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0, 2025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각자 맡은 바를 다하며 바쁘게 지내다가도,

오늘 우연히 서로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0.1초도 오차 없이 정확히 동시에 보냈다.

그녀는 텔레파시가 통했다며 하트 이모티콘을 보내준다.

나에게 우리란 너무 신기한 관계다.


그녀는 운명 같은 사람이어서,

정말 운명이구나- 하고 믿게 해줬다.

비현실을 현실로 만들어주고,

잡힐듯 잡히지 않던 꿈들을 내 손으로 만질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다.


그녀는 만나면 뽀뽀를 많이 해달라고 했다.

그녀는 뽀뽀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예쁘지 않은 구석이 없다.

너무 많이 할 것 같다고, 미리 사과해본다.


우리가 새로운 살림을 차릴 집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일은 너무나 즐거운 일이다.

조금만 하다 보면 시간이 훌렁 간다.


아직 그녀가 오지 않아서, 그녀의 집인데 나 혼자 미리 와있는 느낌이지만,

이제 내일이면 그녀가 도착한다.


그녀가 오는 길은 시간이 더 빨리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녀를 안아주자마자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그녀도 혼자 살던 살림을 계속 청소하고 정리 중이다.

이불 빨래, 냉장고 정리, 싱크대 청소 등 생각보다 힘든 작업이다.

사무실에 들려서 파일도 정리하고, 새로운 삶을 위해 많은 것을 마무리 짓는다.


그녀는 나를 만나기 위해 길고 어두운 터널을 혼자 쓸쓸히 걸어왔다.

내가 준비한 건 작은 꽃다발 뿐인데, 그녀는 나를 빛이라 불렀다.


'저한테 이런 삶을 주셔서 감사해요' 라고 그녀는 겸손하게 말한다.

새 삶을 받음에 감사해야할 사람은 나인데.


'무엇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같이 이야기할 사람이 생긴게 가장 좋다' 고 말해주는 그녀.

그녀에게 그런 사람일 수 있어서 영광이고, 그녀 같은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그녀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대화를 요청하고 넋두리를 한다.

그녀는 무슨 이야기든 잘 들어주고, 지루할 것 같은 이야기도 경청해주고,

무엇보다 남을 급하게 판단하지 않고, 천천히 생각해보는 힘이 있다.

그래서 자꾸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사람이다.


하지만 함께 살게 되면, 나는 내 입을 조금 줄이고, 그녀의 말을 더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말을 너무 재밌게 하고, 유려하게 한다. 듣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런데도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느라, 자신의 말은 충분히 못 뱉은 것 같다.

그녀의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그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날카로운 부분을 좀 더 다듬어야 한다. 그런 일에는 그녀가 적격이고.


그녀가 잠들기 전 말했다.

"나도 이제 마지막 밤이다."


그렇다. 내일부터는 새로운 밤이다.

우리만의 밤.


그녀와 모든 밤을 함께 하리라.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마지막 밤을 혼자 보내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후회 없이 열심히 어제를 정리하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나에게 새로운 삶을 주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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