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사랑 05화
라이킷 67 댓글 20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사랑하는 여인에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드리는 다섯번째 사랑시

by 김숲 Feb 11. 2025



 사랑하는 여인에게     


                                   김숲


창백한 달빛처럼

가여운 영혼을 지닌 여인이여

왜 잠을 이루지 못하나요

지아비 가는 곳 어두워질까

다칠세라 넘어질세라

소원을 비는 당신을 위해

수면에 좋은 허브차 한잔 가득 담습니다.

이 따뜻한 차(茶)를 마시고 푹 주무세요.     


문으로 다가오는 저 어둠을 겁내지 마요

당신의 사랑은 천년을 돌고 돌아

달빛을 타고 유유히 흐릅니다.

창문을 부술 듯한 저 바람을 겁내지 마요

아름다운 영혼을 지닌 여인이여

당신이 잠을 이룰 때

그대가 꾸는 꿈은 고고한

사랑의 달빛이 되어 빛납니다.     




 생일을 맞아 가족여행을 하면서 운전석 옆자리에 앉아 남편의 모습을 보니 희끗희끗 흰머리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토끼 같은 처자식을 경제적으로 부양하느라 20년 넘게 조직 위계가 엄격한 직장을 다니면서 묵묵히 버텨준 남편에게 그동안 참 소홀했다.

남편은 아이들을 끔찍하게 사랑하는 반면, 아내인 나에게는 달달하고 다정한 멋이 없는 상남자 스타일의 무뚝뚝한 성격이다.

나이가 동갑에 스무 살 때 만나 연애를 9년이나 하고 결혼을 했으니, 남편이 어렵지 않고 친구 같아서 남편에게 함부로 대할 때가 많았던 것 같다.  나도 이제 철 좀 들어야겠다.




정읍사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어긔야 즌 대를 드대욜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긔야 내 가논 대 졈그를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정읍사’는 현전하는 유일한 백제 가요로 고려 시대 백성들 사이에서 속요로 즐겨 불리다가 훈민정음이 창제되며 한글로 기록되었다.

행상을 나간 남편의 안전을 기원하며 달에게 소원을 비는 여인의 노래 ‘정읍사’를 해석하면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정읍사를 현대어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달님이시여, 높이높이 돋으시어

아! 멀리멀리 비치시라!


시장에 가 계신가요

아! 진 곳을 디딜까 두렵습니다.


어디에든 짐을 놓고 가세요.

내 님 가는 곳이 어두워질까 두렵습니다.

  

이전 04화 사랑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