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운동을 한지 오늘로 5개월째다. 어제까지 4개월을 꽉 채워서 4개월 1일 차다. 그러니 5개월 차라고 말해도 무리가 아니라고 우겨본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10년째 살고 있는데 지어진 지 20년이 넘은 아파트이다 보니 요즘 트렌드에 맞는 헬스장 같은 것은 없고, 지하주차장은 좁다. 그래도 초중고가 붙어있는데 가장 가까운 아파트임에 젊은이들이 많이 산다.
가성비 좋은 계단운동을 하는 중인데 어제 갑자기 운동지속을 망설이게 되었다. 이래저래 바빠서 저녁 5시 반쯤 계단으로 갔는데. 아뿔싸.
깜깜하다. 대설이 지난 요즘, 해가 너무 짧다. 다른 아파트도 그런지 모르겠다. 우리 아파트는 에너지절약을 한다는 이유로 밤에도 계단은 3층까지만 불이 들어온다. 4층 이상 불을 켜려면 경비실에 연락을 해야 한다. 공용공간에 혼자 운동한다고 불이 켜졌다 꺼졌다 하기도 좀 민폐 갔다.
그래서 어제 생각해 낸 묘책은 실내운동화를 신고서 거실에서 제자리걸음으로 뛰기였다. 맨발로 뛰어봤는데 마룻바닥을 맨발로 뛰니 발에 무리가 오는 듯했다. 때마침 새 운동화를 샀는데 아직 밖에서 신은 적이 없다.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운동한다고 통보하면 끝이지만, 남편에게는 말을 해야 한다. 아무래도 신발소리가 나고, 나름 만보기 기록에 남긴다고 허리춤에 휴대전화를 집어넣은 작은 가방을 메어서 지퍼소리가 난다.
거실에서 간단히 맥주를 마시며 티브이를 보고 있는 남편에게 한 마디 했다.
" 나 지금 뛰려고 해. 괜찮아?"
" 당신하고 싶은 대로 해. "
이 사람, 살면서 많이 느끼는 거지만 의견이 참 없다. 대부분의 것에서 나 하고 싶은 걸 다 하라고 한다. 그럴 줄 알았어. 이사 올 때도 내가 다 알아보고 마지막에 최종 결정할 때 한 번 데려왔으니.
어쨌든 난 이제 겨울이니까 실내운동도 병행하려고 한다. 계단운동과 실내제자리 뛰기 운동은 차이가 하나 있었다. 계단운동은 고강도로 30분 넘게 지속하기 힘들고, 땀이 아주 많이 난다. 이에 비해 실내제자리 뛰기 운동은 운동강도가 약해서 첫날부터 1시간 넘게 뛰었다. 만보기숫자가 널을 뛴다. 땀이 생각보다 안 났지만 만보기숫자에 만족스러움은 귓가에까지 미소가 머금어졌다.
갑자기 하루에 만보이상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지도 않은 운동계획 변경이다.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지만 계획을 변경하더라도 운동을 지속하고자 하는 내 마음은 변화가 없다.
하루 만보 뛰기를 해 볼까?
할까 말까 할 때 운동은 하는 거라고 했다.
일단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