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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연재23

by 이종열 Feb 22. 2025

《달항아리 연재23》

내 욕망의 시계추는 오늘도 결핍과 과잉을 오가며 행복을 좇아가고 있습니다. 인간은 부족해도 넘쳐도 고통을 느낍니다. 행복은 결핍을 넘어서고 과잉되기 전 그 단계에 있다고 합니다. 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라는 뜻입니다. 배고픔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한끼 굶어보면 압니다. 결핍에서 오는 불행입니다. 한 삼일 굶다가 과식해 보면 압니다. 배부름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를. 저는 약간 모자란 적당히 배부른 상태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사람들은 약간 다른 시각으로 보는 사람을 좀 멀리하려 합니다. 동질성을 가지고 같은 방향을 보는 걸 좋아합니다. 그러나 세상의 발전은 다른 눈을 가지고 약간 다르게 보는 사람들에 의해 발전해 왔습니다. 이 말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역사적 사실입니다.

누군가가 ‘당신 좀 삐딱해 보입니다.’라고 말하면 좋아할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이 지구상에 사는 사람 중에서 삐딱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 절대적 사실입니다. 왜 그런지 과학적 사실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인간은 모두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고 있습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지구는 하루에 한 바퀴씩 자전을 합니다. 그런데 그냥 도는 것이 아니라 자전축을 중심으로 돕니다. 그런데 이 자전축이 북극성 방향으로 23.5도 기울어져 있습니다. 지구는 이 자전축을 중심으로 약 24시간에 한 바퀴씩 도는데, 북극점에서 보면 시계 반대 방향, 남극점에서 보면 시계 방향으로 돕니다. 또한 궤도면에 대해 대략 66.5도 정도 기울어져 있어 일년 단위로 온도나 계절이 바뀐다고 합니다.

만약 지구가 삐딱하게 기울어지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요? 계절이 없어집니다. 계절은 태양빛이 지면에 비추는 시간과 각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따라서 계절을 결정하는 것은 태양이 아니고 전적으로 지구입니다.

가로등이 항상 그 자리에서 비추는 것같이 태양은 그 자리에 있습니다. 오가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밝기가 결정되는 것과 같습니다.

지구 자전축이 기울어 있지 않으면 밤낮의 길이는 각 지방의 위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 말인즉슨 1년 내내 변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삐딱하지 않다면 얼마나 삭막한 사막이 될까요? 사람이 완벽하고 로봇처럼 똑같이 반응하고 행동한다면 얼마나 무미건조할까요? 내가 이해하기 어려워도 타인의 4차원이 이 세상을 풍요롭게 만듭니다.

바람과 해수의 흐름도 단순해집니다. 이렇게 되면 지구는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가혹한 행성이 될 것입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대한민국에 살면서 우리는 지구의 삐딱함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창문이 열려 있어야 바람은 순환합니다. 닫혀 있으면 공기의 흐름은 멈춥니다. 바다는 지구의 큰 창문입니다. 바람은 이 창문을 통해 오고 갑니다.

바다가 살아있는 것은 순전히 바람과 파도 때문입니다. 연중 세계 도처에서 태풍과 사이클론과 허리케인이 바다를 살아 움직이게 만들고 있습니다. 만약 지구가 삐딱하지 않다면 제일 큰 바다인 태평양이 중동의 사해가 되었을 것입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반복된 일상과 폐쇄된 공간에서 사는 곳이 감옥입니다. 삐딱함이 틈새를 만듭니다. 이 바람 구멍을 통해 햇볕이 들어 갑니다. 여백의 공간이 만들어지고 그때부터 사람은 숨을 쉽니다.

태양계 행성 중에서 수성의 자전축은 0도라고 합니다. 계절이 없다는 말입니다. 미래에 과학의 발전으로 화성에 인류가 거주할 수 있다고 해도 나는 절대로 화성인으론 못 살것 같습니다. 천왕성은 자전축이 궤도상 97.77도로 기울어져 있어 한 쪽 극이 거의 태양을 향한 상태에서 돕니다. 심지어 금성은 아예 177.4도나 기울어져서 해가 서쪽에서 뜬다고 합니다. 난 절대 이곳에서도 못 살거 같습니다.

