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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곤소곤 Dec 26. 2024

꼭 병원에 가야 하는 거야?

계속 기다릴 수는 없어


27살에 결혼한 나는 29살의 나이에 난임 전문병원에 갔다. 흔히 말하는 불임병원에 다녔다. 만으로는 27세이다. 너무 어린 나이에 병원에서 시술을 받은 케이스이다. 

일찍 병원에 가서 진료를 본 것은 잘 한 것이지만, 나 같은 경우는 드물었다. 대개의 경우는 5년이나 10년 정도를 자연임신을 기다리다가, 일반 산부인과에서 배란 유도제를 오래 처방 받고서도 임신이 안 되어서, 결국에 난임 전문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부부들은 나보다 나이가 아주 많이 많았다.  

아마도 내가 간호사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질병이라 치부 할 수는 없지만, 내가 아기를 갖기에는 몸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점을 자각했고, 간호사라서 그런지 병원시술로 해결이 될 수 있으면 병원에 다니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부부들은 이를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한다. 내가 난임인 것을 인정하는 순간 다음 단계로 진행을 하기가 쉬운 것인데, 인정을 하기 쉽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기다리는 길을 선택한다. 자연스럽게 아이가 언젠가는 생기겠지 라는 믿음에 임신이 되면 너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이가 점점 들어가서 임신의 확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병원에 가기 전에 먼저, 남편과 상의를 해야 하는 부분이 남았다. 임신은 나 혼자서 할 수 없는 반드시 배우자와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결혼 하기 전부터 두 명의 아이 출산을 하기로 합의를 한 상태였다. 수많은 정보를 수집한 끝에 나는 남편에게 인공수정과 시험관 아기 시술의 다름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었고, 우리가 앞으로 이런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 대전에 있는 병원에 다녀야 할 꺼 라고 말을 했다. 

남편은 조금 언짢은 듯 보였다. 


굳이 그렇게 까지 해야 해?
응, 굳이 그렇게 까지 해야 해.
그냥 자연스럽게 생길 때까지 기다리면 안 돼?
안돼... 그럼 너무 늦어.    


내가 병원근무를 할 때도 아이가 잘 생기지 않는 직원 남자분이 계셨다. 부부 사이는 좋은 데 아이가 안 생겨서 걱정이라고 하셨다. 거의 10년 가까이 지난 후 아이가 생겼는데 너무 기뻐하시던 것이 생각이 난다. 나도 너무 기뻐서 분만 후에 같이 기뻐하던 생각이 난다. 이 아기는 체중이 약간 작아서 미숙아로 신생아실에 1주일간 입원을 하였다. 보호자분 상담을 굳이 내가 한다고 해서 같이 일하는 간호사의 일을 뺏어가면서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10년을 기다린 끝에 임신을 해서 너무 기쁜 일이지만, 반면에 다른 쪽으로 생각을 해 보자면 10년 동안이나 임신이 안 되어서 얼마나 맘고생을 했을까? 우리 나라 사회의 정서상 임신이 잘 안되면 여자가 더 많이 속앓이를 하게 된다. 그걸 지금 나보고 하라는 건가?




나는 간호사라서 그런지 객관적인 증거자료, 이런 것에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의 상태는 높은 남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다낭성 난포증후군의 진단을 받았고, 남편의 성 건강 상태도 그닥 훌륭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생물학적으로 임신에 대한 부분에서는 그저그런 부부가 노력을 한다고 한 들, 임신이라는 목표에 도달 할 가능성은 낮거나 시간이 오래 걸릴 확률이 높았다. 그걸 이미 알고 있는 상태이고 병원에 가서 시술을 받는 것이 지름길 이라는 것을 아는데, 어찌 그냥 가려고 하는 건가.          

나는 좀 성격이 급한 편이다.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일단 밀어붙이고 보는 편이다. 거기에 비해 남편은 내 마음에 쏙 드는 그런 성격은 아니지만 내가 하자는 것은 왠만하면 동의를 하는 편이기에 그렇게 우리는 병원에 다니기로 했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지만, 우리는 아기에 도달하는 한 발 자국을 뗀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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