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고가면더좋아요
2박3일
경주에 다녀왔다.
좋은 시절에 가려고 여름휴가를 미루고 미뤘다.
하나둘씩 휴가 다녀온 이야기들을 쏟아낼 때,
왠지 낙오 된 듯한 느낌마저 들었지만 참았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방학에 맞춰 무조건
어딘가로 가야했던 의무감이 그립기도 하다.
이제는 엄마의 부재를 은근히 즐기는 녀석들의
앙큼함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로했다.
내가 가고싶은 곳을 다니기로 했다.
왜 남편과 다니지 않냐고들 묻지만,
남편과 모든 것을 같이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이 또한, 내 마음 내킬 때 하기로 했다.
사실 경주를 떠올릴 때, 남편이 좋아할 구석이
없어보이는 여행지라는 이유도 크다.
"지붕없는 박물관, 경주"
파기만 하면 나온다는 유적 조사로 곳곳에
바리케이트가 쳐 있다.
992년간 신라의 수도였던 서라벌, 경주.
그 역사가 남겨진 대릉원 주변을 걸을 때면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 했다.
부드럽게 정리해 놓은 능선으로 시선이 머물다
이내 하늘이 보인다.
숙소는 황리단길 주변에 한옥별채로 잡았다.
일찌감치 챙겨나와, 브런치를 즐겼다.
택시를 타고 불국사를 가기로 했다.
가는 내내 아늑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산들이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었다.
4개의 산으로 둘러싸인 경주는,
천연요새라고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알고자하니 보이고, 보이니 더욱 재미가 있구나.
9월
좋은 시절이라, 긴팔을 챙겨왔건만
습한 탓에 땀이 주렁주렁.
불쾌지수가 높아지기 전에 숙소로
돌아와 쉬기를 반복했다.
싸늘한 겨울에 한번 더 와서
황량했을 신라의 뒷모습도 보자 다짐했다.
사진에 담길 때마저 경이로운 경주의 빛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