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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의 명상록] 들어가며

잔소리 일발 장전

by 이루나

본가에서 한가로이 뒹굴뒹굴하던 어느 날, 책으로 빼곡한 책장이 내 눈에 들어왔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에서부터 대학교 전공 서적까지. 쭉 훑어 내려가던 중 낡은 공책을 하나 발견했다. 귀여운 뿌까가 그려진 공책의 상단에는 커다랗게 '진로탐색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중학교 시절의 학습 노트였다. 진로보다는 일기, 명상 노트, 독후감 그리고 그 시기 나의 흥미가 가득했다. 기억도 나지 않는 마이산 탐방 후기는 나다운 점도 있었고 전혀 나답지 않은 점도 있었다.



공책을 열어보니 첫 장에는 제목과는 다르게 이렇게 적혀 있었다.


<명상록>
3월 21일
제목 : 아이디어가 나를 살린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는 명상 시간이 있었다. 생각을 비우는 명상과는 달리 그때그때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이다. 들었던 내용을 곱씹으며 잘 정돈되지는 않은 생각과 감정을 거칠게 적어두었다. 그 첫 시간의 제목이 '아이디어가 나를 살린다.' 였던 것이다.


20년도 더 되었기에 명상 수업에서 들었던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한 장씩 넘기며 읽으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이 아이가 커서 내가 되었구나. 그때 했던 생각들과 고민이 지금의 나를 이루는 일부분이구나. 그리고 이때 이랬다면, 혹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했다면, 'What if-...'와 같은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이 간질간질해졌다. 잔소리하고 싶었나 보다.


이제는 꼰대세대가 되어버린 내가 중학생의 나에게 공감해 주고 조언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과거 나의 글과 생각을 읽다 보면, 내 안 어딘가 남아있을지 모르는 어렸을 적의 나를 찾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살면서, 성인이 되어가면서 잊힌 그런 '나'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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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