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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의 여행자 Nov 30. 2024

#소나기마을을 찾아서

_양평

[ 보통의 하루 : #황순원문학촌 #HOUS #두물머리 ]


 사랑이가(가명) 독해력 문제집을 풀며 글(지문)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떤 매력 있는 글이 우리 아들을 유혹했나, 슬쩍 보니 황순원의 '소나기' 작품이다. 재미있냐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럼 우리 양평 가자. 양평에 소나기마을이 있대. 그렇게 우리는 뜻하지 않게 양평으로 향했다.

 

 #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경기 양평군 서종면 소나기마을길 24 산 74

 아침 일찍 비가 왔는지 하늘은 잔뜩 흐리고 11월이라 차디찬 공기가 불어온다. 양평은 초행길인데, 도로 옆으로 강이 잔잔이 흐르고 있다. 지나가는 길에 종종 '래프팅'이라고 써진 가게들과 큰 구명보트들이 즐비되어 있다. 이곳이 여름이면 래프팅 하는 곳이구나. 유명한 핫플이군.

 좁은 길을 굽이굽이 따라가다 보니 넓은 주차장이 나오고, 커다란 돌비석에 '양평군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이라고 새겨져 있다. 황순원 작가가 이곳이 고향은 아니지만, 소설 '소나기'의 마지막 부분에『 어른들의 말이, 내일 소녀네가 양평읍으로 이사 간다는 것이었다. 』라고 나오기에 이곳 양평에 소나기 마을을 건립했다고 한다.

 주차를 하고서 소나기마을까지는 100m 정도 언덕을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는 길에 보니 집 마당에 아궁이가 있다. 아궁이 속에 나무들이 활활 타오르고 있으며 그 위에 가마솥이 올려져 있다. 솥 안에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지 하얀 김이 펄펄 난다.

 "저기 봐봐. 저게 아궁이야. 보이지? 밑에 나무들을 잘라 넣어서 성냥개비로 불을 붙이고, 그 열로 음식을 만들거나 물을 끓이는 거야. 가마솥 봐봐. 엄청 크지?"

 가던 길을 멈추고, 책의 그림이나 박물관에서 몇 번 봤을 법한 실제 아궁이와 가마솥을 손으로 일일이 가리키며 설명해 준다. 남의 집이라 가까이 다가가 볼 수는 없지만 아이들은 집에 있는 전기레인지가 아닌 다른 문물에 주의를 기울인다. 시간이 흐른 만큼 흔히 사용하던 물건들도 퇴색되고 빛바래진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레인지도 훗날 골동품이 되어버릴까.

 

 마침 소나기마을에 겨울 축제 행사가 있어 입장료가 무료다. 이런 횡재가. 입장료는 성인 2천 원 정도밖에 안 하지만, 그래도 무료라는 말에 기쁨을 감출 수 없다. 소나기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드넓은 잔디 마당이 나온다. 잔디 마당에는 '소나기'소설에 나오는 수숫단과 오두막이 나온다. 아이들과 함께 수숫단에도 들어가 보며 오두막에도 올라가 본다. 아이들에게 소설 내용을 하나씩 말해주며 이곳에 대해 환기시켜 준다. 소년과 소녀가 비를 피해 숨어들었던 곳이라고.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아늑하고 편안하다. 소년과 소녀도 이 안에서 편안했겠지. 그래서 더욱 그들의 관계가 돈독해졌으리라. 넓고 평평한 밭과 돌담이 익숙한 우리에게 수숫단과 오두막은 그저 신기하고 경이롭다.

 "동화책 보면, 옛날에 수박밭에 오두막이 있어서 오두막에서 잠도 자고 수박도 먹고 그랬대. 수박 서리라고 들어봤지. 엄마도 책에서 보기만 했는데 직접 보니 신기하다."

 여름에는 잔디 마당에 설치된 인공분수대에서 물도 뿜어져 나온다고 하는데 우리가 찾은 11월은 추운 겨울이기에 운영하지 않는다. 아쉬움을 멀리하고 문학관에 들어가니 세상에. 중학교 1학년 때의 국어교과서가 전시되어 있다. 중학교 입학하자마자 받았던 낯선 국어 교과서. 크기는 작은데 얼마나 두껍던지. 게다가 글씨는 깨알같이 빽빽했으며 표지에 그려진 수많은 말의 달리는 그림은. 중학교 생활의 점수가 고등학교 입시에 중요한 결정을 하는, 맹렬하게 달려야 하는 내 십 대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랬던 교과서가 번듯하게 전시되어 있다.


