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깜박이입니다

너만 그런거 아니야! 라고 해줘요

by 세인트



저만 이런가요?


(여기 나오는 모든 사례는 실화입니다.)








episode 1.



정신없는 아침, 바닥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줍느라 고개를 숙였다.

끄응하며 일어서는데, 얼굴 주변으로 스치는 뜨거운 온기, 뭐지?

드레스룸에 이렇게 뜨거운 온기를 내뿜을 물체는?......다.리.미!!

분명 오늘 아침은 아무도 다림질을 하지 않았다. 어제의 일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제아침부터 오늘아침까지 다리미를 끄지 않은 채 하루를 살았다.

다리미가 다행히 철로 된 받침대에 놓여있길 망정이지, 옷감에 닿아있었다면 어땠을지 눈이 질끈 감긴다.





episode 2.



오후 네시 쯤 딸한테서 전화가 온다.


"엄마, 인덕션이 켜있자나~~~~~~"


딸이 학교가 끝나고 집에 왔더니, 꾸리꾸리한 냄새가 온 집안에서 나더란다.

냄새의 근원은 아침에 끓인 미역국!!

푹 끓이면 더 맛있다며 가장 약불로 줄여둔 채, 까먹고는 출근을 감행한 나.

냄비는 더이상 탈 것도 없다는 듯 발발발 거리고 있는 모양새.

학원을 안다니는 딸 덕에 그나마 일찍 발견했지, 안그랬음 퇴근할 때까지 우리집은 또 어땠을지 어지럽다.

그나마 인덕션은 분노조절을 잘하는 시스템이더군.

폭발의 아이콘 가스렌지였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나는 그 이후로도, 이 짓을 몇번을 더 했다.





episode 3.



어느날이었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나를 깨우는 우리 딸.

또 딸. (나에게는 아들도 있다.)


"엄마, 불났나봐~"


안방에서 비몽사몽 거실로 뛰쳐나가봤더니,

거실은 독가스를 능가하는 냄새의 연기가 온 집안을 휘감고 있었다.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오신 남편께서 라면을 잡수시겠다고 물을 끓이다 잠들었다.

물만 끓였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맛나게 잡수시겠다고 조금 남은 찌개에 물을 부었고, 찌개 잔해들이 바짝 타들어가면서 그 지경에 이르렀다. 화재감지기가 울리기 직전의 정도였다.

숨도 쉴 수 없을만큼 독했다. 태어나서 처음 연기로도 죽을 수 있구나 느낀 순간이었다.


그런 난리 속에서도 남편은 잠에서 깨질 않는다.

순간 코 끝에 손가락을 갖다대보았다. 살아있다.


'당신이란 사람 대단하다잉~'


아들은 스카(스터디카페)를 다니느라 늦게 귀가하기에, 딸만 또 이꼴을 보았다.

부모가 돌아가면서 난리부르스를 쳐대는구나.

어찌나 미안한지.






episode 4.



룰루랄라~ 퇴근시간이었다.


주차장으로 의식의 흐름대로 달려간다. 정확히 어디 주차한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늘 주차한 곳이니까 그 부근으로 갔다.

여기서 참 의문인건, 왜 아침에 주차한 것인데 기억이 안나는 것일까.

출근시간과 퇴근시간 사이에 뇌에 어떤 해리성 장애가 일어나는건가?

주변을 이리저리 한참을 찾아보았지만, 내 차는 없다.


분명 도난당한거다...

나는 이 근처 아니면 주차를 하질 않는다...


나는 갑자기 애먼 차량 도난사건 하나를 만들어서는, 급기야 경찰에 신고까지 한다. 차량을 도난당했어요~

금방 와주신 경찰분들은 혹시 모르니 주변을 더 찾아보자 하셨다.


그.런.데!!


늘 주차하는 곳이 아닌 다른 블럭으로 넘어가보니 차가 있었다.

그 한 블럭이 뭐 그리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나는 여기 아니면 주차안한다고 그 고집을 부려서리.

내 머리속 하나 단속 못하면서, 고급인력을 막 불러대고.


아임쏘리, 폴리스맨..ㅠㅠ

너무나 죄송스럽고, 내 자신이 한탄스러웠다.







용케도 살아가는 나의 실수연발 일상들.

남편이 합세할 때도 있었지만, 주로 나의 실수들이다.

퍽도 많았다.

그 와중에 이제는 아이들이 자라서, 쯧쯧거리지만 나를 지켜주고 있다. 고맙다.












keyword
이전 07화나는 사회생활이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