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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의 여행자 Dec 07. 2024

#열린다, 서울

_서울역사박물관

[ 보통의 하루 : #서울역사박물관 #GABBY'S COFFEE ]


 눈이 많이 내린 주말이다. 종로를 오고 가며 봤던 박물관을 방문하기로 한다. 밖에 전차가 서 있어서 한 번쯤은 가봐야지 했던 곳이다.


# 서울역사박물관

- 서울특별시 종로구 새문안로 55

 전시 마당에 88 올림픽을 기념하며 그 당시 의전을 위해 운행했던 버스가 전시되어 있다. 지금 보기에는 작은 버스지만 당시에는 대통령들을 모시고 다녔던 리무진 격인 버스다. 그래서 차 안에 냉장고도 비치되어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서울특별시의 역사와 문화를 정리하여 보여 주는 도시역사박물관이다. 대한민국의 수도이며 한성백제와 조선왕조의 수도이기도 하다. 이제 육지에서 거주하는 만큼 서울의 역사쯤은 알아야 하지 않겠냐며 천천히 둘러보기로 한다.


▲ 테라코타 한양도. 경강의 나루와 포구를 나타내고 있다  ⓒmoonlight_traveler

< 1 존 조선시대의 서울 1392-1863 >

 3층 전시실로 들어가자 서울역사의 시작, 조선시대부터 전시되어 있다. 이성계(태조)는 조선 왕조를 건국하면서 한양을 도읍으로 정하였다. 그 이유는 한양이 나라의 중심에 있으며 한강이 있어 육로 및 수로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산으로 둘러싸여 외적을 방어하기에 유리했다. 이때부터 한양이 지금까지 서울로서 우리나라의 수도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수도가 한양이었던 지도를 보건대, 지금 서울과는 달리 한강의 북쪽지역이 한양 도성이 있던 곳이다. 도성 둘레에 성곽을 쌓아 동서남북에 사대문 즉, 흥인지문, 돈의문, 숭례문, 숙정문을 만들었다. 그 이후 조선후기에 시전(지금의 시장)이 발달하면서 인구 유입으로 소비 도시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한다. 지금 광화문에 서서 경복궁을 바라보면 큰 도로와 양쪽으로 거대한 빌딩들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인 반면, 그 당시 광화문 앞의 대로를 육조거리라 하여 국가의 중추적인 관청들이 늘어서 있다. 이는 왕도의 상징이며 왕과 백성이 소통의 거리이기도 했다 한다. 모형을 보며 아이들과 지금의 광화문 모습, 세종대왕 동상과 이순신장군 동산의 위치를 떠올리며 조선시대 때의 모습과 비교해 본다. 우리가 갔었던 그 길, 옛날 모습이야 하고.


< 2 존 개항과 대한제국기의 서울 1863-1910 >

 개항과 대한제국기 시절을 보여주는 전시실이다. 당시 박규수와 김옥균, 홍영식, 박영효 등이 개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애니메이션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의 대화를 본 큰 아들이 지난주 사회시간에 개화파에 대해 배웠다면서 관심 있게 들여다본다. 이들이 갑신정변을 일으켰다며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오호, 한국사 책을 꼼꼼히 읽고 사회 수업시간에 집중을 했군. 그래,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뜻하지 않게 한국사를 만나자 유익한 체험학습이 되는 것 같아 엄마는 마냥 뿌듯하다. 생각해 보니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역사적 인물들이 거주하고 서로 배우고 함께 반발했던 그 모든 곳이 이 서울이 아닌가. 그래서 서울역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거겠지. 마침 잘 방문한 듯싶다. 책으로 읽고 학교에서 배우고 직접 박물관에서 실물을 보는 체험. 우리 모두에게 유익한 시간이다.

 당시 사용했던 시계, 거울, 선글라스 등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물품을 보며 '미스터 선샤인' 드라마 얘기를 꺼내자 아들도 학교에서 선생님께서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여주셨다며 드라마를 보고 싶다 한다. 겨울 방학 때 한 번쯤 가족이 함께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고종, 의병, 일본 군인, 양반, 노비, 백정이 함께 공존하는 그 격정시대, 혼란의 역사가 담긴 드라마이니.

