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익혀서 먹기로!
우리 집은 동생이 워낙 고사리를 좋아한다. 동생이 집에 방문하는 날이면 엄마가 특히 분주하시다. 집에서 함께 먹을 고사리도 준비하시고, 동생이 돌아갈 때 꼭 손에 들려서 보내주신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나 역시 덤으로 고사리볶음을 한 아름 들고 온다.
하루는 엄마가 평소보다 높은 톤으로 고사리를 가져가라 하셨다. 최근 울진에서 구매한 고사리가 너무 야들야들하니 손질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엔 집에서 직접 볶아보라며, 완성된 나물볶음이 아닌 건고사리를 대신 담아 주셨다.
건조된 나물을 요리해 본 적도 없거니와 마른 제품이니 오래 두어도 되겠지 싶어 서랍 속에 던져두었다. 통화할 때마다 잘해 먹었는지 묻는 엄마의 질문에 계속 대답을 회피하다가 결국 고사리 무치는 방법을 여쭈었다. "첫째, 뜨거운 물에 담근다."로 시작한 엄마의 신난 목소리에 날을 잡아 고사리나물 반찬을 준비하기로 했다. (요알못에서 요린이로 승급했으니 새로운 재료에 도전해 봐야지!)
사용한 재료
고사리
어간장 2스푼
들기름 1스푼
다진마늘 2스푼
대파 약간
식용유 살짝
깨소금 조금
사용할 만큼의 고사리를 준비한다. 하루 전날 밤에 물에 담아 불려놓는 것을 추천하나, 오랜 시간 불리기 어려울 때는 찬물보다는 뜨거운 물에 불리는 것을 추천!
풀어진 고사리는 물에 다시 삶아준다. 10분 정도 삶은 후 건져 물기를 빼준다.
고사리와 함께 볶을 양념을 만들어준다. 양념은 간장, 들기름, 다진 마늘, 파를 섞어 준다.
고사리에 양념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준 후 간이 배도록 재워준다. (나의 경우 1시간 정도 넉넉히 기다렸다.)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양념한 고사리를 볶아준다. (중간에 간을 보고 혹 싱거우면 간장을 추가하기.)
접시에 옮긴 후 깨소금을 뿌려주면 완성!
고사리는 독성이 있다고 하니 오래 불리는 것이 좋겠다. 나는 이번에 급하게 하다 보니 조금 씁쓸한 맛이 남아있었다. 고사리나물볶음은 어렵기보다는 생각보다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 반찬이었다. 간장과 들기름 향 가득한 고사리는 맛있었고, 엄마의 말씀대로 손질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부드러웠다:)
+덧)
집에 있던 건고사리를 내게 주신 후 엄마는 고사리를 구매하셨던 곳에 다시 전화를 하셨다.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고사리 추가구매를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으로 이제 더 이상 재고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시무룩해진 엄마의 표정이 귀여웠다. 엄마, 남은 고사리는 제가 잘 먹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