▲ (좌) 1996년 국어 국정교과서에 실린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  (우) 1948년 '목넘이 마을의 개' 초판본  ⓒmoonlight_traveler


 아이들에게 엄마아빠가 썼던 중학생 교과서야,라고 말해주며 동갑내기 남편과 나는 신기해한다. 와, 이 교과서를 여기서 볼 줄이야. 남학생들이 이 국어 교과서에 동전을 올려놓고 동전치기도 했었는데, 라며 아이들에게 슬쩍 그때의 추억도 늘어놓는다. 그런데 우리 중학교 1학년 때 배우던 '소나기'소설을 지금 5학년 문제집에 지문으로 제시됐다는 것은 그만큼 시대가 앞서나가고 학생들의 문학 수준이 깊어졌다고 봐야 할지. 의문이다.

 중앙홀에서 우리를 반겨주는 것은 황순원 작가의 육필원고. 투명한 판에 육필원고를 새겨서 천장에 매달아 놨다. 빛에 반사되니 무지개처럼 반짝거린다. 그리고 디지털「소나기」산책도 있다. 실감콘텐츠 영상체험관으로서 커튼을 걷어 들어서니 음향과 함께 독특한 영상이 펼쳐진다. 전시관 속 곳곳에 '소나기' 작품에 따라 구름이 지나가는 밭, 수숫단과 오두막에 뿌려지는 비, 냇가와 징검다리 등의 영상이 펼쳐지고 있다. 아이들은 영상을 만져보고 뛰어보며 머릿속에서 그리던 '소나기'를 영상으로서 가상 체험을 했다. 가상 체험을 하니 어렵다고 느껴지던 작품이 더욱 친숙해지는 느낌이다.

 또 다른 전시관에서는 미디어로 '황순원의 삶의 민낯'을 전시하고 있다. 대표작, '목넘이 마을의 개', '곡예사', '너와 나만의 시간' 작품의 주요 장면들을 모션 그래픽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전시는 처음 보는 거라, 가족 모두 가만히 서서는 그 작품의 영상과 글을 뚫어져라 읽는다. 오호. 이런 방법도 아이들에게 낯설거나 지루하지 않게 문학을 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새로운 접근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조금 크면 문제집이 아닌 학교에서 교과서로 이 작품들을 대할 때, 우리 가족이 예전에 양평 소나기 마을에 가서 황순원 작가님 사진을 봤었지. 그가 직접 쓴 책이랑 글씨체도 봤잖아. 실제로 오두막과 수숫단을 만져보고 그 속에도 들어갔지.라고 즐겁게 회상해 보기를 바란다.


# HOUS 베이커리

-경기 양평군 서종면 북한강로 684

  한껏 문학관을 구경했더니 슬슬 배가 고파져 이왕이면 맛있는 커피와 빵을 먹어보기로 한다. 근처에 유명한 베이커리 가게가 있어 온 김에 가본다. 들어서니 역시나 주차장도 넓고 카페는, 와우. 고즈넉한 한옥 풍경의 좌식, 온돌도 있으며 야외도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이들은 어디에서 알고 왔는지 곳곳마다 사람이 가득 차 있다. 역시 맛집이군. 우리는 지나가는 길이였기에 각자 먹고 싶은 빵을 골라 포장하기로 한다. 사진에는 안 나와있지만 '소복소복'이라는 빵이 베스트라 하여 골랐는데 정말 빵이 소복소복하고 맛이 깔끔한 게 제일 맛있었던 빵이라고 엄지를 치켜들며 추천한다. 사진에서 어떤 빵이 마음에 드실지. 아이들은 과일을 좋아해서 빵도 딸기와 망고가 들어있는 빵을 골랐다. 중요한 건 점심을 먹고도 우리 가족은 이 빵을 5분 만에 해치웠다는 것.


