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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부터 Dec 12. 2024

사이좋게 지내자.

장난일까 폭력일까

장난일까 폭력일까.

손으로 머리 때리기
정강이 발로 차기
멱살 잡고 목 조르기
엎드린 사람을 깔고 그 위에 엎드리기
헤드락 걸기
물이 든 생수병 던져서 머리에 맞히기


잊을만하면 한 번씩 뉴스에 보도되는 무시무시한 학교폭력 이야기는 아니다. 학교에서 날마다 일어나는 장난이라는 이름의 행동들. 누군가는 아이들이 그럴 수 있지 생각하며 한 번 웃고 넘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작은 불똥이 산을 태울만한 불로 번지듯 자칫하면 큰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일부 거친 남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일들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 참고로 우리 학교는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높고, 비교적 안정적인 가정환경의 아이들이 다닌다고 평가된다. 친구를 아프게 하는 위험한 장난을 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하교 후 착실히 학원에 가고, 부모님 말씀 잘 듣는 평범한 아이들이다.



위험한 장난은 폭력으로 가는 징검다리

장난을 장난으로 웃어넘기지 못하는 이유는 위험한 장난이 실제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서이다. 아이들 간의 다툼이 학교폭력으로 신고되고 처리되는 일들은 대부분 '가벼운 장난'에서 시작된다. 친분 관계가 없는 관계에서 일방적으로 가해지는 폭력. 그러니까 언론에 보도될만한 심한 수위의 폭력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어디까지나 우리 학교의 경우)

초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인 A와 B. 복도에서 우연히 B를 만나 반가운 마음이 든 A, 껑충 뛰어올라 B의 목을 팔로 감싸 안는다. A는 반대 손으로 친구의 목을 감싼 자신의 팔을 잡아 고정시키고, 팔을 조여 상대의 목을 압박한다. 처음에는 분명 두 사람 다 웃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B는 서서히 아픔을 느끼고, 여러 친구들 앞에서 헤드락을 당한 것에 큰 수치심을 느낀다.


이 일로, A는 학교폭력 가해자로 인정되어 처분을 받았다. A는 평소 공부도 운동도 열심히 하고, 친구들에게 인기 있는 학생이었다. B도 마찬가지. B는 처음에는 친구끼리의 일이니 사과만 받고 지나가려고 했으나, 곱씹어볼수록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되었다. 앞으로 또 친구들 앞에서 불쾌한 상황에 놓일까 걱정이 되어 부모님과 상의 끝에 A를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다. 그리고 그 둘은 마음의 상처를 얻고, 오랜 친구를 잃었다.



폭력을 부르는 몸과 마음

장난에서 다툼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중학생 시기는 그 어느 때보다 불균형이 심한 시기일 터. 어린아이 마음에 훌쩍 커버린 몸을 가진 개인 안에서의 불균형이 첫 번째. 일찍이 성숙한 아이와 초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아이 간의 불균형이 두 번째이다. 여기에서 장난과 폭력 사이의 갈등이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초등학생 때보다 힘도 덩치도 커졌는데, 여전히 물주먹 시절에 하던 장난을 계속하는 아이. 어느 순간 평소와 같았다고 생각한 손짓이, 상대방에게 아픔이 되는 손지검이 된다. 같은 수준의 아이끼리도 물리적으로 몸이 아픈 아이는 당연히 화가 난다. 초등학생 티를 벗은 성숙한 친구의 경우에는 원초적인 장난을 더욱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국, 가볍게 시작한 장난이 상대방에게는 폭력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게다가 중학생 아이들은 자존심이 무척 강하다. 함께 장난을 치다가도 내가 더 세게 당했다고 느끼는 순간,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자신을 쟤보다 약한 사람으로 여러 친구들 앞에서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앙갚음을 선택한다. 이번에는 당한 것보다 더 세게 더 세게. 결국 폭력이라 부를 수 있는 다툼이 일어난다. 친구를 때려서 불려 오는 아이들은 대부분 '쟤도 때렸어요. 쟤가 먼저 시작했어요.'라는 말을 빼놓지 않고 한다.

2024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 폭력 가해 이유는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음(32.1%) ▲상대방이 먼저 나를 괴롭힘(26.3%) ▲오해와 갈등(13.4%) 순이다.
출처: 경기도 교육청 누리집



출처 : 픽사베이

장난의 무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격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학교에서 피부로 느낀 위험한 장난의 무서운 점은, 하는 사람 당하는 사람 모두 점차 무뎌지고 강도가 세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장난이라는 이름에서 시작된 폭력은, 알게 모르게 서로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힌다. 당하는 아이는 물론 위험한 행동을 한 아이 역시, 생각 없이 한 장난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 큰 충격을 받곤 한다.