 2 존 전시관 끝에 다다랐을 때는 양벽면에 개화의 거리 종로가 움직이는 화면으로 전시되어 있다. 드라마에서 나온 것처럼 한복, 양장을 입은 사람들 사이로 전차가 다니고. 우편국이라든가 공사관. 사진기를 들고 사진을 찍는 사진사, 외국인들이 종로 거리를 걸어 다니고 있다. 물론 총과 칼을 찬 일본군대도. 손으로 화면을 터치하면 인물들의 더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 3 존 일제강점기의 서울 1910-1945 >

▲ 독립신문  ⓒmoonlight_traveler

 일제강점기 시대를 전시한 곳이다. 마침 아들이 이번주 사회시간에 일제강점기를 배울 예정이다. 한국사 책을 통해 대충 내용은 알고 있지만 이렇게 박물관에서 실제 사진이나 전시물품, 모형들을 볼 수 있어서 역사가 더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당시의 상황들을 흑백사진, 흑백영상으로 생생하게 볼 수 있어 아이들이 더욱 흥미를 가지고 집중한다.

 특히 중일전쟁과 태평양 전쟁 등의 모습들을 TV 영상으로 현장감 있게 볼 수 있다. 어린아이들이 군복을 입고 총을 겨누는 훈련을 하는 모습이라든가. 하늘 위로 전투기가 날아가는 모습이라든가. 보기만 해도 전쟁이 코 앞에서 펼쳐지는 것 같아 몸이 으스스 떨린다. 그 당시 얼마나 혼란스럽고 어려운 시기였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그렇게 목숨을 내놓고 이 나라를 지켰기에 우리가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편하게 살고 있음을 다시 한번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20년대에 들어서서 경성(일제강점기 때에 존재했던 행정 구역으로 현재의 서울)은 근대도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서양식 근대건축 관공서들이 들어서고 백화점, 카페, 극장 상업시설이 활보하게 되었다. 20년대부터 백화점이 들어섰다니. 역시 서울이군, 싶지만. 이는 일본인 거주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한국인은 대다수 빈민이었고 그들이 거주했던 곳은 불결하고 야만적인 곳이었다 한다. 일본인들이 얼마나 우리나라를 식민지로서 사람뿐만이 아니라 영토를 함부로 만행을 저질렀는지 확연하게 드러나는 대목인 것 같다.


< 4 존 대한민국 수도 서울 1945-2010 >

 해방 이후의 서울은 이전과는 다르게 급격하게 성장한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강남 등지는 1970년대 이후에 주택 부족의 해결책으로 개발된 곳이다. 그때 아파트가 급부상하여 당시의 아파트 모습을 재현한 전시도 볼 수 있다. 또한 내가 자라며 봤었던 역사적인 장면인 88 올림픽 개최,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 등이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다. 성수대교 앞을 지나면서 엄마 초등학생 때 성수대교가 무너진 것을 흑백뉴스로 봤었다는 얘기를 아이들에게 했었는데. 이곳에서 직접 그 당시 뉴스와 신문으로 볼 수 있으니 아이들은 이 역사적인 사실을 놀라워하며 실제 사건임을 깨달으며 안타까워한다.

 하나의 웃긴 에피소드는, 그 당시 삐삐와 핸드폰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바로 우리 아이들이 쓰고 있는 3G폰 폴더폰이 아닌가. 아이들이 전시물을 보며 '이거 우리 폰인데 여기 전시되어 있어요. 이렇게 오래된 것을 우리가 쓰는 거예요?'라고 되묻는다. 하하. 그저 웃지요.

 최근 BTS UN연설 동영상까지 전시되어 있어 우리나라가 짧은 시간 국내외로 얼마나 발전하고 성장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 (좌, 중간, 우) 도시모형영상관의 미디어 아트쇼 부분 장면  ⓒmoonlight_traveler


< 5 존 도시모형영상관 >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앞에 펼쳐지는 서울의 도시모형은 감회가 새롭다. 서울의 상징, 63 빌딩과 롯데월드타워 모형뿐만이 아니라 한강의 대교, 북악산, 인왕산, 남산 등을 실제와 같은 크기의 축소판을 볼 수 있는 전시관이다. 실제 모형에 불빛까지 반짝이니 화려한 서울의 야경 모습을 하늘에서 보는 듯하다. 바닥이 투명유리로 되어 있어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도 찾아보고. 여기가 용산이구나, 이곳이 이촌한강공원이네, 저기가 잠실야구장이네 하며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30분마다 서울 실감 미디어 아트쇼가 방영된다. 모형관 전면에 대형 와이드 스크린으로 과거에서 현재까지 서울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은근 영상이 웅장하며 보기에도 아름답다.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에 대한 자부심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영상을 끝으로 서울역사의 전시가 화려하게 막을 내린다. 물론 서울 역사는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지만 말이다. 세월이 지나고 나면 스마트폰, 키오스크, 로제의 '아파트', K팝의 문화 등이 전시되겠지. 또 새로운 역사도 쓰이겠지. 시간은 천천히 흐르는 듯싶지만 급변하는 시대다. 우리 아이들이 부모의 어린 시절을 옛 문화, 옛 물건으로서 박물관에서 봤다면 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어떤 시대가 될 것인가. 궁금하다.


