러 나갔다. 친정 부모님 집에서 모두 같이 점심을 먹고 난 후에 아이들은 날이 너무 더워 집에 남길 바랬기에 나와 동생 부부만 부산 해동 용궁사로 구경 나갔다. 그 사이 영어만 쓰는 동생네 딸아이와 영어로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던 나의 딸은 조금씩 친해진 것 같았기에 대구 의사의 말도 있어 둘이서 알아서 자유롭게 놀도록 놔두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아이와 신나게 놀았던 그날 밤에 사달이 일어났다. 아이는 외할머니 품에 안겨 할머니 너무 힘들어 나 좀 살려줘 하면서 할머니 품에 안겨 울더니 안 되겠는지 일어나 아티반 다섯 알을 먹었다. 그렇게 반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이는 진정이 되질 않아 비몽사몽 상태에서 볼펜을 꺼내 팔에 피를 내려는 자해를 시도했다. 할머니는 너무나 놀랬다. 지난 3년가량의 아이의 상태에 대해 나의 부모님께는 전혀 말씀드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침 그때는 동생네 가족이 모두 복도 끝 손님방으로 자러 들어갔기 때문에 동생네는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이의 자해 행동이 계속되어 아이가 더 이상 못하게 볼펜을 뺏자 아이는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고 마침 기말고사를 끝내고 부산으로 합류한 둘째 아이가 있었기에 나는 둘째에게 빨리 보이는 칼들과 가위들을 치우라고 했다. 나와 아이는 실랑이를 벌였고 아이는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 119를 불러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현관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도착한 119 대원들은 바닥에 누워 있는 아이를 발견했고 아이의 발이 엘리베이터에 걸쳐 있었기에 발을 옮기려는 행동에 아이는 발작하여 대원들에게 제압당했고 소리를 질렀다. 사태의 심각성을 안 구급대원은 112에 신고했고 곧이어 경찰이 출동했다. 이 모든 일을 집 안에서 cctv로 지켜보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자신의 손녀딸의 행동에 충격을 받으셨다. 나는 둘째 딸과 그 모두 앞에서 결정을 해야 했다. 근처 정신병원으로 응급 입원시키느냐 그 밤에 사설 119를 불러 100만 원이 들더래도 자신이 다녔던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자는 아이의 요구를 들어줄 것이냐를 선택해야 했다. 당연히 상식적으로 근처 2차 정신병원으로 응급 입원을 시켜야 했으나 나는 대구에 있는 병원으로의 이송을 원했다. 하지만 대구의 정신병원은 밤에는 응급 입원이 되지 않았다. 나는 심란한 마음으로 아이를 일단 달래려는 목적으로 구급대원이 건네어준 사설 119 전화번호를 받아 들고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전화를 했더니 사설 119는 정신질환자는 당장 밤에 이동이 어렵고 아침이 되어야 한다고 했고 아이는 그 상황이 받아들여졌는지 아빠에게 전화해 다니던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게 부산까지 아침 일찍 자신을 데리러 오라고 했다. 그리고 바로 잠이 들었다. 아! 얼마나 다행이었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