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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의 여행자 Dec 21. 2024

#먹고, 읽고, 걷고, 보다

_남산

[ 보통의 하루 : #남산도서관 구내식당 #서울특별시교육청 용산도서관 #남산서울타워 ]


# 남산도서관 구내식당

- 서울 용산구 소월로 109

 발 디딜 틈도 없이 식당 안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점심시간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지난번에 '놀면 뭐 하니'라는 프로그램에 이 구내식당이 소개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도 종종 방문하는 용산도서관, 남산과학관에 가기 위해 장충동 쪽에 식당을 알아보던 찰나. 때마침 TV에 나왔다길래 이 구내식당에서 밥 한번 먹어보자고 들린 것이었다. 둘러보니 우리처럼 가족단위도 많이 보인다. 메뉴를 살펴보니 구내식당치고는 종류도 많다. '비빔밥', '오므돈가스', '제육덮밥', '육개장', '돈가스', '라면' 등. 이 정도면 김밥 00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가격은 5,500원부터 9,000원까지 형성되어 있다. 무엇을 먹어볼까. 키오스크 앞에서 이것저것 클릭해 본 후, 오므돈가스, 라면, 철판치즈돈가스 등으로 정했다. 다양한 맛을 엿보기 위해 골고루 주문해 본다. 아이들은 이런 구내식당이 처음이다. 도서관을 가도 보통 어린이도서관을 갔었기에 이런 일반적인 도서관에 식당이 있는 것은 낯설다. '엄마 대학생 때 제주 가면 우당도서관 많이 다녔었어. 거기에 이렇게 구내식당이 있는데, 엄마는 보통 라면을 먹었었지.'라고 추억도 소환한다. 아이들은 식당을 둘러보며 또래 친구들과 젊은 청년들, 나이 드신 할아버지 분들이 같은 공간에서 음식을 배식받는 모습을 바라본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새로운 곳을 탐색 중이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밥 먹을 자리를 잡았고, 주문한 음식이 줄줄이 나왔다. 역시나 도서관 구내식당답게 음식이 깔끔하고 푸짐하며 맛도 좋다. '놀면 뭐 하니'에서 김석훈이라는 배우가 아이들과 남산도서관에 오면 종종 구내식당에 밥 먹으러 온다고 하던데 역시 그럴만하다. 메뉴가 풍성해서 날마다 각기 다른 음식들도 맛볼 수 있으니 금상첨화 아닌가. 아이들도 맛있다며 라면을 후루룩, 돈가스를 냠냠 먹는다. 특별한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 아이들의 모습이 기특하다. 이제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겠지. 공부도 하고 필요한 자료도 찾아보며 식당에서 밥 먹는 것도 익숙해지길 바라며.

 예전에 다큐멘터리에서 아들을 유명한 대학에 보낸 아버지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아이를 데리고 주말마다 도서관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도서관 마당에서는 배드민턴을 쳤다고 한다.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도서관에서 노는 게 아빠의 양육방식이었다. 그렇게 아이는 도서관이 익숙해지자 스스로 도서관 안에 들어가 책을 찾아 읽었다. 그리고 책과 친해진 아이는 공부에서도 차근차근 쌓아둔 실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그래, 엄마가 도서관을 좋아하는 만큼 너희들도 도서관을 좋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등을 떠밀어본다. 도서관에 밥 먹으러 왔냐고 아이들이 묻지만, 밥도 먹어야 책도 보지, 라며 환한 미소를 내보였다. 배도 불렀으니 이제 책을 보러 가볼까.


# 서울특별시교육청 용산도서관

- 서울 용산구 두텁바위로 160

 남산도서관 정문에서 바로 횡단보도만 건너면 만날 수 있는 용산도서관이다. 이 용산도서관은 자주 방문했던 곳이다. 사실, 어딘가를 관람(및 구경)할 목적지를 정해놓고서 필시 찾는 곳은 도서관. 그 이유는 아이들이 '관람하고자 하는 목적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따라서 그 목적지 근처 도서관으로 '책을 보러 가자.' 해 놓고는, 도서관에 들렸다가 그 목적지를 가는 것이 우리 부부만의 해결책이다. 책도 보고, 목적지도 관람하고. 그래서 이전에 익히 과학관과 소월로 은행길 등을 방문하면서 들렸던 곳이 바로 용산도서관.

 이곳은 '어린이실'이 잘 꾸며져 있다. 책들의 종류도 많은뿐더러 어린이 영어책도 많이 구비되어 있다. 그래서 갈 때마다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몇 번 방문했었기에 도서관이 익숙해진 아이들이 냅다 어린이실로 계단을 뛰어 내려간다. '뛰면 안 돼.'라고 외칠 새도 없이 소곤거리며 발 빠르게 쫓아간다. 아이들이 집처럼 편안하게 둥근 소파에 앉아 좋아하는 책들을 펼쳐놓고 집중한다. 좋아하는 책은 어디에서든지 금방 찾아내는 능력이란. 저 몰입도를 보라. 책상에서 읽자고 아무리 이름을 부르고 등을 톡톡 두들겨도 꿈쩍도 안 한다. 그래, 편한 소파에서 마음대로 보거라. 우리 부부도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찾아 꺼내어 자리를 잡고 집중모드.

