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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곤소곤 Dec 25. 2024

결혼하면 애는 그냥 생기는 줄 알았다.

원하는 것을 바로 얻지 못하는 것


결혼을 했다. 꼭 정해진 규칙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형제들이 있으면 나이 순으로 결혼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겠지만, 혼기가 다들 차면 순서가 어디 있겠는가. 아들만 셋 인 집의 막내아들이 나와 제일 먼저 결혼을 했다. 둘째 아들은 넉 달 후 해가 바뀌는 1월에 결혼을 했다. 나는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임신이 힘들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고, 다음 해에 형님네가 임신을 했다는 소식이 내 귓속에까지 들어왔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숙제 같은 이 일을 형님은 해낸 것이다. 

머리로는 안다. 너무 잘 되었네. 축하를 해줘야지. 이제 나도 조카를 보는구나. 이제 몸 조심해야 한다는 말도 해 줘야지...

머리로만 안다. 가슴은 쿵 가라앉는다. 뭐야... 내가 먼저 결혼했는데... 

먼저 결혼을 하면 먼저 임신을 해야 하는 건가? 순서를 정해놓고 임신을 하는 것도 아닌데... 잠 옹졸하고 속 좁다. 내 속은 이렇게도 밴댕이 소갈딱지였단 말인가. 형님네가 임신을 했다는데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가 힘들다. 말로만 종알종알... 나에게서는 축하한다는 말이 진심으로 나가지가 않았다. 부러움, 시기, 질투 같은 것이 치밀어 오른다. 왜 나에게는 아기가 오지 않는 걸까? 조급하면 안 된다는데 이 불안과 걱정은 나에게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참으로 쉽게도 애가 생기는 것 같았다. 나도 결혼만 하면 내가 원하는 때에 생기겠지 했다. 나에게 아이가 생기고 안 생기고는, 결혼하기 전에는, 아니 좀 더 정확하게는 임신을 시도해 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사람은 참으로 신기하게도 보고 싶은 것만을 보게 된다고 한다. 아이가 1년이 넘도록 안 생기는 나에게 배부른 임산부의 모습이 그리도 많이 보였다. 하늘도 너무 하시지, 저출산 이라면서, 우리나라에 인구가 부족하다면서... 그런데 왜 이렇게 배부른 임산부는 넘쳐나는 건지. 지금 내가 사는 청주는 타 지역보다 산부인과가 많은 편이다. 크고 작은 산부인과가 많고, 임산부들로 가득 찬다. 

고민을 하면서 시간은 그렇게 자꾸만 흘러간다. 


(딴생각 : 어느 누구도 임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은 비혼주의자들도 많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도 있고 많이 변해가는 것 같다. 결혼과 임신은 물론 나와 상대의 선택의 문제이다. 임신을 할지, 안 할지는 선택이겠지만. 임신이 하고 싶은데 못하는 것은 상황이 다르다. 

할지 안 할지를 결정하는 것과 하고 싶은데 못하는 것과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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