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테스터기를 샀다. 성격 급한 나는 2주일이 되는 날 아침에 테스트를 한다. 빠르게 선명한 두 줄 확인. 그런가 보다 하고 확실하게 혈액검사로 확인하러 갔다. 100 이상이면 임신이라는데 7800이다. 병원에 수치를 보니 혹시나 쌍둥이의 가능성을 말한다. 기대를 해본다. 몸에서 계속 37.8~38도를 유지하며 계속 덥고, 후끈하다.
6주에 쌍둥이집 확인.
8주에 쌍둥이 중 한 아이 유산이 되었단다. 흔한 일이지만 처음 겪는 일이다. 내가 울면 아이도 슬퍼하고, 너무 많이 울면 산소가 아이한테 안 간다. 이 말 한마디에 나는 눌 물을 삼킨다. 나중에 울리라. 돌다리도 두들겨보라고 했다. 단골 산부인과 의사에게 초음파로 재확인하러 갔다. 으레 산부인과 진료를 보면 몸무게와 혈압을 재라고 한다. 뱃속 아이의 유산을 확인하러 왔다는데도 간호조무사가 몸무게와 혈압을 재라고 하는데, 나는 아주 낮은 목소리로 저번과 동일하게 써달라고 했다. 솔직히 지금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
너무나 절망적인 상황이다. 남은 아이를 위해서 울음도 참으라는 간호사의 말에 나는 울음을 억지로 삼켰다. 역시나 두 번째의 초음파 상에서도 한 아이의 심장은 뛰지 않았다. 그러면 나는 어떡하나. 간호사인 나조차도 내가 일을 해보지 않은 부서의 아주 상세한 부분까지는 알기가 힘들다. 그러면 수술을 해서 한 아이를 거둬들여야 하는지 고민을 하던 중이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했었다. 내가 자주 찾던 산부인과의 의사 선생님은 여러 진료를 보는 의사 중의 한 분으로 강석원 원장님이다. 이 분에게 자주 진료를 봤던 이유는 섬세하고, 차분하게 설명을 잘해주었기 때문이다. 별 걸 다 물어봐도 무안하지 않게 잘 대답을 해주셨다. 이런 상황에 나는 또 그 원장님을 찾았다. 초음파 진료 후 또다시 같은 진료결과로 실망하고 있는 우리 부부를 가라앉혀 주면서 이런 얘기를 해 주셨다. 쌍둥이의 단점에 대해서 얘기를 하셨고, 쌍둥이는 미숙아로 태어날 수밖에 없고, 워낙에 엄마의 자궁은 한 명의 아기가 자라기에 적당하다면서 남은 아이를 잘 키워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랬다. 우리 부부는 잃어버린 아이에게만 집중을 한 나머지 아직 내 몸속에 잘 살아있는 우리의 소중한 아이를 간과하고 있었다. 이렇게 더 이상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생겨난 이상, 남은 나의 한 아이에게 집중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렇게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원장님은 내가 첫 아이를 낳기 전부터 진료를 봐주셨고, 후에 첫 아이와 둘째 아이의 분만도 해 주셨고, 매년 이루어지는 자궁경부암 검진도 거의 다 해 주시고 계신다. 산부인과 의사는 환자의 몸만 치료해 주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