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산업, 직무, 단 세 가지
필자가 취준생 강연이나 멘토링을 할 때 빼놓지 않고 얘기하는 것이 하나 있다. 본인 만의 스토리텔링을 구성할 때, 기업, 산업, 직무 단 세 가지 키워드만 빼놓지 않아도 합격률이 대폭 상승한다는 것이다.
사실 지원자가 아니라 면접관의 입장으로 취준을 준비하는 건 그리 복잡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철저히 취준생의 입장에서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행동을 하지만, 궁극적으로 면접관의 선택을 받아야하는 존재인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다시 곱씹어보면, 면접관은 어떤 생각으로 지원자를 뽑을까?
당연하게도, 우리 또한 면접관의 입장이 되는 일을 숱하게 겪는다. 한정된 금전으로 전자기기를 사야할 때, 재밌는 영화 중 한 가지 영화를 골라야 할 때, 가고 싶은 여러 여행지 중 한 곳을 선택해야 할 때처럼 말이다. 우리도 무언가를 선택해야하는 순간에 쉽게 노출된다. 한정된 자원으로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골라야 한다. 아무리 배고프다고 해서 최고급 참치와 한우 오마카세를 동시에 먹을 수는 없는 일이다.
잠시 면접관이 되었다고 가정 해보자. 회사에 업무 인력이 10명이 필요한데, 100명이 지원했다. 어떤 기준으로 10명을 골라야 할까? 가장 중요한 세 가지 키워드는 ‘산업’, ‘기업’, ‘직무’이다. 우리는 자소서 항목이나, 면접 질문으로 아래와 같은 질문을 (정말) 자주 받는다.
Q1. [산업] 이 분야를 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가? 이 분야와 관련된 어떤 활동을 했는가?
Q2. [기업]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는가?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가?
Q3. [직무] 왜 해당 직무를 하고 싶은가? 해당 직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가?
위 세가지 질문에 앞서, 필자가 취업준비 방향을 잘 못 잡고 있는 지인들에게 꼭 해주는 말이 있다. 정말 가고 싶은 기업이 있다면, ‘산업’-‘회사’-‘직무’ 세 가지 키워드를 꼭 기억하라고 조언한다. ‘왜 이 분야를 하고 싶은 지’, ‘왜 우리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지’, ‘왜 해당 직무를 하고 싶은 지’에 대한 궁금증만 해결해도, 면접관 입장에선 충분히 구미가 당긴다.
독자 여러분이 기업을 지원할 때 자소서 혹은 면접 자기소개에 이런 떡밥을 미리 던져 둔다면, 대부분의 면접관들이 궁금한 내용은 충족했다고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 지원자가 왜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는지, 직무와 관련해서 어떤 커리어를 쌓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필기 전형이나 서류 전형을 뚫고 온 지원자라고 하지만, 스펙이 최종합격자보다 좋은 경우에도 면접관의 궁금증을 제대로 긁어주지 못해 탈락한 사례가 너무나 많다. 그러고 익명 톡방에 올라오는 글은 ‘옆 지원자 보다 내 스펙이 더 좋았는데 왜 탈락했는지 의아하다.’라는 푸념이다.
어떤 지원자는 A 직무에 지원했지만, B 직무에 더 적합해 보이기도 하고, A회사보다 더 좋은 B회사가 있는데 굳이 A회사에 지원한 후보를 면접관은 이해하지 못한다. 실제로 A회사 입장에선, 이 지원자가 더 좋은 회사인 B기업에도 붙을 경우 B회사로 떠나버리는 리스크를 감수해야하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시간과 돈을 쏟아 선발했지만 결국 회사를 떠날 사람이면 굳이 뽑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직무도 마찬가지이다. ‘일을 해보니 제 적성에 안 맞아서요.’ 라며 떠나버리는 신입사원들도 숱하다. 이건 사실 지원자의 잘못이 아니다. 당장 취준생 때는 어느 기업이든 붙기만 하면 감사한 마음으로 다닐 것 같지만, 일을 해보면 실제로 적성과 너무 맞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지만.) 어쨌든, 이 경우 기업은 기회비용을 날리고, 퇴사자는 시간을 날렸으니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가 둘 뿐인 슬픈 상황이 연출된다.
그렇기에 더욱 기업이 납득할 만한 지원자가 되려면 위의 세 가지 키워드를 꼭 준비하기 바란다. 당연히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노력과 시간을 생각해서라도 말이다.
가장 피해야 할 대답은 ‘이 회사가 업계 최고여서’, ‘이 직무가 인기가 많아서’, ‘이 산업의 미래가 유망해 보여서’ 등 이다. 1장에서도 언급했지만, 어떤 유투버가 취업은 연인간의 구애와 비슷하다고 묘사 하곤 한다. 이성에게 고백할 때 ‘우리 반에서 네가 가장 인기가 많아서 좋아.’라던지, ‘너가 가진 재산이 나의 미래를 유망하게 해줄 것 같아.’ 라는 식의 구애를 하면 거절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아래 내가 취준시절 사용했던 세 가지 키워드 전략을 예시로 들면서 이번 장을 마무리 하겠다.
Q. 지원자께서 금융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금융은 가장 접근하기 쉬운 분야이면서, 가장 어렵기 때문입니다. 금융 산업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얽혀 있는 분야이며, 한편으로는 전문적이고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학창시절부터, 제가 가진 지식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습니다. 금융에 대한 기본 지식을 키우기 위해 하루에 한 가지 금융 용어를 선정해 용어 설명과 사견을 포스팅 하며 구독자들과 금융 지식을 나누었습니다. 또, 금융에 관련한 실무 역량을 키우기 위해 보험 계리 컨설팅 펌 인턴으로 미래에셋생명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제가 가진 디지털 역량을 통해 대한민국 금융 산업의 발전과 국민의 편의에 이바지 하고 싶습니다.
Q. 지원자께서 우리은행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성인으로서 첫 발은 내딛고 우리은행의 고객으로 7년이란 시간을 보냈습니다. 금융인이 되기로 결심한 뒤, 저의 청춘인 20대 전부를 함께한 우리은행에 꼭 입행하고 싶었습니다. 싱가폴의 도심인 마리아나에 있는 우리은행 지점을 보며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움 느꼈습니다. 저는 ‘SAS 분석 챔피언십’ 고객 추천 알고리즘 공모전에서 입상하였습니다. 사용자 중심의 UI를 가진 ‘우리 WON 뱅킹 어플’을 자주 사용하면서,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금융 상품 추천을 구현하면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습니다. 저의 디지털 역량을 통해 우리은행의 발전에 이바지 하고 싶습니다.
Q. 본인이 데이터 분석 직무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통계학과에 진학하여 자연스럽게 빅데이터 분석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전공이 적성에 맞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고, 교수님의 권유로 데이터 분석 학술회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학술회 활동을 하며 컴퓨팅 능력에 한계를 느껴 이를 보완하고자 싱가폴 ‘난양공대(NTU)’의 컴퓨터학과로 교환학생을 떠나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이후 저의 데이터 분석 역량을 증명하고자 ‘ADSP’, SQLD’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였습니다. 파이썬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되어 ‘교육부 주관 빅데이터 청년인재 교육’을 수료하여 본 과정 프로젝트에서 수상하였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데이터 분석이 저의 적성에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 마지막 데이터 분석 직무 문항에 대한 답변은 ‘본인의 단점을 스스로 인지하고’ , ‘극복한 과정’ 두 가지가 잘 녹아 있어 잘 작성된 답변으로 평가받았다.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