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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다시 일어설게요.

by U찬스


지난주에 친정 엄마가 돌아가시고 오늘로써 10일째가 되는 날이다.

이번 주에는 원래대로라면 "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주제로 글을 쓰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난 10일 동안, 갑자기 가신 엄마로 인해 허탈감과 공허함이 생겨 생각이란 것 자체를 하기 싫었다.

그러다 보니 책 읽기와 글쓰기와 같은 창의적인 일뿐 아니라, 해야 할 일들을 모두 내버려 둔 체 두 손을 놓고 있었다.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내게 평생 잔소리 같은 건 안 하셨던 엄마였다고는 해도, 딸의 이런 모습을 보면 한숨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래서 얼른 정신을 차리고는, 쉬는 날이면 걷던 바다 산책로로 향했다.


뉴스에서는 연일 최저 기온을 기록한다느니 어쩌니 하며 겁을 줬지만, 햇살이 비치는 바닷길은 따뜻하게만 느껴졌다.

그 길을 1시간 이상 걸었다.

이따금씩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리기는 했다.

하지만 바다 물살에 비친 햇살이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워서 그런 고통쯤은 잊히는 것 같았다.

​눈요기와 함께 귀도 호강 시켜 주었다.

나폴레온 힐의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이라는 오디오북을 걷는 내내 들었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보니, 처음엔 책의 내용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나폴레온 힐의 아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어느새 내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나폴레온 힐의 아들은 태어난 순간, 평생 청각장애로 살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의사의 단정 짓는 말을 믿지 않았던 아기의 아버지는, 아들을 일반인과 똑같이 대하면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어른이 된 아들은 보청기의 도움을 받으면서 들을 수 있게 되었고, 자신과 같은 불행이 닥쳤던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바다에 반사된 빛만큼이나 강렬하게 다가온 그 이야기가 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다시 노트북을 펼쳤다.
그리고 며칠 손을 놓아 버렸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다.
지금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서 더욱 좋은 글을 쓰기로 한 것이다.

레이 달리오의 '원칙'이라는 책에 이런 글이 있다.

'진화는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힘이다. 진화는 유일하게 영원한 것이고, 모든 것의 원동력이다.'

인간은 진화를 통해 수백만 년에 걸쳐 갈고닦아온 능력이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되어 있다고 한다.

글을 쓰면서 나는 "진화"라고 하는 우주의 위대한 힘을 믿어 보기로 했다.

"지금 잠시 시련이 닥쳤다고 해도, 더욱 멋진 모습으로 진화하는 나를 찾아보자."

라면서 말이다.

지금 내게 잠시 불행이 다가오기는 했지만, 이 슬픔을 바탕으로 어제보다 더 나아진 나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력만큼은 더욱 단단해지는 나를 그려 보는 것이다.


앞으로 어느 순간 내게 다시 운명의 소용돌이가 찾아올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의 장난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일어설 수 있는 내가 되고자 노력해 보기로 한다.


죽음이 눈앞에 닥치더라도, 지나간 날들이 후회되지 않도록 말이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이 나를 불쌍해하지 말고, 한 세상 재미있게 잘 살다 갔다 말해줄 수 있도록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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