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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곤소곤 Dec 25. 2024

고민은 동네방네 소문을 내야 한다

고민해결의 방법은 떠드는 것


간호학원에서 강사로 지내던 때였다. 처음으로 나에게 강사라는 타이틀을 준 교육원은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를 동시에 배출하는 곳이었다. 집에서 임신만을 기다리기에는 무료해서, 그때 마침 나라에서 새로 생긴 국가자격증인 요양보호사 과정을 들으러 갔다. 

처음 상담을 하는데, 직업을 물어보더니 간호사라고 하니, 온갖 이력을 다 묻는다. 나는 어느새 생긴 지 1년도 안 된 이 교육원의 면접을 보고 있었다. 워낙에 사람들과 떠드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내가 말하는 것을 이렇게나 좋아하는 줄은 새삼 다시 느꼈다. 다음 주부터 간호학원 강의를 하기로 하고 여기서 2년 정도를 일을 했다.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다양했구나, 병원에서만 일하는 줄 알았었는데 세상은 넓구나를 새삼 느꼈다.    


청주라는 새로운 지역에서 어디 하나 아는 사람이라고는 남편뿐이던 내게 친구가 되어 준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이 학원에서 내 롤 모델이자 존경하는 간호사인 최서영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 최서영 선생님은 언제나 열정 넘치는 분으로 배울 것이 많은 사람이고 항상 나에게 에너지를 주신다. 고민은 동네방네 소문을 내라는 말이 있다. 나에게는 큰 고민이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해결책이 금방 보일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로 말이 잘 통했던 선생님과 나는 강의 중간의 쉬는 시간에 종이컵에 노란 커피믹스 가루를 뜯어 붓고, 뜨거운 정수기물을 부어서 커피 봉지로 대강 휘휘 저은 믹스커피 한 잔을 호호 불어 마시면서 충전을 하고 있을 때, 슬그머니 얘기를 꺼냈다. 


결혼한 지 1년이 넘었는데 임신이 안 되고, 병원에 갔더니 다낭성이라더니 배란유도제 처방만 해주고 있어요. 임신을 기다리는데.

사실 이런 말은 친정 엄마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이다. 얼마나 걱정하실지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너무 가까운 사람보다는 지인에게 털어놓는 것이 속 편하니까.

처음 이야기를 꺼낼 때는 그냥 내 마음이 그러하니 토닥토닥을 해달라는 정도였지 해결책을 바란 것은 아니었는데, 선뜻 말씀하셨다. 


내가 아는 분이 난임병원에서 시험관 아기 시술받고 쌍둥이 잘 키워~. 한 번 가봐.

어? 시험관 아기시술? 그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그걸 말하는 건가? 난자와 정자를 잡고서 수정시키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어렴풋이 대강만 알고 있는 시험관 아기시술을 말하는 거구나. 살짝 들어는 봤지만, 그렇게 아기를 갖는 방법도 있구나. 생각지도 못했다. 걱정만 했을 뿐...

생각지도 않게 하나의 확실한 정보를 얻었고, 인터넷에 시험관 아기시술에 대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임신을 할 수 있게 될 결정적인 정보를 얻게 되었다. 

그저 내 안타까운 처지를 얘기한 것뿐이었는데, 고급 정보 하나로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잡혔다고 생각했다. 혼자서 고민만 할 때는 눈앞이 캄캄했는데, 이렇듯 해결책은 허무하게도 금방 나와 버렸다. 

그래... 고민은 동네방네 소문을 내야 하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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