만약 이 행성들에 사람들이 살 수 있다면, 수성인은 완전 답답한 벽창호가 아닐까요? 천왕성인과 금성인은 완전 8차원의 인간이 아니겠습니까? 완전 반듯한 화성인가 함께 산다면 얼마나 숨이 막힐까요? 적당히 불완전하고 삐딱한 지구인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합니까?

23.5도 삐딱한 지구인들과 살아도 4차원의 인간들은 서로 견디기 어려워합니다. 그런데 8차원의 금성인과 살게 된다면 완전 미쳐 버리지 않겠습니까? 나는 이 지구에 살게 된 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합니다.

달항아리 이야기에 ‘왜 삐딱함을 이야기 하느냐’며 의아해 하실 분이 있을 것입니다. 오늘 소개할 달항아리가 바로 『선입술 지구본 팔각달항아리』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첫눈에 딱 보고 날 닮아 삐딱한 이 달항아리를 큰 위안을 얻었습니다.

‘야, 넌 좀 엉뚱해’, ‘넌 좀 사차원이야!’ 이런 말을 들으시는 분들은 이 달항아리에서 동질감을 느낄 것입니다.

높이(키) 48cm, 몸체지름 44.5, 입지름 21cm, 밑지름 16cm로 지구본처럼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살짝 기울어 있으나, 형태 면에서 정월 대보름에 가장 근접한 달항아리입니다.

이 달항아리는 개인 소장의 보물 1439호와 디 아모레뮤지엄의  보물 1441호와 같은 선입술을 가졌습니다. 수직에 가까운 입술은 단아해 보이고, 그 입술의 두께는 일정합니다. 입과 굽이 비교적 높고 입지름이 밑지름 보다 큽니다. 들어보면 달항아리 중에서 몸체가 두껍고 무거운 편에 속합니다. 유하체에 물레자국이 온몸에 둘려져 있는데, 햇빛에 반사된 그림자에도 보일만큼 선명합니다.

지금보다 십 년 젊었던 나는 『선입술 지구본 팔각달항아리』 이 달항아리를 보면서 ‘돈’ ‘꿈’ ‘사람’ ‘부자’란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돈도 물건이다

무언가를 사기 위해 필요한 물건이다

사고가 나도 사람 안 다치면 그만이고

강도가 들어도 사람 안 상하면 그뿐이다

통장에 아무리 큰 숫자가 찍혀 있어도

배고플 때 따뜻한 밥 한 그릇만 못하고

목마를 때 시원한 물 한 사발만 할까

돈도 물건이다

무언가를 사기 위해 필요한 물건이다

꿈을 사자

영혼을 가득 채울 그 꿈을

결코 한 순간도 가난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 마음을 사자

긴 인생길을 채울 그 마음을

켤코 한 순간도 외롭지 않을 것이다

진짜 부자는 가진 돈이 적어도

돈을 부릴 수 있는 사람이다

꿈을 사고 사람 마음을 사는 일에

돈 부리는 걸 주저함이 없을 때

비로소 부자가 된다


천편일률적인 세상에 산다면 얼마나 숨이 막힐까요? 야생동물은 절대 애완동물로 길들여지지 않습니다. 바람과 구름은 가둘 수 없습니다.

나는 다양성을 가로막는 전체주의를 싫어하고, 인간의 자유를 속박하고 통제하는 공산주의를 혐오합니다. 다른 사람의 삐딱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합니다.

이 땅이 척박하다 느끼는 사람이라도, 우리는 모두 살만한 지구에 살고 있습니다. 삐딱함은 우리 삶의 조화로운 불협화음이며, 각자의 개성을 비추는 달빛입니다. 이 달항아리처럼, 우리의 삐딱함이 서로에게 웃음과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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