 잔잔한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도 따스하며 고즈넉한 분위기의 이 순간이 편안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아이들이 책을 읽느라 부모도 찾지 않는다. 꽤나 열정적인 모습. 시계를 보니 2시간 정도가 흘렀다. 창문사이로 해가 뉘엿뉘엿 지는 게 보인다. 해질 때 올라가야 하는데, 남산을. 아이들아, 이제 그만 가자. 해가 진다. 아이들은 마저 몇 장 남은 책을 부여잡고 '이 책만 다 읽고요.' 울상 짓기에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한다.


# 남산서울타워

- 서울 용산구 남산공원길 105

 사실 오늘 여행기의 목적은 '남산서울타워'다. 남산서울타워를 가기 위해서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서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남산서울타워가 아니던가. 서울 어디를 가도 반짝반짝 빛나는 남산서울타워를 아이들에게 가까이 보여주기 위해 오늘을 선택했다.


▲ (좌, 우) 남산타워 올라가는 길 ⓒmoonlight_traveler


 올라갈 때는 케이블카를 탔다. 도시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하늘이 점점 붉게 타오르는 중이다. 차가운 겨울에게 따스함을 잃기 싫은 듯. 겨울이라서 그런가. 도시가 회색빛으로 흐릿해지고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노을을 보자니 구슬픈 마음이 든다. 바다와 강에서 보는 노을과는 다른 느낌이랄까, 도시의 노을은.

 보이는 곳곳마다 손으로 가리키며, '저기는 우리가 저번에 갔던 00 백화점이야.',  '저기는 북악산.'이라고 아이들에게 말해준다. 아이들이 기억할리 있겠냐만은 이곳이 서울임을 자꾸 알려줄 필요는 있다. 발아래 보이는 수많은 빌딩과 집들을 보라. 점점 하늘이 어둑해지며 빛나는 조명들 아래 수많은 차들이 지나가며 화려한 밤으로 변신하는 이곳이 서울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케이블카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를 제일 먼저 맞닥뜨린 곳은 자물쇠와 매점. 특별히 아이들이 반기는 곳은 매점의 따뜻한 '어묵'. 낮아진 기온에 어묵 끓이는 통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어묵 하나에 2천 원씩이나 하지만, 아이들의 추위를 녹이고 약간의 배고픔을 해결하고자 손에 어묵을 한 개씩 쥐어줬다. 종이컵에 뜨끈한 국물을 떠주고는.

 "맛있어?"

 "네. 엄마도 한입 먹어요."

 아이들은 뜨거운 어묵을 호호, 불어가며 한입씩 베어 먹는다. 그리고는 뜨거운 국물도 호로록 들이켠다. 많이 컸구나, 뜨거운 것을 들이켤 만큼. 아들은 뜨끈한 게 좋은지 어묵 국물을 연거푸 2컵이나 들이켰다. 몸이 따뜻해졌지. 이제 올라가 보자. 아이들은 뜨끈한 어묵에 힘입어(이 중간에 매점이 위치해서 정말 다행이었다.) 남산서울타워가 있는 곳까지 걷고는 조명덕에 화려해진 팔각정도 바라본다.

 금세 컴컴해졌다. 도시가 눈부시게 화려하다. 마치 트리에 걸친 반짝이는 조명처럼 도시 전체가 조명을 두른 듯하다. 역시나 남산서울타워를 꼭 와볼 만하다, 특히 밤에는. 저 화려한 조명아래 수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겠지. 다들 무엇을 하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각자 어떤 기쁨과 슬픔을 가지고 있을까. 과연 우리들은 이 도시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까. 탁 트인 곳에서 화려한 도시를 잠잠히 바라보자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덮쳐온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밭과 돌담, 바다가 보이던 곳과는 확연히 다르다. 저 수많은 빌딩과 집들 속으로 들어가자. 그 속에 들어가면 그나마 마음이 평안해지겠지.


▲ 성곽에서 바라본 서울 야경 ⓒmoonlight_traveler


 그나저나 불빛은 가로등밖에 없어 내려가는 길이 컴컴하다. 눈길에 길이 미끄러우니 계단을 조심히 내려가자.


# 여행을 마치며

 남산서울타워가자고 하면 안간다고 할까봐 용산도서관에 책 보러 간다고 했어, 사실은. 그래도 좋았지. 책도 실컷 보고 말야. 케이블카 타니 산을 금방 올라갔잖아. 도서관에서 밥도 먹고, 책도 읽고. 산책하며 걷기도 하고 야경도 보고. 정말 많은 것을 한 하루다. 서울의 노을과 야경을 봤는데 어땠어. 제주 오름에서 보던 것과는 다르지. 저 수많은 빌딩과 집들 사이로 서울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거란다. 우리도 그렇고. 이제 익숙해졌을까, 이 도시가. 이곳저곳 구경할 곳도 많고 체험해볼 곳도 많아서 좋잖아. 제주와는 색다르게. 물론 이 겨울이 너무 춥지만 말야. 서늘한 기온에 몸이 얼어붙을지라도 저 화려한 조명의 따스함처럼 너희들의 몸과 마음도 따스해지길 바란다. 이제, 집에 가자.








엄마, 눈 언제 많이 와요
 썰매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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