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통재라(嗚呼痛哉).
문우(文友) 문민순 선생님이 10월 5월(음력 구월 초사흘)에 졸(卒)하셨다.
비보에 그저 비통지탄(悲痛之嘆) 수각황망(手脚慌忙) 할 따름이다.
다재다능한 시인이요 수필가인 문우가 이렇게 인사도 없이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다니 가슴 저며오는 아픔에 통곡절망(痛哭絶望)이다. 만고풍상을 견디던 강철같은 의지도 단단한 체력도 병마에 굴(屈)하는 애통함을 참을 길 없다. 인생은 바람에 흩날리는 한 조각 꽃잎이요(一片花飛) 추풍슬슬(秋風瑟瑟)에 아침이슬(譬如朝露)이라 했던가. 참으로 허무한 것이 인생이요 불귀의 길이 저승길이다. 필봉은 움직이나 마음은 침중하기 그지없다.
나와 문우와의 교우(交友) 기간은 일천하다.
글쓰기 수강 후 복도에서 미소로 두어 차례 목례를 나눈 후 3월 14일 자 저자가 서명한 책을 강의실에서 선사받은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6월 18일 몇몇 문우들과 취영루에서 오찬을 하면서 그리고 오며 가며 대화를 나눈 것이 전부다. 내 글 초벌쓰기에 등재된 내 작품을 기쁘게 읽었다는 찬사도 잊지 않았으며 자신의 이력, 문학에 대한 열정, 투병 생활도 소탈하게 얘기했다. 풍만하고 당당한 체격 고운 피부 밝은 목소리에 병이 위중한 줄은 전혀 상상 밖이었다. 아마 이때는 그리 위중하지 않았었을 것이다. 맥주도 한잔하셨으니.
이심전심이랄까 말마디 사이에 녹여있는 뜻을 어렵지 않게 이해했고 함축적이며 적확한 언사에는 문우의 명철한 지성과 완려한 품격이 담겨있었다.
문우의 사무실 방문 요청에 흔쾌히 답했으나 차일피일하면서 방문치 못한 것은 만시지탄이요 후회막급이라 한스럽기 그지없다. 누가 이리 빨리 가실 줄 알았을까.
문상 후 수필집 <<마침표 아닌 쉼표>> 을 읽다 남은 부분을 통독했다. 글은 수려하고 단아하다. 시적 산문이다. 문우의 고민과 성찰을 가감 없이 진솔하게 표현했으며 가정사도 사생활도 담담하게 그렸다. 글 속에 숨어있는 사색과 사물에 대한 직관은 위로와 온정이 넘친다.
갑작스런 소중한 님과의 영원한 작별은 개인적인 슬픔뿐 아니라 문학회의 큰 손실이요 요금단절(瑤琴斷切)이 아닐 수 없다.
지난날의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님의 문학회 활동과 업적을 동료, 후학들이 이어받아 더욱 발전하는 문학회가 되길 기원한다.
천국에 먼저 가서 강남문학회의 터전도 마련할 님의 영전에 깊은 애도와 명복을 빌면서.
갑진년 국화 만향 지절에(菊花滿香之節)
文友 정목영 再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