▲  HOUS에서 포장한 우리의 먹거리. 어떤 빵이 취향이세요 ⓒmoonlight_traveler


# 두물머리

- 경기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처음 설정한 목적지는 이곳이다. 소나기 마을과 두물머리.  원래 목적은 두물머리 연핫도그를 먹으러 간 곳이다. 역시나 핫플레이스답게 정해진 주차장 구역은 세 곳이나 만차였다. 결국 좁은 도로를 돌고 돌아서 겨우 주차를 하고서 두물머리까지 걸어서 갔다. 도착하니 바로 두물머리 연핫도그 가게가 나왔는데 사람들이 꽤나 줄을 서 있다. 아, 이거 기다리기 어려운데, 난처한 상황에서 앞을 바라보니 풍경이 장관이다. 바로 앞에 강이 흐르고 있다. 우리 기다릴 바에 저기 한 바퀴 돌고 오자, 해서 산책을 시작했다. 두물머리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하나의 강으로 합쳐지는 곳이다. 강 앞에 서니 저쪽은 북한강, 이 쪽은 남한강. 이 강들이 합쳐져서 하나의 한강으로 우리 집 앞까지 흐르는 것이구나. 핫도그 생각하고 왔는데 놀라운 곳. 늘 에메랄드 빛이거나 매섭던 바다만 보던 우리가 잔잔한 강 앞에 서니 마음이 고요해지고 편안해진다. 이렇게 아늑할 수가. 앞에 보이는 산까지 경치가 어우러져 이런 경관을 보게 되다니 경이롭다. 아이들은 강 속에 있는 물고기들을 바라보며 어떻게 잡아볼 수 있을까 방법을 모색하고. 강 위에 떠 있는 오리들이 유유히 헤엄을 치며 먹이를 잡거나 날갯짓하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 (좌) 두물머리,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지는 곳   (우) 두물머리 연핫도그  ⓒmoonlight_traveler

 

 마침 해가 지는 시간이다. 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나아갈 때에 하늘은 노랗고 붉게 물들어가고. 강에는 안개가 피었는지 저 멀리 뿌옇게 보인다. 시간만 있었다면 벤치에 앉아 잠잠한 강을 오래도록 보고 싶다.

 강을 보자니 그다지 고요하지도 열정적이지도 못한 늘 중간인 사람이 떠오른다. 바로 나. 고요한 사람을 부러워한다. 또한 열정적인 사람도 부러워한다. 열정적일 때는 너무 나섰어, 고요하게 바라보던 사람을 떠올리고는 그렇게 살아야 돼.라고 생각하고. 고요할 때는 너무 가만히 있었어, 열정적으로 나서던 사람을 떠올리고는 그렇게 살아야 돼.라고 후회한다. 왜 이도저도 아닌 상황일까. 아니, 왜 다른 사람을 부러워만 할까. 벌써 불혹이나 넘어버린 나이지만 어린아이 같이 나 자신을 찾지 못한, 어리숙하고 미숙한 모습일 뿐이다. 어쩌면 저렇게 흘러가는 강물처럼 흘러가는 인생 속에서. 최소한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방향을 알고 헤엄치는 오리들보다는 나아야 하지 않겠냐며. 흐르는 강의 물길따라 나를 잠잠이 띄어본다.

 나루터까지 산책하고 나니 핫도그 가게 줄이 그세 사라져 버렸다. 잽싸게 가서 핫도그 2개를 고른다. 순한 맛, 매운맛. 매운 핫도그는 나의 것. 이미 빵으로도 배가 불렀지만 핫도그는 맛봐야 하지 않겠냐며. 오. 역시 다르네. 한입 베무니 따뜻하고 바삭바삭튀김옷과 소시지가 나를 반긴다. 연잎을 갈아서 밀가루와 반죽하여 속살이 연두색빛. 그래서 연핫도그란다. 바사삭바사삭. 맛있어, 맛있어. 핫도그를 별로 먹어본 적도 없지만 이런 핫도그는 처음이야. 다행히 아이들도 맛있게 먹는다. 여기까지 보람이 있군. 언제 올지 모르잖아. 먹어 먹어, 즐겨 즐겨.


# 여행을 마치며

 아이들아 오늘은 양평을 여행했단다. 사실 우리가 양평군 지도에서 봤지만 여행한 곳은 극히 일부분이란다. 그래도 황순원 문학관과 맛있는 빵집, 두물머리를 여행했잖니. 우리 아들들은 무엇이 좋았고 어떤 것을 기억했으려나. 엄마는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와 두물머리를 기억하련다. 엄마가 좋아하던 H.O.T가 데뷔하던 96년도에 엄마는 중학생이 되었고, 처음 받았던 교과서를 낯선 곳에서 만나니 정말 반가웠다. 그때를 회상하며 그리 힘들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단다. 그리고 40여 년 보던 바다와는 너무 달라, 강이. 게다가 멋진 산들도. 오름과는 또 다른 매력이잖니. 그래서 그 앞에서 사진도 많이 찍은 거야. 다양한 포즈로 모델해 줘서 고마워.

 이제 집에 가자.






강에 물고기가 많아서 좋아요. 낚시해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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