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요리 도전 시작
남편과 나는 함께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는 데킬라와 고량주를 제외하고는 음식에 따라 잘 어울리는 술을 페어링해서 마시는 것을 즐긴다. 둘 다 술이 세거나 하진 않지만 식사하면서 가볍게 한두 잔 기울이는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 함께 영화나 짧은 영상을 보기도 하고, 노래를 들으며 대화를 나누기도 하면서.
맛있는 요리를 종종 대접해 주는 내 결혼생활 선배인 친구에게 요리법을 물어보면 항상 '이거 너무 쉬워, 할 수 있어!'라는 답변을 듣는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 만들기 어려워 보였던 요리도 마법처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요리 내공이 없다 보니 손이 빠르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은 어려워 엄두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다행히 내가 만든 요리는 뭐든 맛있다고 해주는 남편이 있어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어렵다는 것도 생각하기 나름이고, 요리도 하다 보면 늘겠지.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난 장인이 아니기에 원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재료는 최대한 신선하고, 맛있는 것들로 준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 먹는 요리만큼은 아니더라도 한 숟갈 넣었을 때 행복하게 미소 짓는 표정과 맛있어 참지 못해 나오는 '음~.'소리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비록 요리하는 집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 준비되지 않은 부재료도 있겠지만, 모든 것이 준비되지 않아도 요리는 가능하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레시피에 나열되어 있는 재료들을 보면 시작하기도 전에 부담스러워 도전하고 싶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간과 노력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한 번 해봤던 요리도 레시피를 기억하지 못해서 다시 만들고 싶어도 여러 레시피를 찾아야 하는 일들이 비효율적이고 요리 준비시간을 더 길게하는 원인 같았다. 하지만 내가 직접 만든 방식을 적어두면 다음에 같은 요리를 할 때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무엇보다 이 요리를 선택했던 이유와 어떤 마음으로 준비했는지 일기처럼 작성하면 언젠가 요리가 익숙해졌을 때, 남편과 웃으며 꺼내보는 추억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담아본다.
조금 욕심내어 본다면, 나와 같은 요리 초보이신 분이 요알못 주부의 시도를 보고 함께 도전해 보시는 계기가 되기를. 혹은 매일 고민하는 '오늘 뭐 먹지?'라는 질문에 메뉴를 제안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