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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곤소곤 Dec 26. 2024

16주 첫 태동

뱃속에 아이가 없다


어찌나 민감한지 16주 정도부터 예민한 사람은 태동을 느낀다는데, 내가 딱 그렇다. 처음에는 얼마나 신기한지 호수에서 돌수제비 같은 느낌도 살짝 나고 신기했다. 이제는 안정된 줄 알았다.       


20주쯤... 뱃속에 아이가 없다.

2~3일 전쯤부터 감기몸살이 왔는지 몸이 으슬으슬하고, 아팠었다. 아이의 태동이 심상치가 않다. 배를 만지면 배가 볼록하게 올라오는 것이 기분도 그리 좋지가 않고, 배도 묵직했다. 그때는 이미 늦은 밤이었고, 신랑도 불편하면 내일 병원에 가자고 했다. 그때 알아챘었어야 했다, 진통이라는 것을.

 

첫 임신이라서 잘 몰라서 그런 것이다. 계속 안 좋은 기분으로 잠을 청했지만, 배를 만지지 않아도 볼록하게 올라오고 힘이 들어갔다. 새벽 4시 즈음 병원에서, 유산이라는 말을 들었다. 태어나서 정말 하늘이 노랗고, 다리에 힘이 풀린 다는 것이 이런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그랬구나. 초음파가 끝나고 의사는 말이 없었다. 보호자와 같이 들어오라고 했고, 나를 굳이 의자에 앉게 했다. 정말이지 이 아이만은 지키려고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 말이다. 그동안에 몰려왔던 참아왔던 울음이 다 쏟아져 나왔다. 8주 때 쌍둥이 중 한 아이가 유산되었을 때 많이 울지 말라는 말에 삼켰던 울음까지 전부 다 쏟아져 나왔다. 수술을 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다음 분만을 위해서는 유도제를 써서 분만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지도 않게 억지로 약을 써서 진통을 유도해서 질식분만을 했다. 참... 외로운 분만이다. 분만이라 함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엄마는 아이를 밀어내는 만 출력이 있어야 하고, 아이도 나가려고 하는 힘이 있어야 이루어지는 협동인 것인데, 나 혼자서 그것도 약의 힘으로 억지로 가만히 있는 애를 밀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참 유연히 도 산부인과 분만실에서 만난 남편 지인의 부인도 분만 중이었는데, 나는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산부인과는 두 울음소리가 존재한다. 하나는 분만을 하는 엄마의 고통 섞인 울음소리와 신생아의 우렁찬 세상을 향한 울음소리. 이 두 울음소리는 겹치지 않는다. 엄마의 울음소리는 아이가 태어나면 그치게 된다.

나도 분만을 했다. 너무나 힘들게. 이건 누구를 위한 고통인거지? 나는 너무 아픈데, 내 울음이 그친 이 가족분만실에는 아무도 없다. 간호사가 들어와서 남편과 이야기를 나눈다. 내 눈치를 보는 듯이 얘기를 하는데, 나는 나와 내 아기에 대해서 다 알아야겠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 물어보니 16주가 넘은 아이는 화장을 하던지, 장례를 치른다고 한다. 선택을 하라는 건데, 내가 충격을 받을까 봐 신랑 하고만 얘기를 한 것 같다. 직업이 간호사이다 보니 병원의 상태에 대해서 잘 아는 나이고, 생각보다 내가 내강외유라서 잘 견디는 편이다. 신랑과 상의 하에 화장을 하기로 하고, 화장확인서는 집으로 받기로 했다. 내 아이에 대한 것은 나는 다 알아야겠다. 그렇게 나는 두 아이를 보냈다.        


(딴 생각: 이래서 시험관 아기 시술에 대한 에세이가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이렇게나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그 때를 떠올리면 다시 눈물이 난다. 나의 눈물버튼은 영원히 마르지 않을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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