▲ (좌) 88올림픽 때의 야구단. 야구팬이 야구를 지나칠 수 없다. (중간) 88올림픽 당시 모습 영상 (우) 올림픽전시소개 ⓒmoonlight_traveler


< 1층 로비 2036 서울, 두 번째 올림픽 >

 1층 로비에는 88년 올림픽에 관한 전시가 진행 중이며 2036년에 서울에서 두 번째 올림픽이 유치되기를 기원하고 있다 한다. 한강의 개발과 올림픽과 관련된 도시개발, 종합운동장 건설, 전 세계인들이 손 잡고 열창했던 '손에 손잡고' 노래를 듣고 볼 수 있다. 또한 88 올림픽은 당시 공산주의 국가들이 처음으로 참여한 올림픽이다. 당시 참여했던 국가들의 이름을 살펴보면 현재 통일이 되었거나 독립이 되었거나 새로운 명칭을 가진 나라들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올림픽으로도 역사의 증거가 되고 역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니. 운동에 관심 있는 아들들이 요목조목 살펴본다. 이미 종합운동장에서 야구경기를 관람할 때마다 올림픽에 관한 전시(각종 운동 종목의 메달 기록과 선수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를 보았건만 이렇게 세세하게 전시된 물품을 보자니 신기하고 새롭다.


  작은 박물관이라 생각했는데 우리나라 수도인 서울답게. 우리나라 역사의 다양한 모습을 지켜온 도시로서 생생한 현장을 담고 있는 박물관이었다. 많은 자료들을 소장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식의 미디어를 볼 수 있어 아이들도 흥미 있어했다. 또한 각 존마다 팸플릿이 구비되어 있어 집에 돌아와서도 전시관에서 본 자료들을 기억하며 이야기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특별히 이번주에 일제강점기에 대해서 배울 거라는 아들 앞에 '일제강점기 팸플릿'을 내밀며 학교에 가져가서 수업자료로 활용해 보라고 건네준 것은 비밀.

 

# GABBY'S COFFEE

-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69 구세군회관

▲ GABBY'S COFFEE  ⓒmoonlight_traveler

 서울의 역사에 흠뻑 빠졌더니 눈이 오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덥고 몸이 지쳐버렸다. 이럴 때는 에너지 충당. 커피가 필요하다. 눈길을 조심하며 박물관을 나서니 다행스럽게도 눈앞에 카페가 보인다. 분위기가 마치 아까 전시관에서 봤던 종로의 카페처럼 빈티지 느낌이 물씬 느껴진다. 아이스라떼 한잔, 아이스 홍시라떼 한잔 테이크아웃.

 카페 앞에는 표지석이 있는데 이 자리는 '흥화문 터'였단다. 역사박물관 바로 옆에 경희궁이 있는데 그 경희궁 정문인 흥화문의 원래 자리라고 한다. 역사적인 장소에 구세군건물이 자리 잡고 있고 1층에는 멋스러운 카페가 있구나.

 흩날리는 눈 속에서도 흘린 땀을 식히기에는 아이스라떼가 딱 맞춤. 아이들은 아이스 홍시라떼가 맛있다며 흡족해한다. 맛있는 디저트까지 먹었으니 금상첨화.



# 여행을 마치며

 아이들아 오늘 어땠니. 박물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너희들이지만 열심히 걸어줘서 고맙구나. 그래도 용 선생 한국사 책에서 보던 실제 사건과 역사적인 인물들의 사진 등을 보니 신기하지 않니. 한국사가 옛말도 아니고 동화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잖니. 지난 과거의 역사가 있기에 오늘의 역사가 있는 것이란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 대한민국의 국민. 격동하는 지금의 역사 흐름 속에서도, 훗날 돌아보기를 2000년대에는 이랬었지,라고 회상할 때가 올 거란다. 부디 그때에는 2000년대 역사를 공부하면서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엄마는 내심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사회 수업을 박물관에서 직접 보고 지식을 채울 수 있으니 기쁘구나. 오늘도 함께 여행해 줘서 고마워. 이제 집에 가자.







엄마, 지금의 역사 한 페이지는 어떻게 기록될까요?









덧. 뉴스에서 연일 계엄 상황이 나오자 멀리 계신 부모님께서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오시길 절대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라는 것이었고. 마침 학교 급식 파업으로 동네는 민원을 넣자 말자, 댓글로 다투는 중이다. 문득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니 바람이 세게 부는지 강 물결이 세다.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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