여학생 C와 남학생 D는 활달한 성격으로 평소 친하게 지내는 사이이다. C는 D에게 과자를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주지 않았다. D는 약속을 지키라며 C를 귀찮게 했다. 친구들 앞에서 망신을 당한다고 생각한 C는 하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고 가볍게 D의 팔을 밀쳤다. D는 더욱더 큰 소리로 C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C는 그만하라는 의미로 들고 있던 생수병을 D가 있는 방향으로 던졌다. 물병을 던지는 일쯤이야 늘 하던 장난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생수병은 D의 머리를 향하고, 머리를 맞은 D는 두통을 느껴 조퇴를 하였다.


다음날, D는 다행히 큰 이상 없이 등교하였다. 하지만 C는 D가 머리가 아파서 조퇴했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이나 놀라고 미안한 마음에 많이 울었다. 친구를 아프게 했다는 죄책감,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책임질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는 후회 때문에 많이 놀랐을 것이다.

이렇듯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 일은, 하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 모두의 마음에 생채기를 남긴다. 사고를 내고 싶어서 내는 사람은 없다. 사고가 나만 피해가지는 않는 것은 당연. 생각 없이 시작된 장난이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할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



선을 지키려는 노력, 그리고 확실한 매듭

물론 장난은 서로의 마음을 가볍게 하고 친밀감을 쌓을 수 있는 긍정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재미를 위해 사는 아이들은(흑백중학생 4화 : 애들은 원래 좀 이상합니다) 당연히 장난을 치며 친구와 함께 웃어야 한다. 아이들이 데면데면 정중하게 예의를 갖추며 지내기만 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슬픈 일이다. 하지만 그 함께 웃을 수 있는 선이 무너질 때, 한 사람은 웃고 한 사람은 인상을 찌푸리는 상황이 될 때, 장난은 서로에게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함께 웃기 위해서는 친구 간의 '선'을 잘 지켜야 한다. 친구는 피를 나눈 가족이 아니다. 내가 어떤 일을 해도 용서하고 받아줄 수 있는 부모님도, 전쟁을 낼 듯 싸워도 다음날 식탁에서 떡볶이를 나눠 먹으며 낄낄대는 형제 사이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남'이라는 생각으로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친구를 놀리거나 툭툭 치는 등 내가 어떤 일을 해도 친구는 웃어줄 거라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반대로 친구가 무례한 장난을 했을 때 그냥 받아주기만 해서도 안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친구와 갈등 상황에 놓였을 때 피하지 않고 확실히 매듭짓는 것이다. 갈등 상황에서 내가 잘못한 점, 상대가 잘못한 점을 객관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불편하고 어색하더라도 얼굴을 맞대고 내가 사과할 것과 상대에게 사과받을 것, 재발 방지의 약속을 나눠야 한다.

학교라는 사회에서 생활하며 갈등은 피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연습이 꼭 필요하다. 친구와 관계를 망치기 싫어서 대강 넘어가서는 안된다.



사이좋게 지내자.

교실에서 학교 폭력 예방 교육을 반복하다 보면, 가끔은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과 즐거움을 빼앗는 불청객이 된듯한 느낌에 서글퍼지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서로에게 더 안전하고 편안한 존재로 남길 바라는 마음은 놓지 않으려 한다. 한 순간의 실수로 친구와의 즐거운 추억이 기분 나쁜 경험이 되지 않았으면. 좋은 친구가 불편한 관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이들에게는 장난의 즐거움만큼, 그 행동이 상대방에게 미칠 영향을 돌아보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웃음을 주는 장난과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장난이라는 이름의 폭력 사이에는 얇지만 분명한 경계가 있다. 그 경계를 넘지 않기 위해 상대를 존중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다른 사람의 말과 표정에 관심을 기울이고 존중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장난을 치다가도 친구의 얼굴빛이 나빠지는 것을 발견하고 멈춘다면, 장난이 폭력으로 넘어가는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며, 재미있는 웃음 속에 배려를 담는 법을 가르쳐 주고 싶다.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며, "나도 소중한 사람이고 너도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것을 서로를 통해 느끼길 바란다. 거울을 보듯 따뜻한 미소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날 수 있기를.

가정에서도 내 아이만을 중심에 두기보다, 아이가 사람 사이의 경계를 지키고 나와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우리 모두 사이좋게 지내자.


우정(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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