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곤소곤 Dec 26. 2024

유산한 날 저녁

당신은 알지 못 할꺼야


뭔가가 허전하면 먹을 것으로 채운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보통은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음식을 많이 먹어서 비만이 되기도 한다는 말이 이런 경우구나 싶다. 뱃속에 있던 꿈틀거리던 내 아이가 없다는 것을 초음파로 내 두 눈으로 다시금 확인을 하니 헛헛한 가슴은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생각지도 못한 분만을 하고서 기운이 없으니 병원에서 나오는 밥을 다 먹고, 신랑이 사다준 간식을 다 먹어도 배가 부르지가 않다. 그저 가슴만이 먹먹할 뿐이다. 내가 입원한 입원실은 5층쯤 되었는데, 30도 각도 정도로 바깥으로 밀게 되어 있는 구조였다. 다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 가짐을 이 창문이 막아주는구나.      


‘내 신랑은 알지를 못한다. 이 사람은 아무것도 모른다.

남자들이란 다 그런 거지. 자기 몸속에 아이가 있기를 했었나. 몸이 부서지도록 분만을 해 봤겠나.

며칠 전까지 느껴지던 태동까지 느꼈던 나인데...

그 아이 때문에 내 가슴은 무거워지고, 배는 점점 불러왔었는데...

내가 얼마나 막막한지... 뱃속에 품었다가 잃어버린... 엄마가 될 뻔하다가 잃어버린...  이 심정으로 모든 걸 다 놓고 싶었을 때가 있었다는 것을... 당신은 알지를 못할 거야. ’        

우리는 아무 말이 없다. 그저 1인실 독방의 복도에 울려 퍼지는 새 생명의 울음소리만이 가득 찼다. 이토록 아이 울음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지기는 처음인 것 같다. 그 많은 울음소리 중에 내가 달래 줄 수 있는 울음이 하나 없구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