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흉부 X-선 촬영 검사상 고립성 폐결절이 발견되었다며, 대학병원에 가서 CT 촬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의사가 작성해 준, 대학병원에 제출할 소견서를 받아 들며 진우는 생각했다.
'설마... 엄마가 걸렸던 병이 나한테도 온 건가.'
불안한 마음에 걱정이 앞섰지만 애써 고개를 저었다.
집으로 돌아간 진우는 노트북을 켜고 늦은 시간까지 폐암에 관한 모든 정보들을 검색해 보았다.
인터넷에는 한국인의 사망 원인으로 암,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 고혈압 등이 가장 많다고 나와 있었다.
그중 압도적으로 사망률 1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암이라고 했는데, 암 중에서는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높다고 했다.
'음... 사망률 1순위...'
사망이라는 글자를 본 순간, 진우는 심장이 멎을 만큼 가슴이 섬뜩해졌지만, 아닐 거라 고개를 흔들며 다시 인터넷이 알려주는 정보들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폐암의 종류는 암세포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소세포 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뉜다고 했다.
'소세포 폐암'
그 글자를 본 순간, 돌아가시기 직전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던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진우가 어린 나이에 돌아가신 탓에 진우는 엄마의 병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아빠와 아빠 친구 통화에서 엿들었던 병명은 바로 그 소세포 폐암이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한참 뒤에도 아버지에게 엄마의 병명을 굳이 묻고 싶지 않아서, 진우는 엄마의 병명이 소세포 폐암 정도인 것만 알고 있었다.
소세포 폐암은 악성도가 높아서, 발견 당시에 이미 림프관 또는 혈관을 통해서 다른 장기나 반대편 폐 등으로 전이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소세포폐암은 급속히 성장하고, 대체로 암 덩이가 큰데, 소세포 폐암 환자의 대부분은 흡연량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글귀를 보자, 잠시 흡연을 했던 군복무 시절이 떠올랐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는 동안 학교 내의 호기심 많은 친구들 몇몇 중에는, 신기하게도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담배를 가지고 다니면서 몰래 피우는 아이들이 간혹 있었다. 진우는 담배 냄새도 싫었고, 그런 친구들과는 어울리지도 않았기 때문에 애초에 담배를 접할 기회도 없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 아빠도 그렇게도 피워대시던 담배를 입에도 안대는 것 같아서, 굳이 몸에 안 좋다는 그런 걸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입대하면서 어느 날 고참이 진우를 불렀다. 같이 담배를 피자는 것이었다.
진우는 담배를 안 피운다고 말했지만, 고참은 말했다.
"기껏 생각해서 주는 건데, 이럴 때는 피는 거야." 라며 한 모금해 보기를 권했다.
힘든 군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해, 진우도 연기를 내뿜으며 스트레스 해소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순순히 담배를 받아 불을 붙여 보았다.
담배를 빨아들이는 순간, 처음에는 매캐했지만, 연기를 내뱉는 동안의 희열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그 이후로도 고참이 한 번씩 담배 한 개비를 챙겨줄 때마다 진우는 거부할 수 없었고, 그런 날을 기다리기조차 했다.
군대 제대 날에도 진우는 편의점에 들러서 담배를 한 갑 샀다. 몸에 좋지 않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손이 이미 머리를 앞서간 것이었다.
그 뒤에도 진우는 담배를 자주 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안 핀다고 할 수 만도 없는 일상들을 이어갔다.
그러다 찬희와 결혼을 하고 몇 달 뒤, 기침이 심해서 병원에 갔더니 폐렴 진단을 받게 되었고, 의사에게 가족력이 있을 경우 보통 사람들에 비해 폐암 발병 확률이 2~3배는 높다는 얘기를 듣게 된 것이다.
계속 담배를 피우다가는 큰일 나겠다는 생각에, 띄엄띄엄 피던 담배는 이후로 완전히 끊게 되었다
물론 폐암의 가장 큰 요인은 흡연이었지만, 직업적 요인도 있다고 정보창 화면에는 나와 있었다.
찬희와 같은 대학교 무역학과를 다니고 졸업 후, 건설자재를 취급하는 무역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진우는 자신이 미세먼지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은가 싶기도 했다.
최근 들어 밤에 자면서도 기침과 가래가 많이 나오고, 이상하게 목소리가 약간 쉰 듯하다 느꼈는데, 혹시나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피 섞인 기침을 많이 하셨던 기억도 어렴풋이 떠올랐다.
폐암의 일반적인 증상과 자신의 증상이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에 뭔가 찝찝한 마음을 금할 길 없었던 진우는 얼른 노트북의 전원을 끄고 덮개를 닫았다.
그리고는 갑자기 피곤함이 급하게 밀려와 침대에 눕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곯아떨어졌다.
너무 깊이 잠들어서 제대로 기억은 안 나지만 꿈속에서 엄마가 보인 것 같기도 했다.
서둘러 예약을 잡은 검사 당일이 되자, 아침 일찍 진우와 찬희는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이른 시간부터 대학병원은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대한민국의 아픈 사람들은 여기에 다 모였나 싶을 정도로 대기실에는 앉아 있을 자리조차 찾기가 힘들었다. 북적이는 사람들 틈을 헤집고 겨우 의자에 앉으며 찬희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