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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별 사탕 Nov 18. 2024

[카카오뱅크] 카드결제 실패

빼빼로데이 아침에 두번씩 날아든 결제실패 문자

아침부터 두번씩 연달아 오는 문자메세지
"카카오뱅크 카드결제 실패"



사춘기 초입의 우리딸은 추운 겨울로 접어드는 11월의 아침, 마치 꽃피는 봄날처럼 설렘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왜 기분이 좋은지 잘 몰랐지만 기분 나쁘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걸 보니 나도 덕분에 기분이 맑아졌다.


학교로 출발하며 현관앞에서 신발을 신으며 딸이 하는말 

나는 빼빼로회사에서 만든 빼빼로데이 상술 같은 것에 넘어가지 않지


내 귓가엔  빼빼로를 사고 싶다는 말로 들렸다. 모르는척 하며 학교로가는 딸을 배웅하고 10분쯤 지났을까? 내 핸드폰에 두번 연속으로 울리는 카카오뱅크 카드결제실패라는 문자가 울린다. 처음 결제하려던 금액은 5,400원 두번째 처음결제할 금액보다 낮은 3,600원 편의점에서 울린 결제 실패 문자에 딸이 빼빼로를 사러 편의점에 갔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부족한 용돈카드를 내밀어 부끄러웠겠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딸의 용돈카드는 내 명의로 된 카카오뱅크 계좌라 카드에 얼마의 금액이 들어있는지 몰랐던 모양이다. 카카오뱅크에 잔액을 스크린샷하여, 문자로 보내주었다. 그러곤 딸아이에게 전화를 한통 걸어 "OO아, 용돈카드에 2550원이 들어있어" 라고 말해주었다. 얼마가 있는지 확인하고 쓰면 더 좋을것 같아~ 라고  이야기 하니 응 알았어~라고 대답한다.


아이와 통화를 마치고 나서 잔액부족으로 편의점에서 두번이나 부끄러웠을 생각을하니 용돈을 더 넣어주어야 했었나? 하는 생각과 용돈을 좀 아껴쓰지 하는 두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내가 학생 때도 용돈은 늘 부족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늘 뭔가 사고 싶었지만 용돈이 부족해서 자주 망설였고, 가끔 친구들처럼 마음껏 사 먹고 싶은 마음에 작은 거라도 더 사면 후회했던 기억이 난다. 그럴 때마다 엄마에게 용돈을 더 부탁했지만, 아빠 없이 홀로 벌어 3남매를 키우는 엄마에게 부담이라 생각이 들었기에부족한 용돈을 더 달라고 말로 표현하지 못할때도 있었다.


딸도 나처럼 그런 상황을 겪고 있을까? 아니면 그 시절 내가 느꼈던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덜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래도 딸에게도 자립적인 관리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싶다. 용돈을 아껴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금전적인 계획과 관리에 대한 생각을 갖는 것 같다.


아직 어린 나이에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자기가 쓴 금액과 잔액을 체크하고, 무엇을 더 사는 게 합리적인지 고민하는 습관을 기르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딸도 좀 더 용돈을 잘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딸이 조금 부끄러워했을 그 상황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경험이 딸에게 좋은 교훈이 될 거라 믿는다. 


어쩌면 나도, 부모님도 다 그렇게 용돈을 주며 성장한 게 아닐까 싶다. 용돈을 아끼고, 부족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면서 점점 더 성숙해져 갔던 그 시절처럼, 지금 딸도 그런 과정을 겪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때의 나에게 조금 더 여유를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다고 그 시절을 바꿀 수는 없으니, 딸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더 나은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조금 더 도와줘야겠다.


용돈을 관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게 자존감이나 자기 조절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딸에게 중요한 가르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그런 생각을 하며, 내년엔 중학생이 되는 딸에게 너그러운 마음과 함께 조금 더 넉넉한 용돈을 챙겨주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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